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브라운 Feb 08. 2024

갑자기 백수가 되었습니다.

#2 눈물이 왈칵


2024년 1월 19일 금요일 오후.

특별한 일이 없어도 괜히 기분 좋은 금요일을 사무실에서 보내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누군가 해서 봤더니 인사과 팀장님이셨다.


'무슨 일이지?'

웬일인가 싶어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네 실장님, ***입니다."

"*과장, 지금 사무실이에요?"

"네 사무실에 있습니다."

"그럼 올라갈 테니까 잠깐 얘기 좀 해요."

"네 알겠습니다."


믿을 수 없는, 정말 믿기 싫은 이야기


무슨 일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떠오르는 건 한 가지밖에 없었다. 이제 수습기간이 끝나간다는 것. 입사 첫날, 3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나면 근로계약서를 다시 쓸거라 했는데 11월에 입사해 이제 3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나가고 있었으니 근로계약서 쓰는 거 때문에 보자고 하는 건가 싶었다. 이것 말고 인사에서 날 찾을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올라오신 인사팀장님과 회의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과장, 3개월 정도 일해보니 어때요?"

"가구 쪽이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았는데 하나하나 배우면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음.."

무슨 얘길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시는 걸까.


"정말 미안한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과장, 미안한데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수습기간 끝나 재계약은 좀 어려울 것 같."

"네?"


이게 무슨 얘기인 걸까.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에 뭐에 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잠깐 넋이 나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하니 얼굴이 굳어지고 심장 쿵쾅대고 온몸이 떨려왔다. 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마주 앉아 계신 팀장님은 이 상황에 대해 설명 고 계는데 큰 충격을 받은 내겐 그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귓가에서 웅웅 거릴 뿐이었다.


무슨 얘길 해야 하는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고개가 절로 숙여졌고 숙여진 고개를 따라 내 시선도 땅으로 떨어졌다.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고 도저히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왜? 대체 왜? 내가 뭘 어쨌다고?'


머릿속은 온통 이 생각뿐이었고 한참을 이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번 물어보기나 해야겠다 싶어 고개를 들어 맞은편 팀장님을 바라봤다.


"*과장은 모르겠지만 *과장 입사하고나서부터 매일같이 *과장에 대한 평가가 있었어요. 공장에 있을 때도 그랬고 특히 여기 오면서부터는 매일 대표님이 보고를 받고 계셨고. 어제까지도 *과장 거취에 대한 회의가 꽤 길게 있었어요.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직원인건 알겠는데 우리가 바라는 영업 과장으로서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부서이동도 고려해 봤는데 지금 T.O가 나는 부서도 없고. 어쩔 수 없게 됐어요. 미안해요 *과장."


"팀장님, 제가 지금 이 상황이 납득이 안 되는데요. 제가 여기 영업으로 입사해서 지금까지 11월은 공장에서 제조파트로 일했고 12월부터는 계속 현장 돌면서 시공업무만 했거든요? 제가 영업업무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도대체 뭘 보고 평가를 하셨다는 거죠? 여기 계신 분들 제가 영업하는 거 한 번도 보신 적이 없는데.. 제가 영업 하다가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다던지, 영업시켜 봤더니 영 못하더라 이런 평가 때문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이건 진짜 누구라도 납득 못하는 상황 아닌가요?"


눈물이 왈칵 날 뻔한 걸 꾹 참느라, 온몸으로 밀려드는 억울함을 잠시 밀어 두고 말하느라 목소리가 꽤나 떨렸다.


내 질문에 대한 팀장님의 대답은 이러했다.

지금 우리 회사엔 밖에 나가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할 사람이 필요한데 난 그런 타입은 아닌 것 같다고.

이 얘기에 결국 나도 화가 나서 목소리가 커졌다.


"아니 그러니까 제가 거래처에 나가서 어떻게 하는지 한 이라도 보셨나고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멘탈붕괴


"죄송합니다. 제가 좀 격해져서 목소리가 커졌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과장, 그럴 수 있지. 아무튼 회사 입장은 이래요."


팀장의 얘기가 이어졌다.

이제 이준비를 해야 할 테니 당장 내일부터라도 출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급여도 1월 말일분까지 계산돼서 똑같이 나갈 거니까 편하게, 나오고 싶은 날까지만 나오라 했다.

난 알았다고, 같은 팀 차장과 얘기해서 언제까지 근무할지 알려드리겠다 했다.


내 얘길 끝으로 팀장님은 회의실을 나가셨다.


11월에 입사하면서 경력직 입사지만 3개월의 수습기간이 있고 그 간동안 나에 대한 평가가 있을 거란 얘길 듣긴 했다. 그리고 수습기간이 끝나면 근로계약서도 다시 쓸 거란 . 하지만 지금껏 이직을 몇 번 하면서 그때마다 들었던 얘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명목상 있는 수습이라 생각했고 평가가 안 좋아서 잘릴 정도로 일을 못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으니까. 지금껏 일했던 회사에서 내 업무능력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좋은 이었다. 그랬기에 이 상황은 내게 더 놀고 충격적로 다가왔다.


'내가 그렇게 별로였나? 회사에서 나가라 할 정도로? 내가?'


멘탈이 무너진다는 게 어떤 건지 실감이 났다.

내가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있는데 갑자기 아내 생각이 났다.


'뭐라고 얘기하냐 진짜.'


참았던 눈물이 결국 터져 나왔다.



작가의 이전글 갑자기 백수가 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