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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Feb 16. 2024

감기에 지쳐 오과차를 끓이다

감기와 면역력에 좋다는 말을 듣고서...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한 감기는 한 열흘쯤 지나서 떨어지나 했더니 아직 더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늦은 밤 퇴근길에 재채기와 콧물을 동반하더니 다시 몸에 붙어 안 떨어졌다.

한의원과 내과를 번갈아 다니며 약을 먹고 얼른 낫기를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한 달 넘게 나를 괴롭혔다.

다시 걸린 감기로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려 대기하고 있는데 친구는 언제 오냐고 전화를 한다. 감기 옮길까 봐 지난번 약속을 취소했기에 진료 마치고 바로 가겠다고 한다.

성수동 친구는 감기 걸린 나를 위해 영혼의 닭수프를 끓여주며 먹으라 한다. 마늘도 듬뿍 넣어 끓인 닭죽을 단숨에 먹고는 알알이 통통한 마늘은 남겼더니

"몸에 좋은 마늘은 왜 남겨?"

"나 마늘 못 먹어. 다진 마늘은 그냥 먹는데... 이렇게 통째로 보이면 못 먹어. 흐흐흐..."

 감기 걸려서 지난번에 못 만났는데 다시 걸린 감기로 고생하는 친구를 위해 닭죽을 끓이고 먹이면서 남은 닭죽도 집에 가서 먹으라고 통에 담아 준다.

또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주는 것을 받아 들고 전철역까지 바래다주면서

"한의사가 말하는 거 들었는데 오과차가 감기에 좋대. 면역력에도 탁월하단다."

"오과차?"

겨울엔 대추와 생강 넣은 생강차만 알았지 오과차라?

"밤, 대추, 은행, 생강하고  뭐드라?"

"은행은 자기가 가을에 준거 많이 있으니까 됐고, 한 가지는 뭐야?"

"생각이 안 나네. *튜브에 나오니까 찾아봐."

그렇게 해서 오과차에 알아보니 옛날에 임금님도 즐겨 드셨다는 오과차.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라서 백성들도 겨울이면 오과차를 끓여 마셨다는 오과차를 금방 끓이지는 않았다. 한의원에서 좋은 약으로 주세요 하니 비급여 약이라며 비싸지만 콧물 시럽 2주, 기침환 열흘 치를 처방받았기에 곧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런데  어느 정도 가라앉았으면 오과차를 끓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튿날 열이 나고 온몸이 아프며 난 끙끙 앓고 말았다. 결국은 *튜브 한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잘 떨어지지 않는 감기를 낫기 위해 고단한 몸을 이끌고 마트에 들러 밤과 생강을 산다. 건대추와 호두는 인터넷에 주문을 한다.

친구가 그토록 생각이 안 난다던 한 가지 재료는 호두였다. 은행과 밤은 겉껍질만 벗겨내고 속껍질은 그대로 다른 재료와 함께 넣는다. 본격적으로 오과차를 끓이기 위해 준비한 밤, 대추, 은행, 호두, 생강에 4L를 넣는다.

강한 불에서 1시간 정도 끓이다가 약한 불로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주라는 설명대로 해본다.

오과차는 쉽게 반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늦은 밤에 시작해서 이튿날 이른 아침까지 약불에서 은근히 달여야만 되는 차였다. 색깔은 완전 코코아 음료랑 똑같은데 맛은 모르겠다. 이미 미각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어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따듯한 맛에 후루룩 후루룩 마신다. 얼른 낫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감기는 뭐든 게 들지만 낫기는 지 않다.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야 하고 적당한 휴식이 필요하지만 방학중이기도 하고 매서운 추위에 실내 놀이공원으로 사람들이 몰려 매일 복잡하고 일도 많다. 쉴 수가 없는 형편이어서 감기와 오래도록 함께 살았다.

시간과 공을 들인 오과차는 보리차 마시듯 했더니 2L 정도가 이틀 만에 자취를 감추었고 기침은 여전했다. 다시 퇴근길에 생강과 밤을 사들고 들어와 오과차를 다시 달인다. 보온병에 담아 가서 일을 하다가도 생강의 매운맛만 느끼면서도 부지런히 마신다. 그러면서 한 달이 넘어가는 감기는 똑 떨어질 줄 모르고 기침과 가래는 여전하다. 2주만 마시면 된다고 하니 다시 세 번째 오과차를 만든다. 어렵게 만든 오과차는 물대신 계속 마시니 너무 쉽게 동이 났다. 그래서 세 번째는 재료를 2배로 넣고 물도 두배로 넣어 달여 며칠 마셨다. 한의원 처방약도 함께 먹어 가면서...

기진맥진한 가운데 글을 쓸 엄두도 못 냈는데 브런치 알림이 2주, 4주에 떴다.

꾸준히 쓰라는 독려를 받았지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갈 때 쓰려고 마음을 내려놓고 보냈다.

이 나이에 감기에 든 것도 쉽게 낫지 않는 것에도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벌어진 일 같아 자책이 됐다. 근무지에서 가끔 나오는 쿨럭쿨럭 나오는 기침도 그렇고, 저녁 식사 후에 휴게실에서 동료들과 쉴 때 내 의지와는 다르게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니 죽을 맛이었다. 모두들 이번 감기는 오래가더라. 고생을 하더라는 얘기를 들려주었지만 독감 예방주사도 맞았는데...

내 몸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글 발행이 늦어지니 몇몇 작가님들의 염려하시는 답글에 감사함을 전하면서 이제 다 나았다는 몸의 컨디션을 확인한다.

감기로 위축된 몸과 마음과는 달리 계절은 어느새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데 비바람은 마치 꽃샘추위를 느끼게 한다.

곧 꽃과 새들이 노래하는 새봄의 행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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