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도 리브어보드 - 3
창을 넘어 드리우던 햇빛이 움직이더니 비행기 안을 크게 휘돌면서 비행기도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제 다 온 모양이군.'
비행기가 땅에 가까워질 때면 항상 높은 곳에서 보는 거리와 자연의 풍경을 즐기는 것이 여행의 설렘을 북돋우는 나의 여행 취향이다.
창밖으로 내려다본 섬 풍경. 오오오... 여기가 코모도...
그동안 "코모도"라고 사진에서 보던 풍경들이 다른 곳들에 비해 좀 황량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긴 하지만, 진짜로 섬 풍경이 다 이렇다고?
자카르타를 떠나 인도네시아 국내선을 타고 코모도를 향해 도착한 곳의 지명은 '라부안 바조'.
공항에 내려 짐을 찾으러 갔더니, 출발 때 애를 먹였던 "잠재적 둔기와 흉기"였던 내 물건들을 돌려주려 직원이 내 이름표를 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물건을 받으러 갔더니 마치 무슨 상패라도 건네는 것처럼 다른 직원이 가세해서 나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 간다. 카메라를 보며 물건이 잘 보이게 들고 직원과 함께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지 뭐야. 아... 그 사진 좀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공항에 있던 사람들이 쳐다보던데 그 사람들은 무슨 특별한 경품이라도 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역시 열대지방. 햇빛이 그냥 우리를 찢어버릴 듯이 쏟아져 내린다. 하루 앞당겨진 항공 일정 때문에 하루 일찍 도착한 우리는 리브어보드 배로 바로 가지 못하고 여기서 하루 저녁을 보내야 했다.
괜히 하릴없는 하루를 보내게 된 게 아닌가 조금 불만도 있었지만, 휴양의 기분을 낸다 치면 이것도 나쁘지 않겠지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런데 도착한 리조트가 분위기가 꽤 좋아서 굳이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아도 좋은 시간이 되겠는걸?
야외 테라스에 앉아 맥주와 음료를 시켜놓고 한적하게 있으니 이제야 휴양을 왔다는 것이 실감 난다. 바다 풍경이 그~렇게까지... 근사하지는 않아서 그건 좀 아쉬웠다.
그렇게 생긴 하루의 여유. 놀러 다닐만한 곳이 있을지 택시를 불러 읍내(?)로 나갔다. 지나가면서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지도 눈여겨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