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이는 식구들이 나가고 나면 너무 슬피 울어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어 가까운 곳에는 동행을 한단다.
용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을 먹고 들어가자며 울숙도로 향했다.
하율이에게 조그만 파우치를 만들어 용돈을 넣어 선물했다. 학년이 올라 갈수록 사고 싶은 것도 많을 것 같아서. 그런데 지폐는 저금통에 넣고 동전 몇 개 꺼내
지갑에 넣는 알뜰 쟁이다. 어느새 손녀는 그렇게 자라고 있던 것이다.
하양이, 손녀에게 선물한 파우치.
하양이 산책시키는 강서방, 키가 훌쩍 자란 하율이.
낙동강 하구언 다리를 지나다 중간쯤에 닿으면 철새도래지인 울숙도가 있는데,용원 들어갈 때마다 늘 그곳을 지나치기만 했지 자주 가보지는 못하던 곳이다. 울숙도는 가본지도 오래되었는데 부산을 떠나고 난 뒤에 미술관이며 에코광장이며 많은 것이 생겨나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푸르름이 우선 눈부터 시원해서 좋은데 훼손되지 않고 오래도록 보존되어 철새들이 멀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서방은 장모에게 맛있는 것 대접해 드려야 한다며 어디로 모실까요? 하지만 난 그냥 아무거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기에 무얼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괜찮은 식당도 있으니 그곳에 가서 먹기로 한다. 항상 혼자서 먹기 힘든 메뉴를 고르게 되는데 짜장면을 먹겠다고 하면 애들은 막 웃는다.
"혼자서 한 그릇 밖에 시킬 수가 없어서 미안해서 주문을 못해. 그리고 요즘은 모든 어플을 핸드폰에 깔아야 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야. 옛날처럼 전화 한 통화로 주문하는 시대가 아니라서 우리 세대는 많이 불편해."라고 하니 수긍하는 눈치다.
그래서 첫날 저녁은 돼지갈비와 오겹살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맛있는 저녁을 먹는데 소주를 마시다 강서방은
"어머니는 소주 안 드세요?"
"울 엄마는 소주 못 드셔. 와인이나 위스키는드시는데.."
강서방이 의외라는 듯 바라본다.
"내가 술상무였어."
"네? 술상무요?????" 두 눈이 동그래진 강서방이 뒷얘기가 궁금한다는 표정.
우리 시절엔 술상무리고 대접하는 자리에 가서 높은 분이 못 마시는 술을 마셔주는 대타를 술상무라 불렀다.
난 우리 집에서 남편이 건강이 안 좋아서 술상무가 되었다. 명절에 시매부들과 한잔 해야 하는데 처남인 남편이 환절기마다 내출혈을 하다가 강의 도중 쓰러져 수술을 한 뒤로는 술 한 모금도 마시질 못했다. 옛날엔 술 분해 효소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젊은 패기(유신시절엔 울분을 술로 풀었던 것 같다.)에 마시다 보니 속은 말할 수 없이 극으로 치달았나 보다. 여하튼 그래서 손님 접대 해야 하는 때에는 내가 대신 집에 있는 위스키나 코냑 등으로 시매부들을 대접하니 그들은 엄청 좋아했다.
설명을 듣고 나서 강서방 하는 말
"이번에 출장 다녀오면서 어머님 좋아하시는 코냑 한 병 사 와야겠어요." 한다.
쟁반짜장, 짬뽕볶음(딸의 메뉴)
두번째날 저녁의 아구찜
딸네 집엘 가면 딸이 항상 묻는 말
"엄마, 뭐 드시고 싶어요?"
"글쎄다, 너희가 먹는 거면 다 먹어, 너희 좋아하는 거 시키지?"
딸 집에 오면 편안하게 계시라며 부엌엔 얼씬도 못하게 하면서 평소에 먹고 싶은데 못 먹었던 음식은 없냐고 자꾸 묻는다. 초창기엔 무조건 엄마가 뭐든 만들어 주면 좋아하더니 이젠 손에 물 묻히지 말라는 딸이다.
글벗들과 여행 계획이 있으니 힘께 밥을 먹는 것도 일주일 휴가지만 약속으로 밖에 나가 식사를 하다 보니 생각 보다 몇 번 되지 않는다.
배달된 음식을 맛있게 먹느라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한 족발과 생선회도 있는데 족발은
"외할머니가 만드신 족발이 진짜 맛있었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친정어머니께서 부산으로 김치며 족발을 싸들고 자주 오셨다.
손녀들이 맛있게 먹는 것만 보아도 기분이 좋으신지 힘든 내색은 하나도 없으셨는데, 가끔 손녀 하율이가 먹고 싶다고 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던 내 모습이 마음속에 투영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