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라노, 찬란하게 쓸쓸한

1달 간의 유럽 부부 여행 - 5. 베네치아 부라노

by 탱강사

무라노와 이름도 비슷하여 쌍으로 가야 할 것만 같은 부라노. 하지만, 의외로 부라노는 무라노에 비해 베네치아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배로 가는 데는 40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원래도 원색의 알록달록한 집들의 사진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엔 아이유의 하루 끝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면서 훨씬 많은 이들에게 베네치아에 오면 꼭 들러야 할 "Must visit" 여행지가 되었다.


IMG_0582.JPG 부라노 가는 길. 저~ 멀리에는 희미하지만 높은 산봉우리에 눈이 덮인 것이 보인다. 대체 무슨 산이지? (돌로미티인가?)
IMG_0604.JPG 중간중간 지나치는 곳은 버려진 건물이 있는 작은 섬(?)들도 보인다.


소박한 잔디밭으로 시작된 부라노 섬의 산책은 곧 사진에서 보던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순수하게 원색적인 집들로 이어졌다. 한눈에 "우와! 이건 뭐, 말이 필요 없는 풍경이군!" 하며 놀랐다. 한낮의 하늘마저도 새파란 색으로 가득 차 있으니, 어딜 봐도 백화점에 진열된 대형 TV 속에서나 볼 것 같은 장면이다.


IMG_0605.JPG 배에서 내려 들어오니 잔디밭이 보인다. 아이유가 뮤직비디오에서 뒹굴거리던 곳일까?
IMG_0616.JPG "이게 그 사진에서나 보던 그 동네구나!"라는 감탄으로 시작된다.
IMG_0623.JPG 보기에는 예쁜 집이긴 하지만, 조금씩 뜯어보면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집들이 원색으로 칠해진 데는, 저녁에 배에서 귀가하는 사람들이 집을 쉽게 알아보기 위해 시작된 거라는 설이 있는데, 지금은 정부의 관리 하에 색깔이 정해진다고 한다. 물론 이유는 관광 때문이다.


부라노는 과거에 레이스(자수) 산업이 크게 발달했었다고 하나, 지금은 예전과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얼마 보이지 않는 자수 기념품 가게에도 부라노 생산품은 가격이 높아 선뜻 기념품이라고 사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옆에 같이 있는 저렴한 양산품도 보이는데, 이걸 왜 또 여기서 사겠나 싶으니, 결국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IMG_2366.JPG 레이스 공예품이 궁금했는데, 기념품 가게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박물관도 있긴 했지만 가 보진 않았다.


그렇게 기념품 가게를 훑고 나오니, 어쩐지 파랗기만 한 하늘과 부라노의 텅 빈 거리가 적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관광객들 뿐. 선명한 색깔은 오히려 이곳을 마치 예쁘게 꾸며놓은 테마파크의 "베네치아 거리"처럼 보이게 만든다.


IMG_0620.JPG 분명히 예쁜 거리인데... 왠지 머무르기에는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 어색함이 느껴졌다.
IMG_2398.JPG 여름의 한낮 적막하기만 한 예쁜 거리는 세트장처럼 보인다. 그 틈으로 쿰쿰한 물 냄새가 방해를 하기도 한다.


예쁜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와~ 예쁘다~"라고 감탄해 주고, 조금 돌아다니다 배 시간에 맞춰 그냥 떠나버리는 그런 섬인가? 관광지라는 데가 그런 거 아냐?라고 말한다면 "뭐, 그렇긴 하지."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지만.


너무 정갈하고 밝은 곳에 있으니 결국 뻘생각에 이르게 되는구나. 벌써 여행이 밋밋해졌나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