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현실적인 동해 스쿠버다이빙
이런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 스쿠버다이빙이 처음이시거나 초보이신 분
· 스쿠버다이빙 도전을 고민하고 계신 분
· 동해 스쿠버다이빙이 궁금하신 분
2024년 8월 24 토요일.
나의 첫 펀 다이빙의 날이 밝았다.
로그 수가 적은 다린이들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다이빙은 무서우면 안 된다. 무조건 재밌어야 하고, 즐겨야 한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강사 또는 함께 펀 다이빙을 하는 로그 수가 높은 동료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그러나 화창한 아침의 날씨와 동료들의 격려에도 나는 쉽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18미터 이상 내려가 본 적이 없다.
둘째, 하강 줄을 잡고 내려가지 못하거나 다이빙 중 패닉 때문에 상승하면 23명이 다이빙을 즐기지 못한다.
'음? 오픈워터 있는거 아니야? 뭐가 문제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처음 오픈워터를 따기 위해 개방 수역(바다)에 입수했을 때, 나는 하강 줄을 잡고 7미터도 채 내려가지 못했다. 수영장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파도와 차가운 온도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하강줄을 잡고 밑을 보았을 때 앞이 보이지 않는 뿌연 시야와 저 멀리 보이는 어둠이 공포를 유발했다.
결국 오픈워터 비용 60만 원을 날렸고, 같은 비용을 두 번 지불하는 돈 낭비를 하고서야 오픈워터를 딸 수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은 오픈워터 시험을 경험한 지 1주 만에 회사 동료들과 동해로 펀 다이빙을 온 것이다.
물론 단순 펀 다이빙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9월에 어드밴스드를 취득할 예정이고, 아직은 바다가 두려운 내가 어드밴스드를 취득할 수 있는지도 시험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오늘은 오픈워터 시험보다 깊은 수심 20미터가 넘는 강릉의 '스텔라'라는 포인트를 위주로 간다. 펀 다이빙과 어드밴스드 예습을 위해 더없이 좋은 장소다.
하지만 언제 그리고 어느 포인트에서 공포를 느낄지 알 수 없었고, 두려움을 느껴 내가 하강줄을 잡고 내려가지 못하거나 급상승해서 수면으로 올라가는 순간 버디들을 포함한 모든 동료들의 다이빙이 끝날 수 있는 부담감 때문에 '그냥 즐기라'는 동료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전 8시.
오픈워터 때도 느꼈지만 다이빙의 시작은 늘 빠르다.
밤늦게 자는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되고, 부지런함을 기를 수 있었던 데에 다이빙이 한몫했다.
펀 다이빙은 보통 3번 정도 하는데 오전 두 번, 오후 한 번으로 이루어진다.
10시, 11시 그리고 13시쯤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오후 다이빙은 점심시간과 배 준비 시간이 언제 이루어지냐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리 늦게 가도 15시쯤이면 장비 세척과 그날의 다이빙 일정이 끝나는 것 같다.
8시에 리조트(다이빙 물품을 대여하거나 준비를 하는 곳을 리조트라 부른다)에 모인다.
장비를 대여하고, 준비를 한다. 나는 마스크 외 모든 장비를 렌탈했다.
슈트, 후드, 핀, 호흡기, 부력조절기(BCD), 웨이트.. 무튼 필요한 장비를 대여하고 착용하는 시간을 갖는다.
9시에는 산소통 공기를 넣고, 간단한 브리핑과 함께 출항한다.
10분-15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면 다이빙 포인트에 도착한다.
첫 포인트 수심은 23미터 정도 되는 깊이였다.
동해이기 때문에 이 정도 배 타고 나가면 4-50미터 깊이는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깊지 않았다.
사소하지만 다이빙 전에 선장님이 깊이를 말씀해 주셔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됐달까? 안심이 되었다.
선장님들 그리고 CD님(펀 다이빙 인솔자)들! 당신들이 다이빙 전에 알려주는 수심 깊이는 뉴비들에게 매우 큰 안심이 되니 많이 말씀해 주세요!
9시 20분경!
첫 펀 다이빙이 시작되었다!
입수와 동시에 밑을 내려다보았다!
오!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크크.
슈트 두께도 5mm라 그런지 확실히 3mm보다 따뜻했다.
오픈워터 때 한 번 겪은 동해라 그런지 20미터 깊이도 하강줄을 잡고 쉽게 내려갈 수 있었다.
유영.
하강줄을 놓고 버디와 바다를 헤엄치며 구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강줄을 놓는 것이 무섭거나 조류가 느껴져 걱정되어 쉽게 하강줄을 놓지 못한다면.. 걱정 마라. 수영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안다면, 핀 덕분에 조금만 발을 차도 웬만한 조류에서는 쉽게 앞으로 갈 수 있다.
