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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류 Aug 05. 2024

[영어교육강연자의 영화]내 영혼의자화상,헬렌쉐르벡

영화를 보면서 글쓰기 프로젝트

몇일 전 북 큐레이팅 된 곳에서 책을 보다가 무심코 넘긴 페이지에 있던 그림.


핀란드 영화 [ Helene ] 내 영혼의 자화상 헬렌

영화 보며 글쓰기 프로젝트 1 (스포 주의)

자반 청어와 술을 주문하는 그녀의 모습에 일본유학 시절 만난 핀란드 친구가 보인다.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인 모습으로 영국인 친구의 마음을 빼앗은 그녀. 핀란드 여성들의 특유의 당당함은 나와 그녀 사이에 선이 늘 존재하노라 생각들곤 했다.

삐걱거리는 바닥을 부비며 걷는 발걸음이 죄다 귀에 꽂힌다. 새벽이 되서 보는 영화여서 일까. 매우 자세히 등장인물들의 소리가 큰 귀지가 빠져 자세히 들리는 기분이다. 아 맙소사. 물감을 덜어 내는 소리까지 선명하다.

영화의 장면 모두가 그림이다. 신기하게도. 모자들 마저 아름답다. 사소한 것에 신경을 많이 쓴 영화다. 핀란드어를 하나라도 모르는 내가 바보 같다. 아쉽구먼. 자막 없이 보는 영화의 묘미란 거기서 오는 것인데, 느낄 수 없음에 탄복해본다. 계속 자막을 보면서 영화를 보는 것은 무척이지 귀찮다.


그림 상인들이 도착하고 마리아 비크가 추천했다는 말을 전한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사고 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보인다. 핀란드의 뭉크로 불리우지만 핀란드의 헬렌으로 불리워지길 바란 그녀 다운 주연배우인 듯하다. 한 점당 50마르카를 외치는 그녀에게 미술상인은 후회할꺼라며 더 좋은 가격을 제안한다. "쉐르벡씨는 타고난 예술가다. 다른 사람들도 그 재능을 알아볼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담배를 태우는 그의 두꺼운 손을 잡고 쉐르벡은 미소 짓는다.

블랙엔 화이트 조합의 의상은 흥미롭다. 무채색의 쓰임이 주연배우의 흰 피부를 더욱 창백하게 보이게한다. 옥션에서 300마르카를 갱신하며 좋은 값에 거래 되는 장면. 글을 퇴고 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글의 형편없음을 느끼는 기분과 그녀는 같을까. 빛의 세기를 조절하는 그녀의 매서운 눈매에서 한숨 돌리는 제안이 커피라니! 당연하다. 커피란 그런것이다.

전시회를 준비하기 직전의 커피 한 잔이라. 무언가 마시기도 힘들 긴장감이 아닐까. 나도 강연 전에는 늘 커피 한잔을 한다. 커피란 그런  이다.

그녀에게 그림 그리는 모습을 꼭 한번 보고싶다는 남자에게 그림그리는 것은 비밀도 아닌데 어떠냐며 화구를 챙겨와서 같이 그리자는 쿨함에서 진정한 센언니란 저런것이지 싶다. 그녀에겐 진중한 멋짐이 폭발한다.


전시회 선불 1만 마르크를 나눠 갖자는 오빠. 날강도는 언제나 존재한다. (집에서 담배나 피지마라.) 엄마도 무언가 오빠를 위하는 그런 마음이 강한 옛날 사람.. 가족들에게 돈벌이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며 조마조마한 불안이 엄습한다.

넉살좋은 남자와 엄마가 이야기하고 웃는 장면은 나물을 무치는 엄마 옆에서 나물 간을 보며 장모님 나물이 참 맛좋다는 내 남편 모습을 떠올린다. 내 가족에게 잘하니 참 이뻐보인다. 나는 미안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그래도 내 나름 최선을 다한다.

북유럽의 색감이 고스라니 영화에 묻어있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대화하는 장면에서 평온함과 안정감이 든다. 각자의 사랑의 표현과 방식이 잔잔하게 스민다. 심심한 간의 맛있는 나물반찬과 같은 장면들이 계속 되는 군. 남자를 그리고 싶다는 그녀와 언젠가는 남편에 대한 긴 글을 쓰고 싶은 내가 닮았다. 사랑을 하고 있구나. 나도 그녀도.

