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피는 소중하다

꿈을 걷는 길, 네 번째 이야기

by 설주


언제부터였을까


당신의 피가 부정하다고

당신의 피는 더럽다고

당신의 피는 불결하다고


그렇게 여기던 목소리는


오늘부터였을까


당신의 피는 소중하다고

당신의 피는 깨끗하다고

당신의 피는 결백하다고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당신의 피

우리의 피





생리대 천을 자르는 여성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많은 인구만큼 인도에 거주하는 여성들도 많은데, 그중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은 총 여성 인구 중에 단 12%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성 100명 중 12명만이 생리대를 사용하는데 '가난하기 때문에' 많은 인도 여성들이 가장 깨끗해야 할 여성의 몸에 더러운 헝겊, 나뭇잎, 곡물껍질, 톱밥 등으로 생리대를 대체해야 했다. 이러한 비위생적인 처리방법은 인도 내 생식기 질환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가족제도 하의 인도 여성의 인권은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아직도 생리가 부정한 것으로 여겨져 수치스럽게 여기며 금기시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면 생리대를 만드는 과정 1


이렇게 인도 여성, 그리고 찬드라반 여성들의 실상을 알았을 때 나의 생리기간을 되돌아보았다. 13살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생리대를 빼놓고 과연 생리기간을 상상할 수는 있었을까? 그리고 잠시 지푸라기가 내 몸에 닿는 느낌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 순간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내가 구원할 수 없지만 생리대는 할 수 있다.'


2017년 초 찬드라반 마을 여성들을 대상으로 1차 여성 위생교육을 진행했다. 면생리대 제작 교육과 더불어 면생리대를 제공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면생리대 제작 준비물품을 지원하였다. 그리고 인도의 성교육 만화책인 Menstrupedia Comic을 통해 성교육 또한 진행할 수 있었다.


‘생리’라는 여성의 권리를 부정하게 볼 것이 아닌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면 생리대를 만드는 과정 2


그렇게 함께했던 면생리대 만드는 시간. 직조가 유명하다는 인도답게 그들의 손재주는 정말 뛰어났다. 하나하나 천을 자르고 덧대고 모든 것들이 원래 알던 사람들 마냥 자연스러웠다.


면 생리대를 만드는 과정 3


그렇게 작은 바늘에 실을 꿰고 모든 자연스러운 행위들 안에 그렇게 하나가 되어갔다. 누구보다 열중해서 온 힘을 생리대 안에 깃드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당신의 피는 결백하고, 깨끗하고, 소중하다고'


면 생리대를 만드는 과정 4


한 땀 한 땀 새겨지는 바느질처럼 그들과 생리에 관해 교류하는 시간은 굉장히 뜻깊었다. 짧은 순간들이었지만 그 계기를 통해 그들의 피가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면 생리대를 만드는 과정 5


우리 몸에 나오는 것들 중 부정한 것들이 있을까? 그저 여성으로 태어났으니 한 달에 한번 피를 흐르며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소중한 것을 몸에 지니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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