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시네마-관객과 만드는 새로운 서사,

무너져 가는 극장가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by 미술관

인터랙티브 시네마,

무너져 가는 극장가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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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스튜디오의 야심찬 도전

지난 9일 용산 CGV에서 펼쳐진 아리아스튜디오의 쇼케이스는 한국 극장가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내년 공개 예정인 세 편의 인터랙티브 시네마_어린이 대상의 '신비아파트' IP 기반 애니메이션, 버추얼 아티스트 문보나 출연작, 그리고 장혁 주연의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_는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관객이 직접 스토리에 개입해 차세대 몰입형 콘텐츠를 선보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CJ CGV와 아리아스튜디오가 협업하여 개발한 이 상영 포맷은 AI 에이전트 기술을 활용해 관객의 음성이나 감정 반응에 따라 콘텐츠의 전개가 달라지는 방식으로 과거의 실험적 시도들과는 차별점을 갖는다. 현장에서 아리아스튜디오의 채수응 대표는 "OTT플랫폼 중심으로 개인 취향에 따라 콘텐츠가 추천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극장은 여전히 관객 간 서로의 반응이 모여 특별한 순간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에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터랙티브 시네마의 준비 과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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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콘텐츠, 가장 명확한 성공 가능성

신비아파트와 같은 어린이 대상 인터랙티브 시네마는 흥행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역이다. 어린이 뮤지컬에서 "주문을 외워요!", "다같이 손뼉을 쳐요!"와 같은 집단 참여 방식이 효과적이듯 스크린 속 메인 캐릭터인 '신비'와 함께 극장귀를 물리치는 여정에서 관객들은 함성을 지르거나 캐릭터의 질문에 대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에 참여하게 된다.

더욱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어린이 뮤지컬은 배우, 무대, 공연장 대관료 등 높은 제작비가 소요되는 반면 인터랙티브 시네마(2~3만원)는 한 번의 제작으로 전국 극장에서 동시 상영이 가능하다. 부모 입장에서는 뮤지컬 티켓(보통 4-6만원) 대비 합리적인 가격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저비용 고효율' 대체재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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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대상 콘텐츠의 딜레마

하지만 성인 대상 인터랙티브 시네마는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다. 공포물이나 추리극 장르에서 관객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분기되는 방식은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실제 극장 환경에서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첫째, 게임의 본질적 특성과의 충돌이다. 게임은 개인의 선택과 전략이 중요한 매체다. 혼자 혹은 소수의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하며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인데 극장에서는 수십 명의 낯선 관객들과 투표로 다음 장면을 결정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선택지가 아닌 다수의 선택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은 몰입을 방해하고 불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취향의 분산 문제다.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도 "문을 열 것인가? 숨을 것인가"의 선택 앞에서 개인의 성향은 천차만별이다. 스릴을 추구하는 관객과 안전을 선호하는 관객이 같은 공간에서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일부의 기대를 저버리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섣부른 비관은 금물이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실험되고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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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선구적 시도

2018년 넷플릭스가 공개한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는 총 30개의 선택지가 시청자에게 주어지며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최초의 성인 대상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였다. 1984년을 배경으로 게임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작품은 주인공이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망상을 겪는다는 설정을 통해 인터랙티브 장르 자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기존 인터랙티브 콘텐츠들이 시청자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 데 비해 밴더스내치는 그 흐름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청 시간은 최소 40분부터 최대 5시간까지 다양했으며 결말의 수도 공식적으로는 5개이지만 실제로는 10개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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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송가의 재치 있는 시도

최근 개그콘서트의 '챗플릭스' 코너는 관객과의 실시간 소통이 얼마나 큰 재미를 줄 수 있는지 증명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접속한 현장 관객들이 개그맨들이 제시하는 상황에 기발한 애드리브를 던지고, 개그맨들은 그 내용으로 코너를 진행하는 인터랙티브 코미디형태다.

