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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waysAwake Jun 04. 2017

<-50% : 주식 손절의 경험>

주식 시장에 임하는 투자자는 많고, 그들의 특징은 공부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금씩 과거의 실수를 복기하며, 내 투자 기준을 세우면서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신호다.


맨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재무제표 하나 보지 않고 샀던 종목이 있었다.

지인이 알려준 주식 카톡방? 에서 이상한 선생님들이 이거 사면 좋다고 추천을 해주었는데, 그걸 무작정 산 것이다. 오픈 카톡방에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고, 마치 사이비 종교처럼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말을 추종했다.


그때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했던 말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대선 테마주로 돈 벌 수 있는 이때 참여하지 않으면 바보입니다. 000이라는 종목 보세요. 단기 하락 추세지만 1~2개월 이후에 반드시 급등합니다. 매수하시고 사신 분은 알려주세요."


선생님이라는 분이 순 사기꾼이라는 걸 못 알아차린 내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지루한 장마처럼 지속 하락하는 주가를 보고 -50%에 손절했다. 카톡방은 오래전 퇴장해버렸다. 단타를 치며 불나방처럼 불기둥에 목매던 그때 카톡방에 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그때 그 선생님이 추천한 종목들은 대부분 아주 진한 파란 계단으로 하향 중이다. (사기꾼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누군가에겐 전문가일 수 있음을 밝힌다. 또 그 선생님이라는 분도 나름 자신의 신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라고 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아무튼 이 경험 이후, 나는 남이 추천하는 주식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정정하자. 추천을 받으면 나름 분석해보고 가치 있으면 매수하고 아니라면 그냥 무시한다.


주식 분석에는 기술적 분석과 기본적 분석이 있다. 기술적 분석은 차트를 보는 것이고, 기본적 분석은 재무제표를 기초로 한 투자법이다. 어느 방법을 택하는 가는 개인의 성향에 다르다. 우리가 보통 가치 투자라고 부르는 방법은 기본적 분석을 기초로 한다.


나는 기본적 분석을 선택했다. 그건 내가 접한 책의 영향이다.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 피터 린치의 마법 공식/전설로 떠다는 월가의 영웅, 피터 컨딜의 안전마진, 재무제표 분석 책, 워렌 버핏의 투자 방식 소개 책.                              

책에 물들어서 편향적으로 변해버린 건지 모르겠으나, 나는 차트를 전혀 보지 않고 불신한다(차트는 신저가 대비 얼마나 올라와 있나 등만 본다). 이유는 첫째로 기술적 분석으로 장기적 수익을 올린 사람이 없다. 둘째 장기적으로 수익을 올린 사람이 없기 때문에 성공적인 투자법으로 치부할 수 없다. 셋째 차트 분석은 기본적으로 단타의 영역이다. 나는 단타를 하고 싶지도 않고 여력도 안된다. 넷째 재무제표를 보고 가치 투자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 주식은 내 직업이 아니다.


나만의 투자 방법이 정립되어 있고, 매수한 종목에 확신이 있다면 하루에 20% 이상 급락해도 버틸 수 있다. 물론 그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서 대처해야겠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미스터 마켓의 장난이라면 말이다.


나 역시 계속 나만의 투자 방법을 공부하고 정립 중이다.

ROE와 PER의 순위를 더해 종목을 매수하여 잔여이익모델로 적정 가치를 따져 매도하는 방법 등 기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물론 각 종목 재무제표를 보고 유동비율은 200% 이상, 이자보상비율은 10배 이상, EPS, BPS 증감률 등도 같이 보고 분산 투자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말이다.


내가 선택해서 매수한 기업이 시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조명받아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주식을 하면서 아무런 부담이나 불안감 없이 임할 수 있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그렇기 위해선 여유자금으로 주식을 사는 일이 일 순위다. 일요일이면 장이 열리는 월요일이 기대되기도 한다. 나는 MTS 창을 하루에 두세 번 정도만 본다. (장 시작, 장 중반, 종가) 본다고 바뀌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로 일 년에 5% 이상만 먹어도 만족한다. 시중 금리가 1~2%다. 주식으로 일 년에 2배는 벌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언젠가 지인이 말했는데, 세상에 그렇게 쉽게 이뤄지는 노다지는 어디에도 없다. 물론 1년에 2배 이상도 벌 수 있다. 얼마 전에 거래 정지된 코리아 01~03호는 2주~3주 만에 주가가 최고 9배 뛰었다. 거기서 분명 몇 배를 먹은 투자자들이 있을 것인데, 그런 건 투기다. 주식 시장에선 얼마나 꾸준히 수익을 유지하는 가가 관건이 아닌가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래는 코리아 1호의 차트, 지금은 역사속으로..)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에는 나오는 내용이다.


PBR이 1 미만이고, PER이 7 미만인 주식을 20개 사서 1년을 기다리는 모델, 이런 장난감 같은 모델만으로도 시장 평균 수익률을 너끈하게 뛰어넘는다. 그런데 정말 개인 투자자가 이런 방법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사실 90%는 못 얻는다. 안 되기 때문이 아니고, 못 기다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1년 동안 온갖 일이 다 일어난다. 장기적 움직임에 대한 지식과 확신, 훈련된 행동 양식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좋은 선택을 해 놓고도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 (과거 백 데이터로 위의 장난감 같은 모델이 시장 수익을 이긴다는 건 증명되었다)


얼마 전 아는 지인이 자신이 들고 있다는 종목을 한번 봐달라고 했다. 나는 곧바로 매도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충고했다. 3년 연속 적자이고, 최근 1분기 역시 적자다. 관리 종목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주가도 속된 말로 개판이었다. 그가 이 종목을 산 이유는 자기 주변에 주식 잘하는 사람의 추천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재무설계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재무설계와 주식과는 큰 연관이 없기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재밌는 일이었다. 그가 매도를 했을까? 전해 듣지 못했다.


주식에 임하는 수많은 자세 중 무엇을 택할지는 역시 개별적이다. 그런 선택이 무수하게 모여 만들어내는 호가 창과 차트. 그게 우리가 늘 접하는 다이내믹한 주식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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