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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l 03. 2016

Night Diving

초현실의 시공간. 2006년 8월

Deep Diving에서 처음 상어를 만난 그 느낌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Advanced Openwater Scurba Diver 과정에서 제일 짜릿한 경험이 찾아왔다. 바로 Night Diving이었다. 스쿠버다이빙이 뭔지도 모르고 Koh Tao에 들어온 게 엊그제인데 벌써 밤에 물속을 들어가게 생겼다.


Advanced Openwater Scuba Diver 과정의 하나로 Night Diving을 선택할 때는 "밤에도 다이빙을 하나요?"라고 놀라 했는데, 강사님은 그냥 담담하게 "네. 재밌어요. 해 보세요."라고만 얘기했다. Young과 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거 정말 해도 괜찮은 건가라는 무언의 대화를 했지만, 강사님의 아무것도 아닌 듯한 반응에 괜찮겠지라며, 어차피 모험을 하러 온 여행이니, 해 볼 수 있는 거라면 해 보자는 심산으로 Night Diving을 가기로 결정했다.


Night Diving은 해질 무렵에 나갔다. 역시 보트를 타고 나갔는데, 그리 멀리 나가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한낮의 출렁이던 물결도 한결 잔잔했다. 배들도 많지 않아서 고요했다. 음산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물은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검고 검은 물에서 잠깐잠깐 찰랑거리는 소리만 날 뿐, 그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도 강사님이랑 마오리 마스터가 같이 있어 주니까 괜찮겠지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Night Diving은 해질 무렵 어스름에 시작하는 편이다


Night Diving은 밤에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다이버들이 라이트를 가지고 입수를 한다. 검기만 하던 바다에 노란색의 라이트 불빛이 떠다녔고, 강사님이 입수를 하자 물속이 밝게 빛났다. 우리도 강사님을 따라 겁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첫날 느꼈던 수면 아래의 고요함에 어둡고 적막한 시야까지 더해져 영화에서나 보던 풍경 속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손에 쥔 작은 다이브 라이트 하나가 내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을 모두 책임지고 있었다. 라이트가 없으면 위아래조차도 분간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처음 느끼는 Night Diving은 어떤 말로 설명을 해도 충분치 않을 것 같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Night Diving 하면 가장 먼저 무섭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떠올린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첫 Night Divnig은 호기심과 신비로움 때문에 무서움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 (물속인지 어딘지도 잘 모르겠는 느낌)에 내 몸이 떠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을 넘어서는 경이로운 것이었다. 그리고 라이트를 비추면 물속의 풍경이 나타났고, 그 불빛의 줄기 사이로 물고기들이 왔다 갔다 했다.


낮의 풍경과는 달랐다. 비록 귀에 들리는 소리는 다르지 않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고요했다. 물고기들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 가면서 조용하고 잠잠한 줄만 알았던 밤의 바닷속에서 낮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느 한 구석에서 무언가가 움찔거리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강사님이 그런 곳을 비춰주며 우리에게 볼거리를 알려줬다. 불빛이 비친 곳에는 돌덩이 같은 것이 꼬물거리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발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낮 동안에는 안 보이던 게들이 어두워지자 이제야 나와서 먹이를 먹으며 다니는데, 그마저도 숨어 다니느라 등에다가 소라껍데기이며, 산호며, 말미잘이며 얹어 다니는 것이다. 변장하고 숨어 다니는 것이 게의 숙명인 건가. 그러게 왜 그렇게 맛있게 태어나서는... 


또 다른 구석에는 낮에도 보던 물고기들도 있었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불빛이 가자 귀찮은 듯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신기한 것들을 보던 차에, 강사님이 조용히 우리를 끌어당기더니, 라이트로 어딘가를 비추는 것이었다. 허공에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밤마실 나온 듯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다! 정확히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다만, 어슬렁 거리던 그 물고기는... 뭔가 번쩍 한 순간, 반쪽만 가라앉고 있었고, 뭔가 거대한 것이 휘릭하고 지나간 것 정도만 보았을 뿐이다. 강사님이 나를 보며 수신호로 잘 봤냐고 하며 OK? 사인을 보낸다. 뭐...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OK. 나중에 설명을 듣기로는, 밤에 사냥을 하는 사납게 생긴 Barrauda(창꼬치)의 사냥 장면이었다고 한다. 그런 무서운 물고기가 아무것도 안 보이는 그 어두운 공간에 같이 있었다니! 그제야 뭔가 알 수 없는 한기가 발 끝에서부터 스르륵 몸을 더듬으며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Night Diving의 풍경. 사진을 잘 찍을 줄 모르면 이렇게 흐릿하고 흔들리게 나오기 때문에 차라리 초보 때는 열심히 보는 편이 이득


