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초, 시드니 공항을 거쳐 타즈매니아 섬에 도착했다.
먼지 한점없는 푸른 하늘, 눈부시게 밝은 햇살, 그림같은 광활한 초원들을 보고 설레고 들떴던 그 첫 순간들과 감정이 내게 큰 인상을 줬는지 아직도 느낌이 생생하다. 생전 처음보는 작은 공항앞에서 타즈매니아 대학 셔틀버스 직원분을 기다리면서도 들뜬 마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옆에서 캐리어를 잡고 잠자코 기다리던 유학생에게 하늘 참 멋지지 않냐고 물어볼 만큼.
선글라스를 끼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 직원분이 낯설고 허름한 숙소로 나를 데려다줬다. 열쇠를 건네주며 뭐라고 길게 설명했지만 알아듣지를 못해 어리벙벙한채로 그저 "오케이"라고 몇 번 웃어 넘겼다. 기숙사엔 별별 사람이 다 있었다. 내 음식을 훔쳐먹다 걸려도 능청스럽게 웃으며 인사하는 룸메이트, 화장실 더럽히기 끝판왕으로 기숙사에서 쫓겨난 사람, 방안에만 틀어박혀 3개월동안 얼굴한번 못 본 '고스트' 까지 낯선 사람들과 낯선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적응을 하고 곧바로 타즈매니아 대학교 Study Abroad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중국, 일본같은 아시아 국가는 물론 유럽, 중동, 남아메리카 등 난생 처음보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어학원 코스를 시작했다. 서로 이름을 소개하며 서툰 영어와 농담에도 깔깔 웃었다. 하루하루 수업에서는 새로운 단어와 표현이 쏟아지고 표현이 서툴었지만 영어는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외국 친구들의 농담, 농담에 깔린 문화와 가치관, 서투른 내 발음에 깔깔 웃는 얼굴들, 모든 게 나를 자극했고 하나의 언어로 서로 대화가 된다는 사실에 재미,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었다. 영어공부와 호주생활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싶어 어학원 수업 뿐만 아니라 언어동아리, 대학주관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며 생활 반경을 점점 넓혀 나갔다.
내가 신청한 Study Abroad 프로그램은 총 1년과정으로 첫 6개월은 랭귀지스쿨에서 어학연수, 나머지 6개월은 대학에서 정규과정을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장학금을 받고 왔지만 어학연수 중 아이엘츠 6.0을 못받으면 2학기 등록금은 커녕 어학연수 등록금도 토해내야 하는 악명이 자자한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의 기회비용이 컸기에 신청 전 나보다 한 해 전에 갔던 선배와 식사를 하며 여러가지 조언을 구했는데 "처음 가면 외국물에 휩쓸려 놀기 쉬운데 니 실력엔 정신 바짝차리고 공부해야 장학금 받을 수 있어." 라고 했던 경고가 뼈저리게 다가왔다. 경비를 최소화하려 학비와 물가가 가장 저렴한 타즈매니아 대학을 선택했기에 아이엘츠 6.0은 내 유학생활의 처음이자 필수 관문이었고 내 유학생활의 중요한 이정표였다.
졸업날이 다가올수록 시험의 압박이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넣었다.
영어공부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니었다.
생존 수단이었고 현실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