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심하다.
한 이틀 비바람이 지나갔다.
그래서인지 코끝이 싸아한 느낌의 아침 공기가 산뜻하다.
오랜만에 공원길을 걷는다. 서울에서 내려와 3개월 여를 하루 세 차례씩 호야와 산책하며 걷던 이 길.
어느새 쓸쓸한 가을바람이 가슴을 훑는다. 며칠 이래저래 앓고 나서 바람도 쐴 겸 운동삼아 홀로 걸어 본다.
바람에 갖가지 나무들이 흔들린다. 벚나무가 곱게 물들어 가고 있었고, 느티나무도 잎사귀들이 노랗게 변했다. 칠엽수로 불리는 마로니에 커다란 잎사귀조차 꼭대기에서부터 갈색 옷으로 갈아 입고 바람에 날려 너울너울 춤을 춘다. 소나무도 갈잎을 우수수 떨어트린다. 이렇듯 계절은 어김없이 가고 오나보다.
느티나무 가지에 걸린 거미줄에 작은 노란 잎이 마치 나비처럼 춤을 추듯 파르르 팔랑 인다. 안간힘을 쓰며 거미줄에 붙어 바람에 떠는 모습처럼 보이는 것은 웬일인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 엄마가 내 나이쯤이셨을 때 아침에 일어나실 때에 허리도 아프다고 하시고,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다고 하셨을 때 왜 그런지 알지 못했다. 몇 개월 전부터 내게 찾아온 이런 증상들이 다만 피곤해서 그런 줄 알고 쉬면 괜찮아지겠지. 그러나 쉬어도 쉽게 나아지지 않고 늘 피곤하고 온 몸이 아픈 것은 웬일이람.
마침 건강검진도 해야 해서 하기 싫은 검진을 하게 되었다. 몇 년 전에 하고 나서 별 이상도 없었고 수면내시경 하고 나서 이틀 동안 심한 두통으로 고생한 적(거의 죽을 것 같은 두통)이 있어서 검진은 내게 하기 싫은 일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손가락 마디마디, 온몸이 쏙쏙 아리 듯한 통증의 원인을 알고 싶어서 위내시경까지 참고했다. 앞으론 위내시경도 절대 안하리라 마음먹긴 했지만...
한 시간 넘도록 이 검사실, 저 검사실로 옮겨 다니며 검진을 마치고 다시 원장님 앞에 앉으니 진이 다 빠져 버린 듯했다. 피곤하다고 하니 갑상선이 의심이 되었는지 혈액검사를 서울로 보냈다나. 위장은 깨끗한데 목에 물혹이 있다면서 이비인후과 가서 검사하란다. 이비인후과에서 1,2차 대기실에서 50여분, 진료받고 사진 찍을 때까지 진득진득한 약 한 모금 먹고 진료실 한편에 앉아 50여분을 기다리며 온갖 환자들과 의사의 진료, 간호사들의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면서 내 목에 생긴 물혹은 대체 뭐란 말인가? 별것은 아니지만 검사하라 했으니... 가만히 앉아서 무슨 큰 병은 아닐 터, 그동안 무슨 전조 증세가 목에서 나쁜 것은 없었으니 제발 수술할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의사는 내가 있는 것조차 잊은 사람처럼 환자들을 진료하고, 무료하고 지겹던 나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느냐?? 간호사는 의례적, 형식적인 어투로 다 됐다고 한다.
거의 두 시간을 이비인후과에서 별로 유쾌하지 못한 상태로 있다 보니 내 몸은 기진맥진이다. 검진 때문에 아침부터 굶어서인지 더욱 힘이 든다. 드디어 의사가 내 앞으로 왔다. 조금 전 간호사가 설명한 대로 팔을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약간 아래로 하면서 "이~~" 소리를 내라는데 영 안된다. 입안의 사진을 촬영하는 모양인데 아까 검진할 때도 어려웠던 일. 다시 또 하려니 영 죽을 맛이다.
힘들게 찍은 사진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목이 좀 부어 있다고. 위산이 조금 역류한 듯하다고.
위내시경 했으니 목이 조금 부어 있을 테고, 위산 역류? 에이 거짓말. 의사가 먹지 말라는 탄산음료, 맵고 짠 것 한나도 안 먹는다고요. 커피만 좀 연하게 두세 잔 먹는다고. 밤늦게 음식 절대 안 먹거든요.
약을 5일분 처방받아 지어 와서는 한포도 먹지 않고 그대로 있다.
그러고는 이튿날부터 몸살로 한 이틀 꼼짝 못 하고 누워서 지내고 회복약 지어먹고, 링거 맞고 일주일을 힘들게 보냈다. 마침 검진 결과도 일찍 나와서 설명을 들으니 예상한 대로 아무 이상 없고, 의심했던 갑상선도 아니고 다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고 양파와 해조류 음식을 많이 섭취하라는... 평생 양파와 친하지 못해 잘 안 먹었는데,,,,
온몸이 아픈 증상은 아마 단백질 부족인 것 같다. 고기, 생선 많이 먹어라. 생선은 비린내 나서 아무 생선이나 잘 안 먹으니 문제고, 고기는 소화가 잘 안돼서 잘 안 먹으니 그것도 문제고, 생선 대신에 먹으라는 오메가 3도 비린내 때문에 기피했는데! 위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육류를 피했을 거라면서 의사 선생님은 이제부터라도 고기, 생선, 과일도 많이 먹으란다.
아이들 어릴 때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했으면서 난 혼자서 가리는 음식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래서 나이 육십이 가까우면서 아직도 어린애 입맛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다. 아무튼 요즘은 골고루 잘 먹으려고 노력한다. 안 그래도 이 나이쯤에 오는 갱년기 증세에 먹는 이런저런 건강기능 식품과 약을 먹은 지 한 달여. 처음에 아팠던 증세들이 많이 완화되었다. 5미터도 뛰지 못하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어깨가 떨어져 나갈 듯이 아프던 증세가 좋아졌다. 늦은 밤 둘째와 호야를 만나러 갈 때 가끔 신호등 때문에 뛰는 일이 있는데 어찌나 아프던지 나 자신 너무나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 물론 운동 부족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뛴다고, 마라톤 선수처럼 뛴 것도 아닌데 심장이 타지고 어깨가 떨어져 나갈 듯이 아프다면 어느 누가 믿겠는가?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해 온 나로서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 있을 때도 출퇴근을 걸어서 왕복 1시간, 저녁에 몽마르트르 공원에 올라가 1시간식 매일 걷고 주말엔 두세 시간식 걸었었다. 수영도 가끔 했었고, 무리한 운동은 못하는 체질이라서 자신 있는 것은 걷기다. 음악을 들으며 걷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걷기도 한다. 늘 혼자 걷던 일을 부산에 와서는 호야(14살 요크셔테리어)를 산책시키면서 하루에 서너 차례씩 걷는다. 너무 많이 걸었는지 쿠션이 있는 운동화를 신는데도 발바닥이 아프기도 하다. 이제는 조금 조심하기로 마음먹었다. 과유불급이라고 뭐든 넘치게 하지 않고 조금 모자란 듯하며 살아야겠다.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와 두 딸네 집을 왔다 갔다 하며 바쁘게 살았나 보다. 그동안 살피지 못했다는 마음 때문에 욕심을 많이 냈나 보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관리를 잘해서 아이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11월의 문을 열었다. 얼마 남지 않은 2014년이 다 가기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다.
심기일전해서 야무지게 마무리하자고!!(201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