아 이 그림. 이 남자가 모델이었구나. 배경음악 자체가 왜이리 쓸쓸한지. 참 그렇다. 저 시대의 화구가 참 좋다. 나도 그림을 그리러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나도 그림을 다시 그리볼까 자꾸만 생각이 드네. 수채화로 같은 톤의 나무 한그루만 그리던 내 그림이 보고싶다. 그때 참 근사하게 그렸던걸로 미화된 기억일까.


왜 자꾸 슬픈 음악이 깔리는거야. 나는 근사하게도 뚝배기같은 남자를 만나 여지껏 10년이 다되어도 비슷한 감정으로 나를 바라봐주니 참 다행인데, 가끔은 불안감으로 영화 속 남자가 배신하는 그림이 그려지기 직전 기운이 매우 싫다. 남자의 노트에 남겨진 그녀의 고양이들.

연기처럼 사라지지 말고 그녀 옆에 오래있어주라. 함께하다 혼자가 되는 고독은 언제나 두려운 것이다.


에이나르는 답장이 없다. 3주 간 딱 한통 편지만 오가자고 말하고 가버린 젊은 놈. 남자에서 놈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여자에서 년으로 바뀌는 것도 한 순간이겠지. 여자들 만나면 싱글은 당연히 남자이야기다. 엄마들 모이면 당연히 아이들 이야기다. 세계 어디를 가도 세상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 그래서 피부색이 다르고 눈동자색이 다른 친구들을 만나도 10분 뒤면 그들의 외형과 나의 외형이 다르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

바구니를 실제로 저렇게 장볼때 사용하는 구나. 나도 다음에 과일사러 갈때 과일 바구니에 담아 보아야지! 이쁜 사과를 고르고 정물화를 그리는 장면. 에이나르가 돌아왔다. 역시 헬렌보다는 젊긴 하군. 그는 그녀에 비해 젊고 어리다. 의상이 너무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라 설렌다.

사랑하지만, 젊기에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노르웨이로 그림 공부를 하러 가라며 장학금을 전해주는 그녀의 눈빛이 슬프다.


"내 호의니까 거절하지 말아요. 돌아와서 다시 그려요."

나이 차이 4개월 나는 남편과 살아서 다행이다. 나이에 대한 조건은 생각해본 적 없다. 어린 남자를 만나는 여성의 고민이란 이런 것 이군. (나라면 안보내!)

옷 진짜 이쁘다. 내가 좋아하는 셔링 잡혀있는 옷이다. 편안한 색감과 어울리는 쿨톤의 그녀. 편지를 받고 우는 군. 에이나르는 다른 여성과 가정을 꾸린다. (거봐! 왜 보냄?)


가우스 달로 간 에이나르는 튀라라는 18세 여자와 약혼한다. 장학금까지 다 받고서. 물론 헬렌이 가우스달로 가기를 제안해서 간 것이지만, 여자만나라곤 하지 않았는데... 그냥 뭐 인연이 아닌거다. 몇 일 더 괴로워하다 마음에서 보내주자.


'자유의 책' 에이노 레이노의 선집을 들고와 읽어주는 친구. 침대에 누워 입은 병원복 마저 참 이쁘네.

젊음은 나의 대지
내 안에도 젊음이 가득 하도다.
아침이 일찍 우리 문을 두드렸다.
우리는 산 너머로 동이 트는 모습을 보며
서둘러 산을 타고 올라갔다.

'자유의 책' 에이노 레이노의 선집
그만 읽어도 돼.


셀마 라겔뢰프 책을 다음에 가져온다는 말에 그냥 옆에 있어 달라 한다. 책을 읽어도 생각나는 에이나르. 이별은 누구나 경험해 보면 아는 그 감정을 영화는 잘 살려내 스크린에 담아낸다.


야이... 돌아왔다. 그만 가라. 젊은 친구.

또 의상이 나를 힘들게 하는 군. 너무 이쁘다. 아플땐 그림을 그려봐라 하는 친구의 말과 친구가 내어주는 침대 한켠에서 둘의 대화가 참 보기 좋다. 둘이 자매처럼 보여서 언니가 생각난다. 나도 언니가 있어서 참 위로가 되는 순간이 많다. 자매란 커피같이 힘이 되주는 그런 순간이 참 많다.

다시 붓을 잡고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는 그녀의 손.


여름이면 초고가 나온다는 에이나르. 당신의 영원한 친구. 에이나르. 에라이 왜 쓴거냐. 영원한 친구?!

이젤 위에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거울을 설치해 두고 그녀는 그리기 시작한다. 아 너무 아름답잖아.

나도 내 자화상을 그리고 싶다.


