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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l 09. 2016

피하고 싶은 동네형

누군가는 꼴통이라 부르더라. 2006년 8월

바다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궁금해하는 것들이 대부분 정해져 있으니,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혹시 위험한 생물들은 없는지 궁금했다. 교재에는 아무것도 만지지 않으면 안전하다고는 되어 있다. 물론 아무것도 만지지 않을 자신이야 있지만, 내가 모르는 새에 만지게 될 수도 있고, 또는 다가가기만 했는데 나한테 달려들면 어쩌려나 하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의 궁금증이었다.

우리가 혹시 조심해야 할 생물이 없는지를 물었을 때 강사님은 딱 한마디 하셨다. "Triggerfish".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우리에게 당연한 수순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게 그 물고기예요"라고 가리키는 쪽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 리조트의 마스코트(?)가 바로 조심해야 할 물고기라는 것이다.


리조트에서는 Triggerfish를 마스코트로 쓰고 있었다


궁금증은 더해 갔다. 이 물고기가 도대체 뭔데 조심하란 걸까? 근데 또 왜 하필 리조트는 그 물고기를 마스코트로 쓴 거야? 


강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 물고기는 제법 커다란데, 공격한다 싶을 때는 이마에 달린 작은 삼각형 지느러미가 표족하게 선다고 한다. 평소에는 접혀 있단다. 그 오똑 서는 지느러미 모양새가 꼭 "방아쇠" 같아서 영어로 Triggerfish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러면서 손 모양을 보여 주었다. 


"이게 Triggerfish 수신호예요. 제가 이렇게 신호하면 일단 피해야 돼요. 물론 피한다고 피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네? 피한다고 피할 수 있으면 다행? 그건 또 무슨 얘기? 불안한 호기심을 떨치지 못하는 우리에게 강사님은 물속에서 만나면 알려 줄 테니 잘 보고, 특별히 큰 일은 없을 테니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Triggerfish를 뜻하는 수신호. 엄지손가락을 방아쇠처럼 움직이기도 한다


스쿠버다이빙을 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제는 얼추 익숙해져 가는 느낌이다. 이번엔 또 어떤 풍경을 보게 될지, 또는 뭔가 신기한 것을 볼 수 있을지, 배 위에서 들을 수 있는 마오리샘의 흥미진진한 무용담이며, 따가운 햇살, 비릿한 바람도 모두 익숙하지만 여전히 설레는 것들이다.

강사님이 우리를 이끌고 있었고, 마오리샘이 뒤에서 보조를 해 주셨다. 이 이상 편안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인지 앞에 가시던 강사님이 크게 몸을 움직였다. 마치 마리오넷 인형처럼 몸을 계속 움직이고 있었는데, 강사님의 핀 끝에는 큰 물고기, 그러니까 아까 얘기하던 리조트 마스코트의 물고기가 이리저리 핀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아! 저게 바로 Triggerfish! 별 일 없을 거라고 하시더니 일부러 별 일을 만드신 건가?' 


나는 사실 그때까지도 강사님이 Triggerfish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불러왔거나 아니면 그저 잠깐 귀찮은 실랑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오자마자 강사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C 핀에 구멍 났네!"라고 투덜대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그냥 볼거리를 만들어 주는 줄 알았던 강사님과 Triggerfish의 사투(?). Triggerfish의 이마 지느러미의 공포를 그 때는 몰랐다


네? 핀에 구멍이 났다고요? 아니, 핀이 얼마나 단단하고 두꺼운데, 여기에 구멍이 날 정도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내가 강사님이 Triggerfish와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 장면은 사실은 Triggerfish의 삶의 터전과 강사님의 목숨과도 같은(?) 오리발을 건 사투였던 것이다. 


Triggerfish의 공격은 잠깐 귀찮은 정도로 끝날 것이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이번처럼 장비가 망가지거나 더 운이 나쁘면 피를 볼 정도로 다치는 심각한 사태에 이르기도 한단다.


공격하다 지쳤는지 스르륵 바닥으로 가더니 누워서(?!?) 쉬고 있는 Triggefish. 별난 놈일쎄...


