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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n 28. 2016

검고 아름다운 공포

눈앞에서 상어를 볼 줄이야. 2006년 8월

Advanced Openwater Scuba Diver 과정은 한국인 강사님이 맡아서 교육을 진행해 주셨다. Advanced Openwater Scuba Diver 과정은 Openwater 보다 훨씬 자유롭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되었다. 


여러 가지 주제들 중에 하고 싶은 주제를 5가지 정해서 배우면 되는 것이었다....라고는 했지만, 어제 막 바다에 처음 들어가 본 내가 뭐가 뭔지 알 도리가 없다.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강사님이 선택을 도와주셨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이 Deep, Underwater Navigation, Underwater Naturalist, Fish Identification, Night 였다. Young은 꼭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그래서 Fish Identification 대신에 Underwater Photographer를 선택했다. 단, 이 경우 카메라 대여 비용을 조금 더 내야 했지만, 첫 스쿠버다이빙의 사진을 내 손으로 찍을 수 있다면 그 정도의 비용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그렇게 해서 찍은 첫 다이빙의 사진. 추억이라고 아무리 골라도 계륵같은 사진 밖에 없다. 지금만큼 카메라가 좋았던 때도 아니고...


Deep Diver는 Advanced Openwater Diver가 Openwater Diver와 가장 크게 차이나는 점인 한계 수심에 대한 교육으로, Openwater Diver가 수심 18m까지만 들어갈 수 있는 데 반해, Advanced Openwater Diver는 그 이하의 수심인 40m 까지 다이빙이 가능하도록 교육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Deep diving을 하기에 앞서, 강사님이 이상한 얘기를 하셨다. 30m 아래의 깊은 수심까지 가면 사람에 따라서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약간 헤롱헤롱 하는 느낌이 날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정상인지 아닌지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겠다고 하셨다. 당연하게도 음주 다이빙은 안 되는 것인데, 다이빙을 하면서 술에 취한 것 같은 느낌이 날 수 있다니! 뭔가 불안한 느낌? 하지만 강사님이 이끌어 주시는 교육 과정이니 설마 위험한 건 아니겠지?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 30m 수심을 가게 되었다. 이전 다이빙들이 편안하고 즐거웠기 때문에 수심이 깊어진다고 크게 걱정되거나 긴장되는 건 없었다. 다만 수심이 깊어지면서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주변이 더 어두워진 것이었다. 그리고, 주위의 색깔들이 더욱 검고 푸르게 짙어졌다. 심지어 잔압계에 있던 빨간색의 표시들도 검은색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 비해 확실히 내가 바다 속 깊은 곳에 와 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잠시 머물러 입수 전에 강사님이 얘기했던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겠다고 했다. 하얀 수중용 칠판에 간단한 덧셈 문제를 썼다. 뭐, 유치원 수준의 덧셈 문제들이라 손가락으로 답을 표시했다. 다음에는 강사님을 따라 열 손가락을 순서대로 접었다 폈다 하는 것이었다. 크게 어렵지는 않은, 한쪽 방향으로 한 번씩 접었다 폈다 하는 동작이었는데, 어라? Young이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로 이게 강사님이 얘기한 질소 마취라는 건가? (지금은 "기체 마취"라고 부른다.) 


보아하니, Young 이 녀석은 그냥 손놀림 자체가 둔한 것 같았다. 30m 정도에서 질소 마취를 느끼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고 한다. 아무튼 Young 때문에 물속에서 한바탕 거품을 잔뜩 내며 웃은 후 수심 30m의 주변을 다시 유영하였다. 


그리고 곧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순간이 왔다. 바닥에 보이는 저 윤곽은 다른 물고기들과는 달랐다. 움직임이 유연하고 부드러운 것이 분명 상어였다.


눈 앞에 바로 상어가 있었다.

강사님이 같이 있었고, 상어를 볼 수 있는 건 운이 좋은 거라 했으니 동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야생의 상어를 바로 눈 앞에서, 그것도 같은 물속에서 보고 있자니 어두운 물속이 한층 더 음침하고 무겁게 나를 압박하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물속에서 만난 상어는 마치 나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날카로운 지느러미와 늘씬하게 뻗어 부드러운 유선형의 몸매는 이전에는 상어라는 생물을 떠올릴 때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아름다움을 깨닫게 했다.




두려움의 대명사 "상어"


스쿠버다이빙을 해 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상어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때의 대답은 "빨리 기념사진을 찍는다"입니다.


다이빙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상어가 달려들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상어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거대한 백상아리! 쩍 벌린 입은 단 한 번에 사람을 꿀꺽 삼킬 수 있을 만큼 크고, 겹겹이 나 있는 톱날 같은 이빨은 어떤 것이든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만 같아! 한 방울의 피만으로도 수 km 밖에서 그 냄새를 맡고 쫓아온다는데! 


