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그려진 실제의 생물들 (1)
게임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수중 생물은 단연 이 녀석, 타이탄 트리거피시였다.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처음 만난 녀석이 느낌표를 빡! 띄우고는 잡아먹을 듯이 덤벼드는 모습이, 실제 물속에서 만났을 때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다이빙을 처음 배우던 태국 꼬따오에서 무려 강사님을 공격하던 타이탄 트리거피시를 본 것이 첫 만남이었다.
그때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했던 데다가, 이후로 다이빙 여행을 갈 때도 인솔 강사님이 항상 이 녀석을 만나면 조심해야 한대서 깡패 같은 이미지는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가끔씩 물속에서 마주치면 옆으로 슬슬 피해 다녀야 했고, 어쩌다가는 둥지 주변에서 어슬렁대는 다른 물고기들을 쉴 새 없이 쫓아내느라 바쁜 모습도 봐 왔는데, 첫 만남에서와 같은 그런 결정적인 장면은 이후로는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없지 않다는 것이 이 녀석에 대한 모순적인 감정이다.
게임에서는 모든 수중 생물들이 데이브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지만, 현실에서 조심해야 할 수중 생물을 꼽으라면 누구라도 첫 번째로 꼽는 것이 이 녀석이라, 게임 초반에 만난 타이탄 트리거피시는 다이버 게이머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한다.
타이탄 트리거피시 다음으로 게임 초반에 만나게 되는 공격성 생물이 라이언피시다.
우리말로는 "쏠배감펭"이라고 불리는 이 녀석은, 주로 얕은 열대 바다에서 볼 수 있고, 매우 화려한 외모와 느릿한 움직임 때문에 다이빙 중에 좋은 볼거리와 사진의 피사체가 되어 준다.
하지만 역시 아름다움 뒤엔 무서움도 있는 것. 이 녀석의 화려한 겉모양은 독침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까딱 건드리기라도 하면 어마어마한 고통을 맛보게 된다. 초보 다이버들에게 항상 조심하라고 경고를 하는데, 아주 드물게 실수로 건드려서 퉁퉁 부은 체로 울며불며 나오는 다이버들이 있기도 하다. 게임에서처럼 먼저 덤벼들지는 않으니, 실수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
라이언피시는 원래 인도-태평양 바다에만 살고, 대서양에는 살지 않는 물고기였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카리브해에서 라이언피시가 발견됐는데, 천적이 없어서 짧은 시간 안에 그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고 한다. 아마도 아름다운 모양 때문에 관상용으로 키우던 라이언피시를 누군가 바다에 버렸거나 한 이유로 추측한다는데, 문제는 외래어종이라 이 지역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주범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카리브해에서는 스쿠버다이버가 라이언피시를 잡도록 장려하고 있고, 주변 식당에서는 라이언피시 요리를 개발해서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이 녀석 맛이 꽤 괜찮다고 하니, 언젠가 카리브해에 가게 되면 사냥도 해 보고 요리도 먹어봐야겠다.
게임 중에 분명 곰치를 재료로 한 요리가 있는데, 곰치를 잡으려니 구멍에 숨어 있어서 도통 잡을 수가 없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싶었는데, 곰치는 밤에만 보금자리에서 나오니 그때 잡을 수 있다는 거다. 아하, 재미난 습성을 게임에 잘 반영해 뒀구나 싶었다.
곰치는 실제 다이빙 중에도 종종 볼 수 있는 녀석인데, 게임에서처럼 굴에 숨은 체로 머리만 내밀고는 흐늘흐늘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있을 때는 거의 입을 벌리고 있는데, 이건 숨쉬기 위해 그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입안을 관찰할 수도 있는데, 입천장의 중앙에도 한 줄로 이빨이 날카롭게 솟아난 것을 볼 수가 있어, 얼마나 위험한 포식자인지 가늠할 수 있다.
곰치가 보금자리를 떠나 밖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은 확실히 흔치는 않은 일이지만, 어쩌다 운이 좋으면 밖에 나와서 어딘가를 바삐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게임에서처럼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으니,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곰치는 별미의 요리로 만들어 먹는 편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볼 수 있는 "곰치국"의 재료는 이 곰치가 아니니 혼동하지 말자. (동해안이 따뜻해져서 언젠가는 열대바다의 곰치가 잡힐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