관객들은 '조직 보스' 박성광의 상대를 묻자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의 사진을 띄우고, '국회의원 후보' 박성호의 정당 이름은 '아침마당'이라고 말하는 등 예상 밖의 전개를 유도하며 순도 100%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PD가 채팅창에서 재치 있는 댓글을 직접 선별해 무대에 올리는 방식은 관객이 단순한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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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하우스의 조심스러운 행보

해외에서는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2023년 2월 블룸하우스는 콘솔, PC, 모바일 기기용 오리지널 공포 테마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고 퍼블리싱하기 위해 블룸하우스 게임즈를 설립했다. 이는 인터랙티브 미디어로의 확장을 위한 장기적 노력의 일환이다. 블룸하우스는 저예산 고효율 모델로 유명한 제작사로 1만 5천 달러로 제작한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전 세계적으로 1억 9,3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성공 공식을 증명했다. 이들이 인터랙티브 콘텐츠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이 장르의 상업적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기대를 반영하는 시그널이기도 했다.


지금 대한민국 극장가에 필요한 혁신과 기대

현재 한국 영화산업은 제작비 등 다양한 이슈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우선 제작비 상승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OTT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 제작의 축이 이동하면서 극장 개봉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관객들 역시 집에서 편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굳이 극장을 찾아야 할 이유가 약해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터랙티브 시네마는 '극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제공한다. CJ CGV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SCREENX, 4DX 등 기술 특별관을 잇는 차세대 '넥스트 특별관'으로 인터랙티브 시네마를 발전시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밴더스내치'에서는 혼자 선택하며 봐야 하지만 극장에서는 여러 사람과 함께 실시간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집단적 경험이 가능하다. 이는 극장이라는 공간이 여전히 고유한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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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한 조건들

다만, 인터랙티브 시네마가 극장가의 희소식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장르와 타겟에 맞는 정교한 설계가 필수다. 어린이 콘텐츠는 단순하고 명확한 참여 방식인데 반해 성인 콘텐츠는 선택의 무게감과 결과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미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는 올해 AI 기술과 결합하여 더욱 정교한 상호작용을 구현해 기술의 발전과 함께 관객의 기대를 좀 더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관객의 기대치 관리도 중요하다. 이것이 기존 영화와 완전히 다른 경험임을 명확히 하고 집단 선택이라는 특성을 사전에 충분히 안내해야 실망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아리아스튜디오와 AI기반 인터랙티브 콘텐츠 전용 극장 구축에 관련해 MOU를 맺는 CJ CGV 조진호 국내사업본부장은 한 미디어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관객 참여형 콘텐츠가 실제 극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 라며 단계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올해 시범 콘텐츠 3편을 선보이며 AI 기술 구현부터 상영 적합성, 관객 반응까지 다각도로 점검할 것을 언급했다.

결국 앞으로 극장가 고객은 기존의 잣대로 다양한 대상을 찾기보다는 친구나 가족 단위 등의 소규모 (그룹형) 관객을 타겟으로 한 상영관 운영하는 방안이나 혹은 특정 시간대를 '인터랙티브 전용' 상영으로 지정하는 등의 운영 방향도 예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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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신중한 낙관적 태도로 잠재 가치를 기대하면서

아리아스튜디오의 시도는 분명 주목할 가치가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인터랙티브 경험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극장은 이제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을 넘어 '참여하는'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밴더스내치'가 OTT 플랫폼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개그콘서트 '챗플릭스'는 실시간 관객 참여의 재미를, 베니스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는 AI 기반 인터랙티브 시네마의 예술적 가능성을 각각 증명했다. 이제 CGV와 아리아스튜디오는 이러한 실험들을 종합하여 극장이라는 공간에 최적화된 새로운 경험 제공과 함께 비즈니스 성공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물론 모든 실험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침체된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쩌면 10년 후 우리는 "그때 인터랙티브 시네마가 극장을 살렸지"라고 회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지금 2025년 영화계가아리아스튜디오와 극장가가 함께 써 내려갈 새로운 서사일지도 모른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