다만, 너무 긴장해서 킥을 크게 또는 많이 차면 다리에 쥐가 날 수 있으니 릴랙스~ 편하게~ 킥을 차는 것을 추천한다. 맞다. 내 얘기다. 쥐 났다. 허벅지에. 그것도 수심 20미터에서. 유경험자의 말이니 얼마나 신뢰가는 말인가. 이렇게 우당탕탕 다이빙을 경험해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마라. 여러분이 나보다 나았으면 나았다.
무튼 그럴 때는 버디에게 신호를 보내라. 그리고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쥐를 자극하지 않는 최고 편한 자세를 취해라. 그리고 핀을 잡고 다리를 조금씩 펴주거나 마사지해줘라. 시간에 너무 쫓기지 마라. 나 때문에 버디들이 구경을 못하네 어쩌지.. 걱정은 잠시 내려놓자. 이미 버디들은 당신 그리고 나 같은 뉴비들과 함께 팀이 되었을 때 어느 정도 예상 했을 것이다. '크고 작은 사고가 날 수도 있겠군. 아마 '구경보다는 이 뉴비 녀석이 잘하나 지켜보자'라고 어느 정도 마음먹었을 것이다. 그러니 '빠르게 쥐를 풀고 폐를 덜 끼치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당황하지 말고, 확실하게 풀어주고 문제를 해결하자. 그게 우리 뉴비들이 버디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리라.
크고 작은 문제와 긴장감을 풀면 그제서야 조금씩 동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강줄 잡고 7미터도 내려가지 못하던 내가 쥐와 같은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며 무려 23.3미터에 도달했다.
난파선 포인트였다.
꽤 큰 배인 것으로 보였다. 배의 선미 부분만을 반 바퀴 돌았는데도 20분이 흘렀다.
회사 동호회에서 왔는데.. 단체 사진을 빼놓을 수는 없다.
15미터에 익숙한 내게 23미터는 확실히 수온과 압력이 다름을 몸소 느끼게 해 주었다.
이제 와 말하지만,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잡거나 다른 동료들을 기다릴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는.. 무섭고 답답한 마음이나 생각이 들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이런 마음과 생각이 들 때는 주변을 보며 정신을 돌리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난파선을 보거나 물고기를 찾으려 하거나 등 말이다.
긴장도 꽤 풀렸는지 카메라만 보면 점점 까불었다.
아니지.. 까부는 척하며 억지로라도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이게 꽤 도움이 많이 된다.
너무 많이 까불거나 긴장을 확 풀어버리면 안 되지만, 긴장을 풀기 위한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부지런히 까부는 노력(?)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다이빙도 무난한 하강과 관광이 이뤄졌다.
총 세 번의 다이빙을 한 소감은.. 흠.. 동해는 역시 잘 안 보인다.
햇살이 좋은 날이라도, 파도가 치지 않아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동해는 시야가 좋지 않다.
그렇기에 물 공포증 극복을 위해 동해에서 오픈워터를 따려는 사람이 있다면 한사코 말리고 싶다. 날이 아무리 좋아도, 조류가 약해도 가시거리는 10미터도 채 나오지 않는다.
심해 공포증.
탈라소포비아(thalassophobia )라고도 불리며 바다, 대양, 수영장 또는 호수와 같은 깊은 수역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렬한 두려움을 뜻한다(출처: 위키백과). 바다의 광대한 공허에 대한 두려움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첫 오픈워터를 실패한 이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
해외는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바닥이 보이는 등 시야가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해는 뿌연 시야를 갖고 있고, 구글 이미지에 검색되는 수중 시야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 또한 사전에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검색하면 나오는 예쁜 바닷속 이미지를 봤고, 이를 상상하고 동해에서 오픈워터를 준비했다. 그러나 위 이미지처럼 완전히 바닥에 도달할 때까지 보이는 것은 오직 하강줄 뿐이다.
보이지 않는 시야로 답답하고, 두려울 수 있다.
이를 극복한 나만의 몇 가지 방법을 공유하겠다.
첫째, 그냥 생각하는 것을 멈춘다. 쉽게 말해 그냥 멍 때리면서 내려가는 것이다. 이퀄라이징에만 신경 쓰며 '그냥 다른 사람들도 다 내려가니까~ 나도 내려가는 거지 뭐~'라는 생각만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내련다.
