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안의 블루

꿈을 품은 길, 세 번째 이야기

by 설주


그녀는 너무 깊고 슬픈 송아지

언제나 떠나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그 더듬거리던 눈망울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을 잇는다


파란색이 생각났다

무거워서

무서워서

눈물이 났다


내일이

오늘이

앞으로




맘따의 부엌


'맘따' 인도인임에도 불구하고 옆집 언니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하나하나 마음을 헤아려주는 깊은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템플 뷰 게스트하우스라는 성에 갇혀 사는 처럼 무언가 슬픔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검은 긴 머리는 매일 오일을 발라 반짝였으며, 짙은 검은 눈망울은 너무 깊고 슬픈 사슴 같았고, 한 손바닥 크기만 한 얼굴에 모두 들어있는 눈, 코, 입. 기적같이 아름답고 슬픈 외모 속에 그녀라서 7년의 시간 동안 더 마음이 크게 갔다.


하루 24시간을 2~3평으로 보이는 작은 부엌에서 보내며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린 채 모든 집안일을 치러야 하는 고단한 삶을 감히 내가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루드라와 맘따


게스트하우스 사장 딘데이알의 아내이자, 아들 루드라의 엄마인 것을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살던 그녀는 우리가 왔을 때 부끄러운 웃음으로 누구보다 행복해했다. 그런 그녀의 삶에서 아련함과 답답함이라는 이중 감정을 동시에 느꼈었다. 잠깐씩 맘따의 남편 딘데이알은 "맘따, 세종, 나(스노우주)는 Sad Face를 가지고 있다! 너희는 완전 가족이다."라며 장난을 쳤다. 그럴 때마다 '우리 안의 아픈 이야기들은 말하지 않아도 태어났을 때부터 신이 준 선물인가?'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 곳에서는 너무 슬프고 싶지 않으니까.


음식을 준비하는 맘따


매일 온 가족과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의 짜파티(인도의 주식)를 만드느라 하루를 다보내고도 힘들다는 내색 하나 하지 않는 그녀. 무거운 책임감이 그녀를 짓눌러도 고독한 자신의 현실보다 훨씬 더 중요했던 자신 밖의 사람들. 그렇게 온종일을 타인을 위해 보내는 맘따.


함께 일하는 맘따 1


그렇게 1~2년이 지나고 그녀의 삶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한 가족의 아내와 엄마이기 이전에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권리'에 대해 남편인 딘데이알에게 주장했다. 매우 보수적인 문화에서 다행히도 게스트하우스 업을 하며 살아가는 그에게 우리는 마냥 외계인으로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한 식구니까. 그녀도 우리가 하는 일을 함께 할 권리가 있다."


함께 일하는 맘따 2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게 3년 차부터 우리는 함께 일을 시작했다. 여성으로서 밖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태양이 다 나에게 온 것처럼 눈이 부셨다. 맘따는 인도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여성 중 하나이기에 그녀의 자유를 나의 자유처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맘따와 나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우리는 손을 맞잡았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고된 시간을 보낸 손은 언제나 차갑고 부어있었다. 너무 고생을 한 시간들을 알기에 그냥 만나면 가만히 손을 맞잡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위로가 됐다.


맘따의 케이크


그리고 언제나 매년 생일 때마다 직접 만든 케이크나 선물들로 나를 언제나 특별한 대상으로 만들어주는 맘따 언니. 우리는 헤어질 때 언제나 서로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린다. 잠시라도 그녀와 나의 슬픈 삶은 함께 있을 때만큼은 너무도 기쁨으로 벅차오르는 시간이었기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안.


가지 말라고 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를 맴돈다, 오늘 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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