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요일(1월 9일) 작은딸과 함께 대학로에서 뮤지컬 ‘쿠로이 저택에 누가 살고 있을까’를 보았다. 뮤지컬을 보러 가는 것도 좋지만 내색은 안 했어도 대학로 나들이에 더 흥분되었다.
창작극이고, 배경이 일제 강점기라는 정보만 알아서 시대물인가 보다 하고 갔다. 극은 유쾌하면서 감동이 있었고 구성도 좋아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줄거리는 시계수리공인 해웅이 독립운동을 하다가 죽은 형의 무덤을 찾았는데 형과 닮았다는 이유로 일본 순사에게 쫓기다 쿠로이 저택에 숨게 되었다. 마침 그 저택은 호텔로 바꾸는 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그 집을 떠날 수 없는 지박령 옥희와 아기 귀신, 처녀 귀신, 장군 귀신, 선관 귀신 등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얘기를 듣고 성불하게 해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해웅이 그들을 보게 돼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유쾌하게 풀어내었다.
소극장 무대를 잘 활용하여 입체감 있는 무대를 만들어 내고 홀로그램을 이용하여 귀신을 표현하여 더욱 실감 나는 무대였다. 배우들의 일인다역의 찰떡같은 호흡도 극에 몰입도와 재미를 주어 좋았다.
독립운동이나 일제 강점기라는 배경이 다소 무거운 소재임에도 지금 이 시대에서도 이해가 되는 공감대를 만들어주며 어쩐지 위로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가벼움이 가볍게만 생각되지 않게 가슴속 짠한 여운도 있었다.
낮 공연을 보아서 배가 고팠다. 식당에 가서 창가 쪽에 자리 잡고 앉으니 거리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활기차게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상념에 빠졌다. 저기쯤이 샘터사였었지 그 건물 내에 있던 ‘난다랑’에서 죽치며 함께 얘기하던 친구들도 그리웠다. 골목 저기쯤 있던 주막집에서 비 오는 날이면 파전에 동동주를 먹었던 일. 길 건너 쪽에 있던 오감도라는 레스토랑에서 밥 한번 먹는 게 소원이던 시절도 있었다. 꿈에 그리던 그곳의 아치형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 들떠서 밥 먹은 기억은 있는데 누구와 왜 갔는지는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딸과 공연도 보고 맛난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 공연도 물론 좋았지만 그날 대학로에서의 추억을 되새김할 수 있어 더 좋았던 나는 갑자기 감개가 무량하다고나 할까, 딸이 고마웠다. 엄마인 나와 공연도 가고 밥도 사주고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