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백의 일기

by 안신영


토요일...

아침을 서두르지 않아도 좋은 날이다. 일어난 시간에 맞춰 준비하고 맞는 예배시간에 맞춰 교회로 향한다.

요즘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도 자신을 채근하지 않고 자신을 게으르다고 괴롭히지도 않는다.

한 동안은 토요일에 6시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다녔다. 첫새벽에 기도드리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면 머리가 맑음을 느낀다. 피곤해서 뒤척이다 예배시간이 늦어져 빼먹고 나면 뭔가 허전하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이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했기에 마음이 조금 괴롭다. 모든 것들이 수양 부족이려니....


그러나 어느 날인가부터 나 자신을 옥죄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도 흘러가기로 마음먹기로 했다. 계획한 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털기로 한 것이다. 난 하나님이 좋아서 교회를 나가지만 신앙심이 깊다고는 생각을 못한다. 가장 어려울 때 교회에서 하나님께만 털어놓을 수 있는 고백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아무에게도 우리의 현실을 얘기하지 못할 때 교회에서 하나님께 울부짖을 수 있었다. 울며 매어 달리기도 했고, 제발 원래대로 돌아가기를 간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나 자신이 얼마나 교만했고 가증스러웠는지 깨닫게 되었다.

교인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저질렀던 일이 목사님을 통해 전해 듣는 성경말씀은 나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었던 것이다. 애들 아버지가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하며 하고자 했던 일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막았어야 했는데 내가 편하기 위해 동조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되돌릴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그러니 얼마나 어리석고 오만한 인간이었나.

자신이 하기 싫은 일도 참고 교회에 나가 봉사하고 예배드리는 일이 거룩한 부담이라고 하신 존경하는 담임 목사님의 말씀. 좀 더 자고 싶어도 새벽기도에 참석하고, 좀 더 게으름 피우고 싶어도 구역 식구들과 주에 한 번씩 만나 예배드리며 교제하고, 기도 제목 나눠 서로 기도해주는 끈끈한 정이 흐르는 식구들.

부산에 내려가 다시 교회를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주일 예배드리고 뭔가 알 수 없는 힘을 얻어 한 주를 시작하고, 수요일 저녁에 예배드리며 세상에서 부대끼고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리고 다시 주일 예배드리며 회복되어 살 소망을 얻어 다시 삶을 시작하는 생활. 직장 생활을 오래 해보지 않고 결혼 생활과 함께 온갖 시련을 겪었던 인생. 늦은 나이에 직장에 다니며 알지 못하는 세상의 이목에 맞서며 가정은 가정대로 세웠어야 하니까. 그때는 힘든 줄도 모르고 매일 그렇게 살았다. 집에 돌아와 방긋 웃는 손녀, 다시 막내까지 데려와 모여 살게 될 날을 꿈꾸며 앞만 보고 사는 생활에 교회에서의 예배는 소중했다. 나를 지탱해 주시는 하나님을 많이도 의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편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나를 도와줄 이도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내 애들과 함께 오롯이 일어나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몸이 조금 힘들어도 거룩한 부담을 지는 새벽기도에 참여하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엄마일 뿐이다. 난 거창한 것도 원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딸들을 위해 기도 하는 일 밖에 없음을 잘 안다. 그 애들이 받은 깊은 상처는 엄마인 내가 치유를 다 못해 주기 때문이다. 인류를 구속해 주신 주님만이 해 주실 수 있어서 기도 할 뿐이다.

목사님은 교회는 비바람 태풍이 부는 한가운데의 비닐하우스라고 하셨다. 세상의 온갖 죄악과 시기심으로 가득 찬 곳에서 피해 하우스로 들어오면 주님께서 사랑과 궁휼을 베풀어 주시고, 생명수 같은 말씀을 주셔서 치유해 주시니 우리는 영혼의 소생함으로 다시 세상에 나가 일할 수 있는 것이다. 난 셩경을 몇 번 통독 했어도 아직 성경을 잘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몸이 허락하는 한 새벽기도에 가서 성경말씀 전해주시는 목사님의 해석을 들으며 그런 것이었구나 하며 끄덕인다. 늘 공부라고 생각하는데 교회에서는 용서와 사랑을 베풀고 부모형제와 이웃과 잘 지내라고 언제나 말씀하신다. 자녀를 기를 때에도 판검사의 눈으로 보지 말고 부모의 눈으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보면 인성이 잘못되어 나쁘게 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기 때문에, 돌아온 세월을 반성하고 다 컸지만 내 아이들에게도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겠구나라는 마음, 경종의 울림을 듣는다.

교회에서 돌아오며 오랜만에 책방에 들러 책을 고른다. 홍이를 위해 무슨 책이 좋을까 몇 가지 펼쳐보며 내용을 본다. 다음에 내려갈 때 사들고 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서울에 오지 마자 한 두어 달을 일주일에 서너 권씩 읽어 재꼈었는데, 성경 통독한다고 뒤로 미룬 소설책을 한 권 고른다. 좋아하는 작가 선생님의 신간은 눈에 띄지 않고 오래전에 쓰인 박경리 선생의 소설이 눈에 띄어 집어 든다.

하루 종일 음악 들으며 소설을 읽는 시간이 정말 좋다.

큰 애 덕분에 다운로드한 좋은 음악이 흐르는 공간, 비록 옥탑방이긴 해도 나만의 공간에서 둘째가 보내준 스피커 덕분에 훨씬 음질이 좋게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클래식, 오페라 아리아, 크로스오버, 탱고 연주, 색소폰 연주, 가요 몇 곡까지 장르도 다양하게 들으며 60년대가 배경인 소설을 읽는다. 명동거리, 통금이 있었고, 음악다방이 있었고, 시화전이 있었던 시절이 마치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가서 주인공과 함께 있는 느낌이었다.


좋은 하루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