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3일을 멋지게 장식할 우리들의 여행지에 부푼 기대는 정아 씨와 내가 다치는 바람에 가까운 곳에서 1박을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싸리비로 쓸어도 된다는 9월의 가을비는 이름도 무색하게 여름 장맛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빗길에 미끄러져 다친 우리의 막내 정아 씨는 어깨뼈 골절 수술을 받고, 난 화장실에서 엉덩방아를 찧어 여행의 기류는 빨간불이 켜졌다
감바스 요리와 바게트 빵 데우기.
다행히 수술의 경과가 좋아 재활치료에 들어간 정아 씨, 내가 가장 염려했던 나의 고관절은골절없이 무사했다. 타박상으로 시간이 지나야만 한다. 부산에서 가까운 경남 고성이 어떻겠냐는 향숙 씨의 말에 공룡발자국 보고 싶다는 나의 의견을 반영하여 여행지는 정해졌다. 시일이 어서 지나 통증이 가라앉기를 바라며 여행의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중 향숙 씨의 전화.
"어차피 휴무는 잡혔으니 하율이네 말고 우리 집에서 자고 함께 출발하면 어때요? 남편은 함양에서 안 내려오니까 지난번처럼 하면 될 것 같은데."
용원 하율이네서 아침 일찍 준비해서 가려면 힘드니까 향숙 씨의 배려하는 마음이 고마워 그러기로 했다. 다시 신세 한번 지기로 편하게 마음을 먹는다.
최고급 요리와 명품 접시.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감바스 요리는 시작되었고 격조 있는 접시들이 식탁에 놓였다.
품의 있고 예쁜 그릇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내게 이것저것 그릇들을 꺼내며 곁들이는 설명과 가격에 놀라 순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몬스테라와 종려나무 잎새 그림에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그래서 명품인가 보다. 오동통한 새우를 듬뿍 넣어 만든 감바스는 양송이, 토마토, 브로콜리와 함께 입안에서 춤을 추었다. 지금 사진만 보아도 그 순간이 떠오르며 입안에 고이는 침을 어쩌랴.
화산재로 만든 머그잔(가격; 38 만원)
예전보다 손님을 덜 치른다면서 앞접시 몇 개를 주고 싶다며
"무거운데 괜찮을까?" 하는 향숙 씨에게
"무거워도 예쁘면 못 참죠." 하며 넙죽 받아 포장한다. 뼈가 튼튼해야 우리가 오래도록 여행도 할 수 있다며 뼈건강에 도움 되는 약도 챙겨 주어 내겐 수지맞는 날이다.
"가까이 있으면 맛난 음식 내가 자주 만들어 줄텐데..."
요리 솜씨 좋은 향숙 씨에게 감바스 만드는 법도 배우며 맛나게 먹고 신나는 날, 어젯밤 무슨 꿈을 꾸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