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5년이 지났다.
달력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말했다.
장례식장에서 자신이 조문 온 사람들에게 절을 하니, 츄리닝 입은 어린 나도 옆에서 같이 절 해야 하는 줄 알고 따라 했다고. 골 때렸다고.
그 당시 나는 14살이었고, 지금은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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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자신의 어머니를 여의면서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
지금의 나로서는 내 어머니를 여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거대한 파도 같은 슬픔이라 상상하는 순간 침몰당하는데. 아버지는 어떤 과정을 이겨내고 나의 할머니이자 아버지의 어머니를 회상하는 것일까.
영원한 슬픔은 당연히 없다.
시간은 모든 것을 빛바래게 한다. 이런 극명한 사실이 우리를 위로한다.
그리고 어쩌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아버지는 시간에게 위로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