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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l 14. 2016

인생의 버디를 만나다

부부 다이버에 대한 로망. 2007년 9월

나의 첫 스쿠버다이빙의 경험, 꼬따오에서의 Openwater Diver, Advanced Openwater Diver 코스의 기억은 한동안 그냥 그렇게 하나의 경험으로만 남아 있었다. 


뉴질랜드에 가서 번지점프를 해 봤다라든가, 이집트에 가서 낙타를 타 봤다, 터키에서 열기구를 타 봤다는 수준의 여행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태국의 꼬따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해 봤다는 것보다는 앞서 얘기한 것들이 훨씬 근사한 경험일 것 같다. 


스쿠버다이빙은 객기에 친구를 쫓아가서 배운 여행 경험 이상의 다른 의미는 없었던 것이다. 싱글의 지루한 삶을 보내는 동안 7번의 소개팅을, 아니 선을(?) 보면서 처음 본 사이에 딱히 할 말이 없는 상황에서도 스쿠버다이빙 얘기를 꺼낸 적이 없을 정도로 특별한 경험이란 생각도 없었다. 물속에서 느꼈던 이루 말할 수 없는 편안함, 어두운 바다 속에서 만난 날카로운 상어의 눈빛도 그냥 점점 사라져 가는 추억, 아니, 기억 이상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지금의 아내인 Sophy는 대학 동기이다. 대학교에 있을 때 CC로 지냈었지만, 나는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그녀는 석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학교에 남아 있다 보니 멀어져 버렸고, 그녀를 다시 만나기까지 몇 년 동안은 서로 소식도 없이 남남으로 지내던 터였다. 


그러던 중 회사 선배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그 선배 역시 나와 같은 대학을 나왔고, 그녀와 같은 과였다. 이미 결혼식을 가기 전부터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예상이 가능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예상대로 그녀와 마주치게 되었다. 마지막 봤을 때 보다 좀 더 커진 눈을 가진 그녀와. 그리고 헤어진 지 8년 만에 다시 밀당을 하는 사이가 되어 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동안 마치 먼 기억 속에나 존재하던 것처럼 여겨졌던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얘기를 그녀에게 꺼내었다. 그즈음에는 둘 다 이제 결혼이란 걸 생각할 때라는 것에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결혼이라는 신기루 같은 판타지를 이루는 필수 요소의 하나로 부부가 함께 취미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나의 머리 속에서 보름달 밤에 스멀스멀 기어 나와 알을 낳으러 가는 바다거북처럼 입 밖으로 흘러나온 주제가 바로 스쿠버다이빙이었다. 다른 취미도 많이 있었겠지만, 부부가 함께 하는 취미로서는 뭔가 활동적인 것이 좋겠다는 나만의 근거 없는 기준이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물에서 노는 거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한 번 다녀왔던 스쿠버다이빙을 취미로까지 레벨 업시켜서 거론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나의 바람을 그녀에게 얘기했고, 심지어 만일 그녀가 스쿠버다이빙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이는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는 마음까지 먹고 있었다. 수영도 못하고 물에서 노는 것도 좋아해 본 적이 없다던 그녀는 별로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 체로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함 해보지 뭐."라고 나의 뜻에 동의해 버렸다.


그것이 귀신에 홀린 건지 운명이 이끈 것인지, 아니면 투자라고 생각했던 건지 혹은 도박을 걸어보는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을 내가 모두 대기로 하고 필리핀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어디가 좋을까 수소문하던 중에 회사 동료들이 강력히 추천하는 엘니도(El Nido)를 그녀와 나의 첫 다이빙 버디가 되는 장소로 정했다. 


필리핀의 서쪽에 가지처럼 길게 뻗은 팔라완 지역의 엘니도는 지금도 필리핀에서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휴양지인데, 당시에는 가격도 한 가격 하는 데다, 국내에서 이 지역을 상품으로 다루는 여행사도 많지 않았다. 


겨우 찾아낸 여행사에서는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위해 직접 만나서 안내를 받아가는 것을 권했다. 아마도 사장님 혼자 운영하시는 듯한 조그만 여행사 사무실이었고, 여러 가지 내용을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그리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픽업 서비스에 대한 안내를 해 주셨는데, 여행 경험이 별로 없던 나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아니면 그게 뭔지도 잘 이해하지 못했는지, 얼마 되지도 않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여 필요치 않다고 했다. 


