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3박 4일 일본으로 출장을 간다.
아이들과 처음으로 1박 이상 떨어져 보는 거라 마음이 나름 싱숭생숭하기도 하다.
두 아이들을 재우면서, 아 이렇게 이쁜데 며칠 못 봐서 어쩌나 하는 마음도 괜히 가져보고
(사실 너무 가고 싶음) 엄마 없어도 잘 있으려나 걱정도 해보고. 영상통화하는 상상도 해보고. 남편이 나의 고됨을 조금 더 알아주기도 바랐고.
아이들이 잠들고 엉덩이 한 번씩 토닥여주고는, 실물여권을 찾아놔야겠다 싶어 서랍을 열어 여권을 꺼냈다.
그런데....
이게 뭐지?
여권을 펼쳤는데 여권이 다소 난해한 선들로 꾸며져 있는 것이 아닌가... 웬 처음 보는 선들이...?
순간 나는 얼어붙었고 헛웃음이 나왔다.
여보 이게 뭘까?
남편도 난해하게 꾸며진 나의 여권을 보았다.
한숨도 쉬었다가 웃기도 했다가. 결국 나는 울뻔했다지.
방금 이쁘다고 두들겼던 엉덩이를 조금 세차게 두드려주고 싶어 졌다.
누가 엄마의 여권에 이렇게 예쁘게 낙서를 했을까.
범인은 하나다. 우리 첫째 딸.
언제 이렇게 낙서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머릿속은 잠시 새하얘졌고, 남은 날짜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내일 당장 여권민원실로 가면 재발급이 얼마나 걸릴까.. 여권사진도 없는데 골 아프네..!
잠시동안 후드려 맞은 듯한 멍함을 유지하고 있다가, 이럴 시간이 없다.
사진관을 검색하고 오픈시간을 확인받은 다음, 내일 꼭 1등 손님으로 찾아가리라 마음먹었다.
어서 해결하고 출근을 또 해야 되니까 마음은 무지 급했다.
다음날아침, 이제 말이 잘 통할까 말까 하는 아이한테 너 언제 이랬어 따져봤자 아무 소용없기에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등원준비를 하고,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여권을 만들러 갔다.
가는 길에도 얼마나 헛웃음이 나오던지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다행스럽게도 시청 바로 앞에 사진관이 있었고 센스 있는 작가님은 사진관에 여권발급신청서도 구비해 놓으셨다. 내 사진이 수정되는 동안 나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사진이 인화되자마자 시청으로 달려가 재발급 신청을 완료했다. 그래도 출국엔 문제없을 것 같다.
그 날밤 내가 갑자기 여권을 꺼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김포공항에서 정말로 울고 있었을지 모른다.
김포공항에서 한 맺힌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뉴스를 만나게 됐을지도.
어찌 됐든 간에 잘 해결될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추억으로 기록한다.
귀여운 나의 범인(만 2세) 앞으로 이런 장난은 그래도 사양이야.
엄마는 다이어리 꾸미기도 안 좋아한단다. 여권 꾸미기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