둘째, 수면 위를 보지 않는다. '내가 어느 정도 내려왔지? 거의 다 왔으려나? 밑은 보이지 않으니 위를 보면 대충 어느 정도 내려갔는지 거리감이 느껴져서 조금은 안심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물론 컴퓨터를 보면 깊이를 알 수 있지만,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수면을 바라볼 수도 있다. 또는 이번에 나처럼 리조트에서 컴퓨터를 대여하지 못해 깊이를 아예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컴퓨터를 대여해주지 않는 리조트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두려움을 느끼는 단계라면 난 수면을 보는 행동은 결코 추천하지 않는다. 5미터.. 7미터 깊이에서 위를 바라보니 그냥 얼른 위로 올라가서 편하게 숨 쉬고, 다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려가고 싶어 지는.. 즉, 올라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때부터는 상승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고, 갑자기 상승하면 버디나 강사가 본인의 다리를 잡고 못 올라가게 막아.. 결국 더 큰 공포를 느끼는 최악의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
셋째, '어차피 20분 내외로 유영할 것이고, 곧 이 고통은 끝난다'라고 생각한다. 누가 강제로 다이빙하라고 시킨 적 없다. 재밌으려고 다이빙한 것이라 '고통'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뉴비에게는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고, 약간의 두려움이라도 극복하는 과정은 고통일 수도 있다. 나처럼 익숙해지고, 두려움을 덜어내기 위해 끝없이 다이빙을 도전하는 이가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어차피 곧 끝나고, 올라가고 나서 집에 갈 때쯤엔 좀 더 유영하고 놀걸..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힘든 시간은 길지 않으니 너무 맘 졸이지 말고 주변을 조금씩 살펴보면서 관심을 돌려보라.
넷째, 상대적인 비교를 이어간다. 만약 나의 최고 수심이 15미터이고, 이번과 같이 20미터 이상 내려가야 할 때는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음 내가 오픈워터 때 15미터 정도 내려갔고, 여기 최대 수심은 약 23미터니까 7미터 정도만 더 내려가면 되네?'라고. 지상에서 7미터는 꽤 높을 수 있으나, 다이빙에서는 하강 줄을 조금만 당기면 바로 도달할 수 있는.. 생각보다 짧은 거리다! 정말이다. 이퀄라이징만 잘하면 20미터 구간까지는 생각보다 쉽게 내려갈 수 있었다.
스쿠버 다이빙 첫 단추가 동해이거나, 예정인 분이 계신가?
그렇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첫 판부터 하드 모드를 선택했다.
오픈워터 때도 그렇고, 이번 펀 다이빙을 마치고 블로그를 쓰는 지금까지 든 생각은.. 내가 참 기가 막힌 하드모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나.. 처음 플레이하는 게임이지만 왠지 그냥 하드 모드로 해보고 싶은 유저들. 처음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동해를 경험하고 나면 해외 어디를 가든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닌가.. 내가 무료한 인생을 살아서 극한의 도파민을 느끼고 시.. 그냥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오픈워터에게 동해는 메이플스토리 보스 윌의 하드 모드와 같다.
시야는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5미터 내려갈 때마다 갑자기 수온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밖에 여러분을 당황하게 할 요소는 다양하겠지만, 그만큼 보상은 확실하다. 어느 바다를 가도 시야 문제로 당황할 일은 적어질 것이고, 좋은 장비의 필요성을 느껴 여러분이 자신의 안전을 챙길 가능성은 올라갈 것이다.
'오픈워터에게 동해란'이라는 제목을 보고 뭔가 인생의 교훈이나 명언을 기대한 분이 계시다면 미안하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나와 같은 고통을 겪었거나, 겪는 중이거나 겪을 예정인 분을 대상으로 쓴 글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럴싸한 명언과 글귀가 아닌, 그들이 겪을 현실과 대처 방안 그리고 미리 고통을 겪어본 이의 수필을 통해 마음의 준비를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펀 다이빙으로 내 다이빙 로그 수는 8이 되었다. 다음 달 9월에는 어드밴스드 취득도 예정되어 있다. 동해에서. 우당탕탕 취득기는 계속될 것이고, 현실적인 이야기와 조언은 앞으로 계속 들려줄 수 있으니 안심하라.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이 나보다 나았으면 나았으리라. 내 글이 그대들이 극복하고 익숙해져 갈 동해 다이빙에 대한 마음의 준비 재료로 쓰여 참 다행이다.
이번 아티클에 쓰인 사진은 사내 동호회원이 찍어준 사진을 활용했습니다.
첫 다이빙의 추억과 아름다운 동해 바다 사진을 남겨주신 동료분, 그리고 이번 다이빙을 기획해 주시고 함께 다이빙한 버디들 모두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