밤의 물속에서는 낮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면들도 보여준다. 낮에는 다른 알록달록 예쁜 것들에 정신이 팔려 미처 보지 못했던 조그만 유생이니, 플랑크톤이니 하는 것들이 불빛 주위를 떠다녔다. 강사님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라이트를 가슴에 대서 불빛이 없는 암흑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전에 들은 대로 손을 마구 휘저었다. 


오오! 이런 거구나! 빛이 난다. 휘젓는 손 주위에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들이 보인다. 불꽃놀이처럼 화려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렴풋이, 작은 것들이 부끄러운 듯한 색의 빛을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다에 사는 작은 생물들이 발광 능력을 가진 것들이 많아서 이것들이 빛을 내는 것이라 한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내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긴장되면서도 짜릿했던 Night Diving이 끝났다. 하지만 감동은 끝나지 않았다. 물 위로 올라오니, 하늘에는 아까 물속에서 봤던 플랑크톤보다 더 밝고 더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보기 어려운 별들이 이 곳 오염되지 않은 Koh Tao에서 더 많이 보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Night Diving을 마치고 올라와서 본 하늘은 그 이상이었다. 비록 라이트의 불빛을 계속 보면서 다니긴 했지만, 평소보다는 훨씬 어두운 환경에 내 눈이 이미 적응되어 있었고, 해안에서 조금 나와 있는 바다 위는 불빛이 거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훨씬 별을 보기 좋은 조건이었다. 이런 하늘을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하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뜻밖에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면서 Night Diving을 마치니, Night Diving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고조되어 버렸다.




Night Diving 101


Night Diving은 이름에서부터 느끼듯이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상상조차 안 되는 생소한 세계입니다. Night Diving은 다른 특수 다이빙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보통의 다이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이빙의 형태입니다. 


Night Diving 얘기를 하면 "밤에도 다이빙을 하나요?"라며 놀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와, 그럼 안 무서운가요?"라는 두려움 섞인 호기심의 질문이 나옵니다. 그럼 저는 "아, 물론 무섭지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런데, 그 무서운 느낌이 어쩌면 Night Diving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무서움이라는 것이 묘한 흥분을 주거든요. 


무서움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마치 롤러코스터가 철컹철컹대며 출발대로 올라가는 동안의 느낌이랄까요. 완벽한 어둠과 무중력의 공간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의 경험을 안겨줍니다. 마치 영화에서나 묘사되던 주인공의 꿈속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장면 같은 겁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어둠은 역시 여전히 공포를 몰고 옵니다. 하지만, Night Diving에서는 그것이 더 이상 공포로만 남지 않습니다. 흥분과 놀라움, 호기심, 신기함으로 탈바꿈하는 데는 굳이 어떤 설명이나 절차가 필요치 않습니다.


Night Diving은 충분히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이루어집니다. 비록 낯설고 어두운 곳일지라도 강사와 가이드의 인솔 하에서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윽고 눈 앞에 펼쳐지는 세계는 낮의 바다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Night Diving의 풍경은 낮과는 사뭇 다릅니다. 같은 곳을 왔지만 정말 같은 곳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달라집니다. 파랗던 물이 어둠과 플래시 불빛으로 변한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분명히 뭔가 많이 다릅니다. 좀 더 적막한 느낌이고, 많은 생물들이 잠들어 있으면서, 또 새로운 생물들이 깨어나 움직이고 있습니다. 낮 동안 수없이 물결 지으며 눈 앞을 수놓았던 작은 damsel, butterfly fish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흐느적거리던 말미잘도, 연산호도 있는지 사라진 건지 구분이 안 갑니다. 


그런데 낮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입니다. 성게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물론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요. 그리고 또 꿈틀꿈틀 거리며 움직이는 것들이 보입니다. 


