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 간의 유럽 부부 여행 - 5. 베네치아 부라노
무라노와 이름도 비슷하여 쌍으로 가야 할 것만 같은 부라노. 하지만, 의외로 부라노는 무라노에 비해 베네치아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배로 가는 데는 40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원래도 원색의 알록달록한 집들의 사진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엔 아이유의 하루 끝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면서 훨씬 많은 이들에게 베네치아에 오면 꼭 들러야 할 "Must visit" 여행지가 되었다.
소박한 잔디밭으로 시작된 부라노 섬의 산책은 곧 사진에서 보던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순수하게 원색적인 집들로 이어졌다. 한눈에 "우와! 이건 뭐, 말이 필요 없는 풍경이군!" 하며 놀랐다. 한낮의 하늘마저도 새파란 색으로 가득 차 있으니, 어딜 봐도 백화점에 진열된 대형 TV 속에서나 볼 것 같은 장면이다.
이렇게 집들이 원색으로 칠해진 데는, 저녁에 배에서 귀가하는 사람들이 집을 쉽게 알아보기 위해 시작된 거라는 설이 있는데, 지금은 정부의 관리 하에 색깔이 정해진다고 한다. 물론 이유는 관광 때문이다.
부라노는 과거에 레이스(자수) 산업이 크게 발달했었다고 하나, 지금은 예전과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얼마 보이지 않는 자수 기념품 가게에도 부라노 생산품은 가격이 높아 선뜻 기념품이라고 사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옆에 같이 있는 저렴한 양산품도 보이는데, 이걸 왜 또 여기서 사겠나 싶으니, 결국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그렇게 기념품 가게를 훑고 나오니, 어쩐지 파랗기만 한 하늘과 부라노의 텅 빈 거리가 적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관광객들 뿐. 선명한 색깔은 오히려 이곳을 마치 예쁘게 꾸며놓은 테마파크의 "베네치아 거리"처럼 보이게 만든다.
예쁜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와~ 예쁘다~"라고 감탄해 주고, 조금 돌아다니다 배 시간에 맞춰 그냥 떠나버리는 그런 섬인가? 관광지라는 데가 그런 거 아냐?라고 말한다면 "뭐, 그렇긴 하지."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지만.
너무 정갈하고 밝은 곳에 있으니 결국 뻘생각에 이르게 되는구나. 벌써 여행이 밋밋해졌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