그때는 그 판단이 얼마나 경솔한 생각이었는지 미처 몰랐다.


수려한 경관의 엘니도




스쿠버다이빙 그거 엄청 비싼 거 아냐?


어떤 일을 하든 돈이 들지 않는 일은 없지요. 스쿠버다이빙도 여행 중에 특별한 액티비티를 하는 일이다 보니, 그냥 다니는 것보다는 부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쿠버다이빙 장비에 드는 비용에 대한 부분입니다. "그거 옷이랑 오리발이랑 호흡기랑 다 사야 되는 거 아냐? 게다가 엄청 비싸다던데?" 이 얘기를 정말 스쿠버다이빙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 거의 모두로부터 들어본 것 같습니다. 


저는 스쿠버다이빙을 처음 시작할 때 수영복 한 장 들고 갔었습니다. 심지어 그 수영복 한 장도 머물던 리조트 바로 옆 가게에서 더 싸게 살 수도 있었습니다. 라이선스 과정을 배우는 중간에 내 얼굴에 잘 맞는 마스크(수경)와 스노클을 샀으며, 그 이후로 100회의 다이빙을 하는 동안 다이브 컴퓨터 외에 장비를 산 것은 없습니다.


장비 구매의 5부 능선이라고 불리는 다이브 컴퓨터. 요즘은 구매 시기가 훨씬 앞당겨 졌다


다이빙 여행을 가면 항상 다이브 샵에서 장비를 빌립니다. 장비 빌리는 비용은 별로 비싸지 않습니다. 몰디브의 고급 리조트 같은 곳은 조금 비싼 편이긴 했지만, 제가 주로 다녔던 동남아의 다이브 샵에서의 장비 대여료는 비싸지 않습니다. 하루 동안 장비를 빌리는 데 대략 한 끼 밥값 정도였던 것 같네요. 


장비 이외에 실제 스쿠버다이빙에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스쿠버다이빙을 위해서는 자격을 갖춘 전문 가이드와 현지 가이드, 공기탱크 충전, 보트 운행, 보트 위에서 여러 가지 도움을 주는 분들이 같이 움직입니다. 다이브 샵에서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운영을 하면서 비용을 받는 것인데, 움직이는 사람들과 스쿠버다이빙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을 생각하자면 다이빙에 드는 비용이 비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이 정도 비용으로 이렇게 즐길 수 있다면 정말 괜찮은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여행 중에 할 수 있는 다른 일, 즉 쇼핑, 외식, 관광지 방문, 공연 관람 등과 비교를 해 본다면 비용 대비 만족도를 따져 볼 때 더 확실해집니다. 결국엔 다른 여행과 비교를 하면서 "그 돈이면 다이빙을 더 가겠다."라는 말까지 하게 되지요.


전문적인 다이브 샵들이 많은 여행지에서는 비용이 더욱 낮아집니다. 일정 기간 동안의 다이빙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라이선스 과정을 생각한다면 다이브 샵의 패키지 상품을 살펴보거나 전화로 문의를 해 보아야 합니다. 부지런히 찾아보거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운이 있는 사람이라면 숙박 비용을 따로 받지 않거나 매우 저렴한 상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무료로 제공되는 숙박은 유료에 비해서는 시설이 좀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돈은 없어도 혈기 왕성한 젊은 여행자라면 이런 상품들이 구미에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스쿠버다이빙하면 많은 사람들이 뭔가 돈이 많이 들 거라 생각하는 데 반해 사실 알고 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다는 것에 놀라실 겁니다. 어쩌면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물가가 싼 동남아시아 위주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 여행을 다니기엔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고, 이는 경제적으로도 많은 장점이 되고 있습니다. 똑같은 동남아 여행을 생각했을 때 스쿠버다이빙을 즐긴다고 해서 다른 일반적인 여행에 비해 돈이 더 드는 부분이 별로 없고, 그 즐거움과 설렘이 보장된다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그런데, 스쿠버다이빙을 본격적으로 즐기게 되면 돈이 많이 든다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바다가 대부분 해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해외여행 비용이 듭니다. 더 좋은 바다는 더 멀리 있고, 더 사람들이 가지 않고, 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당연히 더 많은 비용이 듭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돈이 더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스쿠버다이빙에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부터 다음 여행을 가고 싶어 안달이 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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