Night Diving 중에 재밌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게입니다. 식탁에서, 시장에서만 보던 게를 물속에서 보면 희한하게도 신기한 느낌입니다.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게들이 우리가 먹던 게들이랑은 조금씩 달라 보입니다. 모두들 등에다 이삿짐을 짊어지고 다니느라 바쁩니다. 말미잘은 보통이고 해면, 산호를 얹고 다니기도 하고, 정말 특이한 케이스는 바나나 껍질 같은 걸 얹고 다니는 녀석도 있다는군요. 이걸 위장이라고 해야 할지 개성이라고 해야 할지... 


Night Diving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광경이 있으니, 바로 발광 플랑크톤입니다. 사실 바닷속에는 수많은 플랑크톤이 떠 다니고 있습니다. 다만, 그 크기가 너무 작고 투명하기까지 해서 낮에는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밤에는 이 플랑크톤을 볼 수 있습니다. 빛을 내기 때문입니다. 플래시의 빛을 가리고 손 앞을 휘휘 저으면 살짝살짝 희미하게 불그스름한 빛들이 춤을 추다 사라집니다. 이 빛이 바로 플랑크톤이 내는 빛입니다.


Night Diving의 특징은 대부분의 시야를 장악하고 있는 어둠과 플래시에 의존하는 조그만 밝은 부분의 조화입니다. 우리가 보는 빛이 물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아니라 손에 들고 있는 플래시의 빛입니다. 그래서 비록 일부분만 비출 뿐이지만, 반면 플래시의 밝은 빛 때문에 낮에 비해서 색깔은 더 잘 보입니다. 산란된 햇빛에 의한 푸른빛이 없이 원래의 색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촬영을 할 때도 수중 모드나 컬러 보정 필터는 적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오히려 낮에는 보지 못했던 수중 생물들의 원래의 색깔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Dive Light. 요즘은 예전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성능의 Dive Light들이 많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잠재적인 위험이 있지만, 최상의 안전을 위해서 Night Diving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Night Diving은 최대한 평온한 포인트에서 이루어집니다. 대개는 낮에 한 번 와 봤던 곳을 갑니다. 조류와 파도도 없고, 통행하는 배도 없고, 얕은 바닥이 충분히 펼쳐진 곳에서 합니다. 필수적으로 Night Diving용 플래시(Dive Light, Lantern, Torch 등으로 불립니다.)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여분의 플래시도 하나 더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 것이 없으면 렌털 장비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배터리는 100% 충전된 상태로 다이빙을 시작해야 합니다. 플래시를 이용한 의사소통, 플래시를 비추는 방법, 공기탱크 잔압 게이지 보는 방법, 위급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강사의 설명을 잘 들어야 합니다. 


모든 장비의 사용은 보지 않고 촉감으로도 잘 다룰 수 있도록 능숙하게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강사의 인솔에 잘 따르며 놓치지 않는 것이 안전을 위한 최상의 방법입니다. Night Diving은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어둑어둑해지는 황혼 무렵에 시작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미리 예약을 해서 저녁 식사 스케줄과 함께 조정을 합니다.


Night Diving에는 또 하나의 묘미가 있습니다. 이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꽤 많은데요. 신비로운 밤의 바닷속을 구경하고 수면을 올라오면 또 하나의 장관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바로 쏟아질 듯한 별들과 은하수입니다. 어둠에 적응된 우리의 눈과 열대 바다의 깨끗한 하늘이 선사하는 선물입니다. 수면 밖으로 고개를 내민 다이버들은 다른 말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우와~!"하고 그냥 멍하니 넋을 잃고 있지요. 그러다 보면 별똥별도 간혹 보입니다.


Night Diving은 Advanced Openwater Scuba Diver 자격 이상의 다이버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 Advanced Openwater Scuba Diver 과정에 Night Diving 코스가 있어서 Night Diving에 필요한 지식이나 경험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처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다이버가 Advanced Openwater Scuba Diver 과정에서 Night Diving을 배우는 것은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Night Diving을 가기에 충분한지는 다이버 본인보다는 인솔 강사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꼭 Advanced Openwater Scuba Diver 과정에서 Night Diving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Advanced Openwater Scuba Diver 자격자로서 충분히 경험과 스킬을 갖추고 있다면 인솔 강사의 판단에 따라 Night Diving에 참여할 수 있으니, 강사에게 도움을 받아 자아를 찾는 무중력 신세계로의 여행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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