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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n 23. 2016

구릿빛 피부를 동경하던 남자의 말로

햇빛이 언제까지나 좋기만 할까. 2006년 8월

배는 물결에 넘실거리고 있었고, 하늘엔 구름도 없어 쨍한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우리가 탄 배는 다행히도 지붕이 있어 햇빛은 피할 수 있었다. 지붕 위에는 옥상 같이 deck이 있다고 한다. 안 올라가 볼 수 있나. 


오오! 지붕 아래에서 보던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가리는 것이 없어서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를 만끽할 수 있었다. 


Young은 태국에 오면서부터 꼭 태닝을 해서 구릿빛 피부를 만들어 보겠노라고 했었다. Young이나 나나 희한하게도 동양 남자치고는 둘 다 피부가 하얀 허여멀건 편이었는데, Young은 그런 피부가 자신의 남자다움을 방해한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Young은 바닥에 크게 누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이가 서른도 넘었는데 그런 치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나야 아무것도 모르던 때였지만, 다른 누구라도 그러면 곧 후회할 거란 조언을 해 줬어야 했다. 말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햇빛이 어찌나 따가운지 굳이 누가 조언을 할 필요도 없이 Young은 금방 일어났다. Young은 누워있기가 민망해서 그렇다고 했는데, 금세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아마도 햇빛보다는 민망함 때문이었다는 얘기라는 건지? 


거리낌 없이 내리쬐는 햇빛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날카로웠고,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나 내려왔다. Young은 좀 더 버텨 보겠노라고 햇빛 아래 앉아서 몇 분을 있었다. 실제로는 그닥 긴 시간을 앉아 있지는 않았음에도 Young은 그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꾸부정하게 앉은 탓에 뱃살이 접혔는데, 햇빛은 그 접힌 부분만 남겨두고 배에 구릿빛 피부를 선사해 주었고, Young의 배에는 '왕'자가 아닌 하얀색 '삼'자가 새겨져 버렸다. 참나, 별 짓을 다 보는구나.


이어지는 다이빙들도 마냥 좋기만 했는데, 다음날에는 복병이 있었다. 수트(잠수복)를 입는데 어깨가 너무 쓰라렸다. 아뿔싸. 남국의 정취에 젖어 햇빛에 너무 자주 나갔더니 어깨가 탄 것이다. 울긋불긋 열이 나고 있었는데, 여기에 수트를 입으면서 쓰라렸고, 이 위로 무거운 공기탱크와 BCD를 짊어지니 마치 불에 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장비를 착용하면 가능한 한 빨리 시원하고도 무거운 중력을 덜어주는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물속에 들어가면 뜨겁던 어깨도 식고 공기탱크의 무게도 사라져 한결 살 것 같았다. 


그런데, 복병은 물속에도 있었다. 교육을 받기 위해 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앉게 되는데, 어제까지는 아무렇지도 않던 것이 오늘은 어째 따끔따끔한 거다. 나중에 물 밖에 올라와서 보니, 무릎 역시도 햇빛에 타서 빨갛게 익은 데다가, 짧은 수트를 입어서 노출된 맨 살을 어제 하루 내내 모래밭에 대고 있었더니 이 역시도 생채기가 나 버린 것이다. 비록 물 속이라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았음에도, 물에 불어 물러진 살에, 넘실 거리는 물결이 끊임없이 좌우로 나를 흔들어 대더니 결국 무릎이 온전하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처럼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를 뱉어내며 챙겨주는 아내라도 있었더라면 이런 고통은 안 겪었겠지만, 30대 초반의 나이에 이런 경험 부족과 뒤늦은 치기 때문에 겪었던 고통이 얼마나 날카로왔는지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어깨에 불이 붙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남국의 태양 아래라면 이정도 장갑(?)은 5분이면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힘든 건 없었다. (또는 기억나지 않는 것이거나) 다음날도 순조로운 다이빙과 교육이 계속됐다. 나는 그렇게 가뿐하게 Openwater Scuba Diver가 되었다. 오예!~ 그리고 원래 계획했던 대로 이어서 바로 Advanced Openwater Scuba Diver 과정을 계속했다.




스쿠버다이빙 투어 중의 피부관리


남국의 해변은 햇빛이 날카롭고 뜨겁습니다. 그 햇빛이 또한 우리가 동경하는 풍경이기도 하지요. 뜨거운 햇빛 아래 피부 관리를 잘못하면 한 동안 고생 아닌 고생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즘 한국 관광객들은 유난히 햇빛에 타는 것을 싫어합니다. 피부를 햇빛으로부터 막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선크림입니다. 선크림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정보들이 인터넷에 넘쳐나서 여기서 굳이 자세한 얘기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조언을 해 드리자면, 선크림은 땀이 나기 전, 그리고 햇빛에 나가기 전 30분 전에는 꼼꼼히 발라줘야 된다는 거죠. 그리고 너무 많이 바르면 마스크가 피부에 밀착되지 않아서 다이빙 중에 마스크로 물이 들어오는 원인이 됩니다. 


희한하게도 다이빙 투어를 가면 꼭 나이가 좀 있으신 남자분들이 얼굴을 하얗게 하고 나오시더군요. 중년 남성도 피부관리를 해야 한다는 기사를 봤다거나, 꽃중년을 바라시는 마나님의 잔소리충고를 들으신 거겠지만... (적당히 좀...) 


하지만 저는 요즘은 선크림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선크림이 산호를 파괴하는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선크림 양이 얼마나 된다고 이 넓은 바다를 오염시키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부터라도 환경 보호에 한 발짝 내딛고 싶은 마음에서 입니다.


그렇다면 선크림을 쓰지 않고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지요. 그것은 태양을 확실히 가리는 방법입니다. 물론 그늘에 있는 것만으로는 넓은 바다와 구름으로부터 반사되는 자외선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래쉬가드도 UV 기능이 있는 것을 입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들 Buff라고 부르는 두건도 UV 기능이 있는 제품들이 있으니, 이걸 목이나 얼굴 등에 두르면 햇빛을 막는 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태양을 피하려는 노력의 산물. 아웃도어용 두건은 2,3장 정도면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햇빛에 노출된 피부를 진정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알로에 로션이나 마스크팩 등을 챙겨가서 저녁에 탄 부위에 발라주면 진정에 도움이 됩니다. 미리 냉장고에 넣어두고 저녁에 와서 쉴 때 하면 좋지요. 단체로 얼굴에 마스크팩을 하고 엽기적인 셀카놀이를 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햇빛 노출 외에도 한 가지 더 신경 쓸 것이 있습니다. 바닷물에 오래 있으면 피부에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갑니다. 또한 소금기가 남으면 이 역시 좋지 않죠. 그래서 다이빙을 마치면 먼저 깨끗한 물로 얼굴을 헹궈줍니다. 그리고 다이빙 직후든, 또는 숙소에서 깨끗이 씻은 후든 얼굴이나 손등 같은 데 수분크림을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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