별로 얼마 되지 않는 표현만으로도 우리가 상상하는 상어의 이미지는 비슷비슷하게도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그려집니다. 아마도 지구 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운 이미지의 동물이 상어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새로운 내용을 많이 알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에 비해 상어로 인한 사고는 다른 사고들과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빈도가 낮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단순한 주장이 아닌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통계 수치에서도 나타납니다. 


통계 수치의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거의 모든 자료에서 말하는 공통된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상어의 공격에 희생되는 사람의 수는 연간 5~10명 정도이고, (주로 상어가 서퍼들을 바다사자로 오인하여 사고가 난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뉴스에서 보고 듣는 사고들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좀 더 알기 쉽게 만든 통계 자료를 참조하자면, 자동차 사고는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사고율이 45,000배나 높다고 합니다.), 자전거, 기차, 비행기 사고들이 상어에 의한 사고보다 수백, 수천 배 높은 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번개에 의한 사고도 상어에 의한 사고보다 50배나 높다고 하며, 최근에는 셀카를 찍다가 죽는 사람이 상어에 희생되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웃지 못할 통계도 나왔으니, 상어에 대한 우리의 우려와 공포가 실제보다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일상생활의 사고와 스쿠버다이빙이라는 특수한 제한적인 활동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비율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인지. 이에 대해서도 횟수 별, 시간 별에 대한 통계가 있으며, 이 역시 다른 사고들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의 차이를 보여 줍니다. 절대적인 사고 수를 봐도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수백만의 죽음에 관여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다. 그리고 그 옆에 백상아리가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다" 출처 - http://prosanctityoflife.com/


이런 통계는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해양경찰청에서 제공하는 통계입니다. 이 통계에 따르면, 1959년부터 지금까지 6명이 우리나라 바다에서 상어의 습격에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대략 10년에 1명 정도의 비율입니다. 만일 여러분의 기억 속에 국내 인근 해역에서의 상어의 습격을 다룬 뉴스를 TV에서 본 기억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10년 이전의 기억일 확률이 높습니다.


실제로 경험 많은 다이버들은 눈앞에서 상어를 보는 것을 다이빙의 커다란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상어는 수줍음이 많아서(?) 사람이 근처에 다가가면 대개 달아나 버립니다. 그래서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쪽은 오히려 사람 쪽이 되어 버립니다.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내용은 상어의 보호에 대한 것입니다. 상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이제야 시작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로서 지금껏 상어는 항상 포악하고 잔인하며, 우리가 바다를 가까이할 수 없도록 하는 괴물 같은 존재라는 이미지가 큰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상어를 보호하자"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 괴물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우리가 상어를 외면한 사이 상어의 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줄어 갔고, 지금은 원래 번성했던 시기의 90%의 상어가 인간에 의해 살해되어 사라져 버렸습니다.


상어 남획의 주원인은 샥스핀이라는 고급 중국 요리입니다. (샥스핀은 Shark's Fin입니다. 중국말 아니에요.) 샥스핀은 상어 지느러미를 재료로 한 수프 같은 요리로, 중국에서는 이 요리를 대접하지 않으면 제대로 손님을 대접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하게, 또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여겨집니다. 원래 엄청나게 많은 중국의 인구에다가 지금은 경제력이 급속히 성장하여, 예전에는 귀한 날에만 먹었다는 샥스핀의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를 잘라서 팔면 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바다의 난폭자로만 여겨진 상어는 별다른 관심도, 보호도 받지 못하는 동안 지느러미만 잘린 체로 바다에 버려져 죽어 갔습니다.


지느러미가 모두 잘린 체 버려져 죽어가는 상어. 출처 - 다큐멘터리 "Sharkwater" by Rob Stewart


상어를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단순히 자연보호와 같은 원론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상어는 바다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위에 위치한 포식자입니다. 상어의 수가 줄어들면서 먹이사슬의 피라미드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것은 연쇄적으로 전 지구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바다 생물의 증가와 감소는 플랑크톤의 양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는 결국 바다가 조절하는 지구 대기에도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이런 복잡한 과학적 배경지식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극히 짧은 기간 동안 멸종의 위협에 까지 이르러 버린 상어의 위기는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다행히도 상어 보호를 위한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유명 배우나 스포츠 스타들은 샥스핀을 먹지 않겠다는 광고를 제작하였고, 최근에는 몇몇 나라나 미국의 주에서 상어 지느러미의 무역 거래를 금지하는 법도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상어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은 아직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바다의 괴물이라는 이미지에 밀려 그동안 너무 우리의 관심에 멀어져 있던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좀 더 상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면 바다는 그만큼의 보답을 우리에게 돌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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