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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픈H Aug 14. 2020

슬픈H의 감성매매일지 (8월 13일)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왜 이렇게 됐을까. 너무 많이 잃었다. 가장 큰 요인은 끝난 테마주를 부여잡고 있었다는 거다. 씨젠 얘기다. 수젠텍 실적발표 직후 뺐어야 했다. 머리는 아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약간의 조정을 거치고 오를 거라 믿었다. 누가 뭐래도 씨젠은 대장이니까, 오늘 공시가 뜨면 내일은 거짓말처럼 반등하리라 생각했다.

그건 내 희망 사항이었다. 오늘 장 마감 후 씨젠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영업이익이 1690억,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이 정도면 잭팟이다. 그런데도 시외 가격이 주저앉기 시작한다. 어떻게 할 새도 없다. 시외 종가 -6%, 이 정도면 사망 선고다.

알고 있었다. 그간 씨젠이 미친 듯이 올랐던 건 2분기 실적 기대감 때문이었다는 걸. 공시가 났다는 건 재료 소멸을 의미한다. LG화학처럼 횡보 구간이었다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한 것도 아니고, 수젠텍의 선례도 있었다. 이렇게 될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을 뿐이다.

씨젠만 절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다. 이틀간 씨젠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메꾸려고 무리한 단타를 했다. 종목 선택은 괜찮았다. 어제는 풍선, 오늘은 스페코. 모두 상한가를 친 종목이었다. 문제는 한 번 먹고 끝내지 않았다는 거다. 노랑풍선을 따라가는 하나투어를 샀다가 물리고, 스페코를 쫓아가는 빅텍을 샀다가 절었다. 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잃을 수밖에 없다는 걸. 그런데도 했다. 이건 애티튜드 문제다. 주식을 조금 쉬어야 하나, 재정비가 필요한 때다.

직장 동료 D도 표정이 안 좋다. 그도 많이 잃었다. 서로 무슨 말을 할까. 그저 멍하니 담배만 태울 뿐이다. 그래, 어줍잖은 위로보다는 침묵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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