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들풀 사이로 걷기

꿈을 품은 길, 세 번째 이야기

by 설주


코를 찌르는 풀내음

정말 우리를 닮았어

아무렇게나

아무 데서나

잘 피어있는 우리 같잖아

꺄르르 꺄르르


막 자란 우리

잘 자란 우리

늘 발이 향하는 곳이

길은 아니지만

그곳이 길인 것처럼 걷잖아

꺄르르 꺄르르




웃음이 가득한 찬드라반 아이들


한국의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찬드라반 마을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가서 만난 활짝 피어있는 찬드라반 마을 아이들의 미소를 보면 눈 녹듯이 모든 것이 사르르 녹는다. 누군가는 큰 일처럼 느껴지겠지만 나에게는 매년마다 만나러 가는 너무나도 당연한 시간들.



흙먼지가 가득한 길


흙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들풀들을 바라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인도에 함께 갔던 친구 J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 들풀들 봐. 너무 우리 같이 예쁘지 않아? 막 자랐잖아!" 하며 꺄르르 웃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친구를 아프리카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숲을 걷다가 두 갈래의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은 훤히 이정표가 크게 보였고 다른 한쪽은 알 수 없어 보이는 길이었다.


J: "어느 길로 가볼까?"

나: (이정표가 없는 길을 가리키며) "저기로 가자."

J: (한참을 걷다가)"여기 금지구역인데? 역시 우리는 길이 아닌 길을 찾나 봐. 그게 우리지!"


그래. 길이 없어도 길을 만드는 삶



먼 곳을 응시하는 찬드라반 아이



아이들을 만나면 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은 노란 꽃들을 품고 있는 거칠고 거침없이 자란 들풀이라고 묘사한다면 가장 어울릴 것 같다.


올해 이들을 만나면 무엇을 함께할까?

어떤 사건들이 또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는 또 얼마나 웃고 울게 될까?



들풀 사이를 지나치는 릭샤


너무나도 나를 닮은 거친 들풀들 사이로 막연한 길들을 가로질러 걷다 보면 나오는 곳. 그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어디선가 말해주는 것 같다.


걸어도 돼. 한걸음. 한걸음. 두려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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