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강사 Sep 22. 2024

[다이버가 본]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 2

게임 속에 그려진 실존하는 장면들

섬 풍경과 햇살

데이브가 다이빙하는 이곳은 태평양의 섬들을 생각나게 한다. 필리핀, 팔라우, 인도네시아 등의 섬들이 이렇게 찬란한 햇살 아래, 바위가 솟아오른 듯한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바위 틈새로 짙은 초록의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섬과 바닷물이 맞닿아 있는 곳이 파도에 패여 있는 특징적인 풍경도 있다.


처음에 풍경을 보자마자 다이빙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원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필리핀의 엘니도(El Nido)


데이브가 바다에 뛰어든 후의 물속 풍경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맑고 투명한 수면의 물빛을 커다란 픽셀로 이렇게 잘 그려놨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리고 이 게임에서 무엇보다 힐링 팩터로 작용한 것이 있는데, 바로 수면 아래로 쏟아지는 햇살이다. 물결에 따라 햇빛이 일렁이는 모습은 그동안 잊었던 열대바다의 따뜻함을 떠올리게 해 준다.


오로라처럼 일렁이는 햇살만 봐도 아름다운 열대의 바닷속


난파선

게임에서 난파선은 작은 고깃배 정도의 배를 통과해서 그 아래에 다른 넓은 공간이 나오는 것으로만 그려져 있다. 그래서 난파선을 묘사하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통하는 관문 정도로만 나오는데, 난파선 다이빙을 징하게 해 본 다이버로서 조금 아쉬움이 느껴지긴 한다.


게임에서 난파선은 그냥 지나가는 문처럼만 취급되는 게 살짝 아쉬웠다.


"난파선"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도 있고, 해외 유명 다이브사이트에도 적지 않게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오랜 옛날에 침몰한 배들도 있지만, 어떤 곳은 다이버들을 유치하기 위해 오래된 배를 일부러 침몰시켜 난파선 다이빙 포인트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방법은 수중 생물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작은 규모의 난파선 다이빙은 다이빙 초보자도 경험해 볼 수 있는데, 배를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상황도 신기하고, 작은 선실 정도는 큰 위험 없이 드나들 수 있기도 하다.


좀 더 큰 규모의 난파선은 얘기가 달라진다. 지구상의 곳곳엔 다이버가 드나들 수 있는 거대한 난파선들이 있는데, 이곳은 자연의 바다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쇳덩이로 만들어진 군함이라도 마치 블랙펄 해적선처럼 낡고 오래되어 보이고, 배의 외부도 내부도 수중생물로 뒤덮여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다. 배의 내부는 빛이 들지 않는 곳도 많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으스스한 분위기가 지배한다. 게임에서도 난파선 내부를 그려낼 수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퀘스트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정도의 거대한 난파선 다이빙은 비용도 꽤 많이 드는 데다가, 다이빙 경험과 실력도 꽤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게임 개발자들이 경험해 보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긴 하겠다. (그럴 땐 전문가 도움을 받아 주세욧!)


거대 난파선 다이빙. 축(Chuuk)이라고 하는 남태평양 군도인데, 돈도 시간도 많이 드는 곳이라...


한밤의 다이빙

데이브는 밤에도 반초스시의 재료를 구하러 물속을 뛰어든다. 실제라면 상당한 중노동인데...


밤에는 오히려 플래시 불빛 때문에 색깔이 더 예쁘게 보이는 바닷속


스쿠버다이빙이 뭔지도 제대로 모른 체로 처음 태국에서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때, 불과 며칠 만에 처음 나이트다이빙을 들어갔다. 그때의 기억이 이제는 어렴풋하지만, 예전에 써 놓은 기록을 봤을 때, 무척 무서워했었던 것 같다. 어찌 안 그렇겠는가. 하지만 한 번 들어갔다 나와서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놀라움과 신비함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었다.


https://brunch.co.kr/@divingtang/7


게임에서 밤의 바닷속은 낮과는 전혀 다르게 묘사되는데, 나의 첫 나이트다이빙 기억에도 그랬었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수중생물들이 밤에는 보이기도 했고, 낮과 밤의 행동이 전혀 다른 생물들도 있다. 게임에서는 곰치(Moray eel)가 낮에는 숨어있고, 밤에만 나오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실제로는 꼭 그렇지는 않다.


그리고, 밤의 바닷속이 게임처럼 그렇게 공포스럽고 온갖 물고기들이 잡아 뜯으려고 덤벼드는 것도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나이트다이빙에 익숙해지고 나서 받는 느낌은 좀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사부작사부작대는 느낌이랄까...)


https://youtu.be/DP1Hfqc4H_4?si=KZP1LxkVWGG5fU5I

인도네시아 라자암팟의 환상적인 밤 풍경과 수중생물들


물속의 강

데이브가 어인 어린아이들의 의뢰를 받는 퀘스트로 등장하는 곳이다. "물속의 강"이라니, 이게 무슨 해괴한 말인가? (...라고 하지만 뒷 배경에 떨어지고 있는 물속의 폭포는 뭐냐고...)


이 얘기를 듣자마자, '아하, 앙헬리타 세노테 같은 풍경이 나오겠군?'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퀘스트 장소에 도착하니, 짐작대로 앙헬리타 세노테와 똑같은 풍경이 그려져 있다.


물속인데 웬 강?이라 상상 속의 공간이라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런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


세노테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칸쿤이 있는 곳)의 넓은 지역에 있는 지하강 같은 곳이다. 이 중에 Angelita(앙헬리타)라는 이름의 세노테에는 수심 30m 부근에 물보다 무거운 황화수소층이 뿌옇게 깔려 있는데, 여기에 고목들이 널려 있어서 강이 흐르고 있는 것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세노테 앙헬리타(Cenote Angelita)의 "물속의 강"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48943290@N08/15296552442/)


세노테는 다이버들에게는 버킷리스트라 할 정도로 환상적인 곳인데, 다린이 시절에는 꿈만 꾸던 이곳을 어쩌다 보니 결국엔 가 보게 되었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아내 Sophy와 함께 다시 가고 싶은 곳 0순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https://youtu.be/OmCIJI1cJ1g?si=QwYiFKBMVV5L-ho8

Angelita와 비슷한 풍경의 Cenote El Pit


브라이니클

빙하지역의 빠른 조류가 흐르는 곳에 장애물로 등장한다. 통로의 천장에서 고드름처럼 내려오는 얼음인데, Youtube 동영상으로 많이들 본 장면일 것이다.


https://youtu.be/BtQhb8sWJNw?t=20

BBC에서 찍은 "죽음의 얼음 손가락" 브라이니클


그 모양이 꼭 악마의 손가락처럼 보여서 "Ice finger of death"라는 별명이 붙어있기도 하다.(그렇게 생긴 걸 골라서 동영상을 만들었겠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이 얼음에 닿은 수중생물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금방 얼어붙어 버리니까 과장이 아닐 수도 있겠다.


이 현상은 고농도의 소금물이 영하의 온도로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생기는 현상인데, 그것이 이렇게 마법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브라이니클(Brinicle)"이란 이름은 고농도 소금물을 말하는 "Brine"과 고드름의 "Icicle"을 합쳐서 만든 이름일 것 같다.


게임에 등장하는 브라이니클. 지나가면 위에서 쭉쭉쭉 아래로 고드름이 뻗어져 내려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