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되기 전부터 많은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고 큰 기대를 품게 하더니, 출시된 직후는 물론 지금까지도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함께 받으며 스팀에서 "압긍"을 유지 중인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게임을 바로바로 사는 편은 아니라, 열풍이 지나간 후에서야 궁금했던 바로 그 게임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도대체 게임이 어떻길래 다들 그렇게 추천하는 거야?' 아니, 그보다도 스쿠버다이빙을 어떻게 게임에서 다루었는지가 무척 궁금했다.
미리 얘기하자면, 결코 어그로를 끌거나 게임에 흠집을 내려고 쓰는 글은 아니다. (이렇게 시작하면 본의 아니게 그럴 수 있다는 소리 같잖아?)
게임의 공식 트레일러에서 주인공인 다이버 데이브가 유영 중에 팔을 휘젓는 모습을 보면서 '어라?'라는 물음표가 떴었다. 왜냐하면 유영 중에 팔을 휘젓는 건 전형적인 초보 다이버의 특징이라, 게임 개발자들이 스쿠버다이빙에 대해 얼마나 알고 만든 건지 살짝 의문이 들었었다.
음? 팔을 쓰네? 데이브 초보 다이버인 거야?
게임을 해 보고 나서 든 생각은, 그런 건 그냥 게임을 위한 가벼운 장식적 표현 정도라 보면 될 것 같았다. 그보다는 스쿠버다이빙과 바닷속 모습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이 게임을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라는 의문이 새롭게 생겼다. 세상에는 여전히 물속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1. 게임은 게임일 뿐
게임 속 주인공이 구르고 떨어져도 약상자 하나 먹으면 다시 말끔히 낫는 걸 가지고 비현실적이라고 그런다면 오바겠지? 그러니 데이브 더 다이버에서도 게임이 실제 같지 않아도 문제없을 거다...라고 생각해야 할 텐데,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제의 물속이 어떤지를 모른다는 것. 그러다 보면 게임에 그려진 모습을 실제 물속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않을까?
어디선가 본 이 게임 개발의 뒷얘기로,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협력하려 했던 얘기가 있더라. 그런데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는 게임 컨셉으로 수중 생물을 잡는 것에 대해 엄격히 반대했고, 대신 로봇을 잡는 컨셉을 제시해서 협력이 결렬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전문 다이버로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스쿠버다이빙 하면서 저렇게 닥치는 대로 작살로 물고기를 잡아댄다고???'라는 거부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서는 게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웠겠지.
부디 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게임과 현실은 같지 않음을 잘 알아주었으면 한다.
다이버로서 상상도 못 해 본 장면...이지만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구요...
2. 스쿠버다이빙에서는 "산소" 호흡을 하지 않아요.
산소통
스쿠버다이빙을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표현이 바로 "산소통"이란 표현이다. 스쿠버다이빙에서는 "공기통"(air)을 쓰는데, 이는 "산소"와는 엄연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굳이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수중에서 압력이 높아진 "산소"로 호흡을 했다가는 생명까지 위험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의 스쿠버다이빙에서는 수심에 따라 호흡에 사용하는 기체의 성분을 정밀히 조정해서 사용하게 된다.
"산소!" 숨 쉰다는 건 산소 호흡이니까!! (수중에서는 다르답니다...)
게임 개발자들이 이를 모르고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알고서도 이렇게 묘사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숨을 쉬기 위해서 "산소"가 필요하다는 관념을 반영해서 그냥 그렇게 만들 수도 있었겠다 싶다.
3. 수중생물들이 다 이렇게 사납지 않아요.
난 게임을 하면서 뭐 이렇게 수중생물들이 다들 데이브를 못 잡아먹어서 난리인가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중생물 중에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생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사람들이 그렇게 폭군처럼 묘사하는 상어들조차도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거니와, 다이빙 중에 만나면 사람을 피해 달아나기 바쁘다.
게임의 컨셉 상, 게임 초반에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 이상한 블루홀의 생명체들은 유난히 공격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게 뭐겠는가.
아니, 이 아름다운 바닷속을 무슨 던전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 (실제는 이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묘사된 수중생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타이탄 트리거 피시"라는 녀석이다. 다이빙 중에 마주치면 성질 건드리지 않도록 옆으로 슬슬 피해 다녀야 한다. 자칫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정말 게임에서처럼 냅다 달려드는 "꼴통"으로 불리는 녀석이다.
실제의 스쿠버다이빙 때 꼭 피해야 할 녀석이 바로 타이탄 트리거 피시 (실제로 머리 위에 느낌표 뜨고 덤벼드는 느낌이다.)
내가 처음 오픈워터 코스를 받았던 꼬따오에서 강사님을 공격하던 타이탄 트리거 피시. 나중에 보니 핀(오리발)에 이빨에 뚫린 구멍이 생겼다고. (이게 도대체 몇 년 전 사진이야?)
이 외에도 실제랑 다른 점은 무척 많다. 실제 다이빙에서 데이브처럼 그렇게 오르락내리락 다니다간 흔히 "잠수병"이라 부르는 감압병에 걸려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리고 혼자서 다이빙을 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일이고. 스쿠버다이빙 중에 작살 사냥이 가능한가 의문이 들어서 찾아보니, 허가를 받아 사냥이 가능한 곳이 있기는 한가 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