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빈의 밤, 현악과 축구 사이

1달간의 유럽 부부여행 - 24. 오스트리아 빈 - 9

by 탱강사

어제 Sophy가 충동적으로 길거리 청년에게서 산 실내악 공연 티켓 덕분에 오묘한 기분의 저녁을 맞이했다.


티켓에 표시된 주소와 구글맵으로 공연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이런 공연장을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라 약간 조심스러웠다.


파일 2025. 5. 16. 오후 9 39 29 (1).jpeg 주소와 지도를 찾아 가니 포스터가 보였다.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들어선 곳은, 크지는 않았지만 고풍스럽고 우아한 인테리어의 저택. 작은 홀에 여러 사람들이 있었고, 직원인 듯 보이는 사람에게 얘기를 걸고 티켓을 보여줬더니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길거리에서 사서 내심 걱정스럽긴 했지만, 다행히 정상 티켓이었다.


웰컴 와인도 준비되어 있었고, 분위기 때문인지 와인이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음악과 관련된 기념품들도 팔고 있었는데, 빈의 여러 가게에서 봤듯이 이 동네 공예품들의 섬세함과 우아함이 상당하다. 물론 가격도 그러했기에, 구경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단출하고 정갈한 공연장 입구의 로비. 시간이 남아도 딱히 할 게 없다.
파일 2025. 5. 16. 오후 9 39 29 (2).jpeg 뭔가 예쁜 것을 팔고 있었다.
파일 2025. 5. 16. 오후 9 39 29.jpeg 오오... 과연 예쁘다. 그리고 과연 비쌌다.


많지 않은 기념품들을 보고 나니 달래 할 게 없네? 그렇다고 실내가 놀랍도록 근사한 건 또 아니어서, 우리는 그저 분위기만 느끼며 어색하게 길어진 듯한 몇 분을 보냈다.


응접실 같은 공간이 있긴 했지만, 눈여겨볼 만한 건 없었던 것 같았다.


시간이 되었는지, 직원들이 관객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자리는 시골 학교에서나 볼 것 같은 작은 의자였지만, 이것도 정취라면 정취일 듯. 자리에 앉고 조금 차분해져서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말고 동양인은 중년의 커플 한 팀 뿐이네. 그 외에는 거의 모두 백인의 중년 커플인 듯.


작은 공연장. 어쩌면 더 살아 숨 쉬는 관람 환경인지도?


공연은 실내악과 짧은 오페라로 꾸며졌고, 제목이야 모르겠지만, 많이 들어본 대중적인 곡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진행도 가볍고 유쾌했고, 오히려 작은 공간에서 가까이 볼 수 있었기에 훨씬 부담도 없고 친근하게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그 시간에 , 브라질과 독일의 월드컵 준결승 경기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몸은 예술의 도시 빈 한복판에서 클래식 공연장이었지만 머리의 반쪽은 축구장에 가 있는 것이 남자라면 당연한 일일지도?


마치 하이네켄의 유명한 광고의 한 장면처럼 나의 감각은 클래식 공연에서 곧바로 숙소의 TV로 넘어갔고, 이미 끝을 달리고 있는 경기는 놀랍게도 역대급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었다. 생중계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맥주와 감자칩으로 달래면서, 예술의 도시 빈에서의 실내악 공연의 감동을 곱씹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