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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픈H Jul 24. 2020

슬픈H의 감성매매일지 (7월 24일)

뼛속까지 씹어먹어 줄게

어제 상한가에 팔았던 유니온이 갭상으로 시작했다. 밤새 폼페이오가 중국에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그는 시진핑을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신봉자’로 표현했다. 이 정도면 싸우자는 거다. 밤새 미장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무역전쟁 우려가 주식시장을 덮쳤다.

그렇다면 조선장도 틀림없이 하방이다. 사실, 이런 하락장이 오히려 쉽다. 오르는 종목이 정해져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싸우면, 희토류주가 주인공이다.

전날 사둔 유니온머티리얼(유머)이 의외로 잠잠하다. 하지만 걱정 없다. 대장 유니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정도 재료를 세력이 상한가 한 방으로 만족할 리 없다. 유니온이 달리면 유머도 따라간다. 또 희토류주는 주도주가 자주 바뀐다. 운이 좋으면 유머가 대장이 될 수도 있다.

9시 30분, 유니온이 주가를 한 번 크게 떨궜다. 다들 탈출하기 바쁘다. 하지만 내 눈은 못 속인다. 전형적인 개미 털기다. 주식은 공포에 사야 하는 법이다. 남은 예수금을 몽땅 유니온에 넣었다. 그래도 뭔가 아쉽다. 어차피 오늘 같은 장에 우량주는 하방이다. LG화학을 손절하고 유머에 털어 넣었다. 씨젠 일부를 제외하고는 올인이다.

한동안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된다. 금액이 크니 조금만 떨궈도 손해가 크다. 입이 마르고 손이 떨린다. 그런데 짜릿하다. 이젠 이런 담력 테스트를 즐긴다. 맞다. 나는 주식 중독이다.

점심때쯤 슈팅할 거라는 예상이 맞았다. 11시 30분, 약속이나 한 듯 유니온이 달리기 시작한다. 이번엔 유머도 함께다. 순식간에 손절한 주식을 몇 번 메꾸고도 남을 금액이 찍혔다. 용기 낸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오늘은 세력 뼛속까지 씹어먹었다.

유니온과 유머를 모두 익절하고 오후 회의에 들어갔다. 이틀 전 두산인프라코어의 대참사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다. 동시에 현대사료에 몇 호가 낮게 매수 주문을 걸어놨다. 무역전쟁 시즌이 되면 희토류주가 먼저 올라가고, 그다음 사료주가 따라간다. 사료주는 대두 가격 폭락에 수혜를 입는 종목이다. 미국과 중국이 화해하지 않는다면 다음 주부터 사료주도 크게 오를 거다.

장 마감 직전 회의가 끝났다. 유니온은 또 상한가를 찍었다. 역시 이번 건 재료가 크다. 회의 중 매수가 체결된 현대사료는 벌써 꽤 올랐다. 역시,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이다.

희토류주에서 한 번 더 벗겨 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판단이 안 선다. 그래서 시외 가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유니온이 시외에서 상한가를 유지하면 더 올라갈 여지가 있는 거다. 5시 50분, 유니온이 굳건히 상한가를 지킨다.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는데도 말이다. 유럽장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건 분명 더 간다. 마지막 시외에서 유머를 또 샀다. 왠지 월요일 대장은 이놈일 것 같다.

금요일 베팅은 도박이다. 주말 간 무슨 일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 말 한마디에 요동치는 무역분쟁주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다. 원래부터 예상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그러니 적당한 선에서 재밌게 놀면 된다. 지금 하는 감성매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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