집 안 자체가 추운가보다 멋스럽게 모포를 걸치고 대화를 이어가는 둘. 역시 추위에는 독한 술을 담은 작은 와인잔이 함께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언니와 내가 해본 적 없지만, 저리 추운 곳에 살면 할 수 밖에 없었겠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헬렌. 진심으로 너를 돕고 싶다는 엄마는 에이나르를 초대했다. (엄마 최고!) 옷도 새로 엄마와 새로 짓고 너무 보기 좋다. 떨리는 모습으로 기다렸건만, 약혼녀와 나타난 에이나르. 너무 이쁘고 귀엽지 않냐며 자랑을 시작한다. (여기서 혼란, 정말 이 남자는 여자를 우정으로만 생각한 걸까. 사랑이 아니었나 보구나.) 찰싹. 뺨 잘 때렸다. 가버려... 눈 앞에 나타나지 말라했지만, 이내 사과하고 만다.

아주 잠시
이 그림도 내 것이었고
당신도 내 것이었어요.
그때 당신은 슬퍼 보였지만
난 그 누구보다 행복했어요.
내가 받은 사랑은
물거품과 같아서
이내 사라지고 말았네요.
외로움이 내 위로 날아올라
날 감싸 안아요.
이건 내 선물이에요. 에이나르.
당신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잘 지내요.

헬렌 쉐르벡

엄마와 싸우고 아들 집으로 가겠다는 엄마. 참 못난 엄마다. 딸의 아픔을 조용히 안아주지 못하는 엄마란. 잔인하군. 역시나 옷이 참 이쁘다. 티나지 않는 블랙의 매력. 블랙이 쉬크하게 보이는 건 오직 실루엣과 셔링. 우아하다. 내가 주로 옷을 사는 디자이너에게 이 영화를 권해야겠다.

전시회 열기를 자꾸 권하는 미술 상인. 기분 전환을 위해 전시를 한다며 말을 건넨다. 위로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구나. 고맙다.


집 나간 엄마는 다시 집에 돌아오고, 일부러 안팔릴 그림만 그리는거 아니냐는 여전한 엄마. 엄마와 사이가 좋지 못한 딸. 엄마의 병이 진행되고 미움과 안타까움을 울음으로 토해낸다. 수의로 갈아입히고 오빠와 작별인사를 준비하는 남매. 그녀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입을 다물고 있으니 침묵이 두드러지지 않아?

물감 튄 옷도 참 이쁘다. 이 영화는 나에게 그녀의 그림만큼이나 옷이 주인공이 되려나보다.

이나르를 만나러 간 그녀의 옷도 너무 아름답다. 서둘러 약혼한 것이 실수였다는 남자. 입을 좀 꼬매버리고 싶다. 우리는 헬렌의 시각에서만 영화를 관찰할 수 밖에 없는 어찌보면 좁은 시각을 처음 부터 갖게된다. 남녀가 나오므로 사랑을 하고 사랑 받는 두 주인공으로 머리에 입력되기 쉽다. 순간의 오류로 생각들어 다시 되짚어보면, 그 남자는 그저 멋진 화가인 연상의 여인의 친구가 되고팠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빠진 사람이 약자가 되버리는 느낌이라, 약자가 되버리고 어쩌면 그 속에서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각색되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알려주는 것 같다. 그저 젊은 날의 불면 날아가는 바람같이 흔들리는 시기가 누구나 있지않은가. 젊은 날의 수채화 같이 물에 타 흘려버릴 수도 덮어 버릴 수 도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해했다는 듯 헬렌의 표정이 내게 말했다.


화장의 기술인건가 이 장면의 헬렌 얼굴이 그전에 비해 너무나도 아름답다. 지팡이를 짚으며 걷는 그녀의 절뚝거리는 모습마저 우아하다.


그녀가 바라본 그 남자는 자신의 생각을 투영해 바라봤을 것이다. 실수했다며 다시 은은한 미소를 보여주려는 에이나르를 보며 헬렌은 마음 정리가 된 듯 보인다. 한층 성숙된 마음으로 단단해져 그림을 이어 그린다.


결국 남는건 새하얀 종이 뿐이야. 그리고 환희가 찾아오지.


그녀의 영화를 현재의 그림으로 남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코가 무척 시리다. 무채색의 옷을 즐겨 입는 여인들에게 장신구 없이도 우아한 미를 옅볼 수 있는 영화이며, 화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그림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볼 수있는 시각을 선물하는 영화다.


2024.08.05. 03:26AM

영화를 보면서 글쓰기 프로젝트 _ 첫번째 종료.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지 63일째, 글쓰기는 어느 순간에도 나와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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