강사님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던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Triggerfish가 가까이 온 줄도 몰랐다고 하니 어쩌면 뜻하지 않게 귀한(?)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우린 그것도 모르고 으레 초보자들을 위해 선보이는 어색한 공연 정도로 생각하고는 피식거리며 보았던 것이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Triggerfish는 이후로도 행여나 또 마주쳐서 덤벼들지 않을까 모두들 조심하며 다녔으니, 그야말로 동네 골목 어귀에서 마주칠까 피해 다녔던 동네 형아들을 바다 속에서 만난 느낌이었다.



바닷속에서 피하고 싶은 생물들


어느 정도 경험을 가진 다이버들에게 바다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생물을 꼽으라면 단연 주저 없이 나오는 녀석이 바로 Triggerfish입니다. 정확하게는 Titan triggerfish라는 이름입니다. (Triggerfish는 "쥐치"류 물고기의 통칭입니다.) 


이 녀석이 공포의 대상으로 꼽히게 된 이유는 근처에 오는 생물은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꼴통 같은 공격성 때문입니다. 거기에 크기도 꽤 큰 편에다 이빨도 크고 날카로워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위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이빙을 할 때 현지 가이드로부터 어디에 이 녀석들이 나타나는지, 또는 산란기에는 더욱 민감해지기 때문에 더 조심하라는 등의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공격을 받아도 별 피해 없이 도망쳐 나온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같이 다이빙한 친구들에겐 재미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Titan triggerfish 말고는 먼저 덤벼드는 생물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할 생물들은 우리가 무심코 건드리게 되면 위험할 수 있는 생물들입니다.

다이버들이 가장 성가셔하는 생물이 해파리입니다. 해파리는 물속의 모기 같이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새에 스쳐 지나가듯 피부에 닿으면 따끔하게 쏘고 갑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해파리들은 좀 성가신 정도이지만 조금 크거나 특별히 독을 가진 해파리는 큰 고통과 흉터를 남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물이 따뜻하고 귀찮더라도 긴 수트를 입는 것이 좋습니다. 래쉬가드만으로는 해파리로부터의 쏘임을 충분히 막을 수 없습니다. 발목 보호를 위해 다이빙용 양말을 신는 것도 필요합니다.

동남아의 바다에서 다이빙할 때 항상 주의를 듣는 생물이 Lionfish입니다. 우리말로는 쏠배감펭으로도 불리는 이 물고기는 화려한 외모로 항상 사진의 피사체로 인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대로 지느러미 끝에는 뾰족한 독침이 있습니다. 이 독침 때문인지 Lionfish는 항상 느긋하게 떠 다닙니다. 그래서 다이버가 굳이 건드리려 하지만 않는다면 위협적이지 않지만 혹시라도 버디와 장난을 치거나 몸을 움직이다가 건드리면 크게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외모에 숨겨진 독가시로 유명한 Lionfish


실제로 많은 다이버들에게 고통을 주는 생물은 의외일 수도 있겠는데, 산호와 Hydra입니다. 산호는 움직이지도 않고 별 위협도 없어 보이지만, 무심코 산호를 잡거나 스쳐 지나가다 긁히면 물속에서 물러진 피부에 금방 상처가 납니다. 산호에 긁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아서 여행 내내 불편을 줍니다. 


Hydra는 거의 잡초처럼 눈으로 보기엔 아무런 존재감을 보이지 않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역시 부주의하게 바닥이나 바위 등에 가까이 다니다가 스치면 해파리가 쏘는 것처럼 다이버를 공격, 아니 자신을 방어합니다.

위험할 것 까진 아니지만, 의외로 공격적인 물고기가 있는데, 이제는 Nemo(니모)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Anemonefish(흰동가리)입니다. 말미잘 속에서 쉴 새 없이 팔랑거리는 모습이 무척 귀엽지만, 사실 이 물고기들은 거대한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보금자리와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하는 것입니다. 다이버가 이들을 계속 귀찮게 하다 보면 결국 이 물고기들은 달려들어 손가락을 물기도 하고 들이대는 카메라 렌즈에 탁탁 소리가 날 정도로 부딪칩니다.

모든 바다의 생물들은 결국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에게 위협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삶의 터전에 침범하는 모양새인 만큼 그들을 존중하고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안전한 다이빙을 즐기는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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