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야 엄마 좀 살려줘

20260116 엄마 일기

by 작은마음

셋째이니 내심 자신 있었다. 첫째는 혼자 집에서 8시간 진통하고 병원 가서 40분 만에, 둘째는 진통 시작하고 바로 병원 가서 2시간 만에 낳았던 터라 셋째는 더 빨리 나올 거라 생각했다.


아침 6시 40분 첫째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

입원 수속하고 관장까지 한 시간여 사이에 수액 링거 주사가 팔에 들어가면 혈관이 터져 왼쪽 팔 두 군데 상처만 남기고 오른팔에 꽂았다.


새벽까지 일을 했던 터라 피곤한 상태였고 오전에 부탁해 둔 자료를 받아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맘이 급했다.


오늘 중에만 하면 되니 빨리 낳으면 그 후에 하지 뭐 vs 만에 하나 응급 제왕이라도 하거나 사고가 생길 수도 있으니 빨리 마무리해야 돼. 두 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원장님이 오시고 8시 40분 유도분만제 투여 시작.

어제 이미 자궁이 2센티 열려서 그런지 계속 누워 있어서 그런가 배와 허리가 아파온다.


다행히 빠르게 업무 소통이 되어 누워서 노트북으로 10시 반쯤 제출 완료. 이제 진통에 집중해야지.


입원하면서 무통은 안 맞겠다고 했더니 이런 산모는 처음이란다. 간호사님들이 번갈아 가며 몇 번을 들어오셔서 무통 안 맞아도 괜찮아요? 물으신다. 호흡하며 진통이 지나가길 기다리길 반복..


11시쯤 갑자기 분만 모드로 세팅을 바꾸시더니 힘을 주라고 하시는데 힘도 잘 안 들어가고 애기도 잠잠하다. 자궁문은 다 열렸다는데 아기는 아직 내려오지 않았단다. 이때 소변줄로 소변 빼는 게 괴로웠다.


진통이 허리춤에 걸리는 게 느껴졌다. 남자애는 골격이 커서 내려올 때 좀 더 힘들 거란다.

아기가 속골반을 지나야 한다는데 난 진통을 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원장님이 초음파를 보시더니 아기가 배 바깥쪽을 보고 있어 잘 안 내려온다고 하신다. 스스로 몸을 돌려야 한다는데 진통하며 또 기다릴 수밖에..

원장님이 "이제 무통 끊고요.." 하시니 간호사님이 "무통 안 맞으셨어요."라고 알려주셨다. 이제 진짜 진통의 시간이네 싶다.


아이가 몸을 돌려 내려오길 기다리며 두어 시간 지났을까 점점 아파오고 빈속에 물도 못 마신채 진통이 반복되니 입이 마르고 힘이 들었다. '대추야 힘내자'라고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대추야 엄마 좀 살려줘'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간호사선생님이 연락하라던 '응가 나올 거 같은, 차원이 다르게 묵직하게 아픈 기분'이 들어 호출하니 내진을 하고 힘을 줘 보라시는데 갑자기 분만센터 전체가 정전되었다. 그 사이 진통이 또 지나가고 전기가 다행히 금방 들어왔다.


또 묵직한 기분이 들어 호출하니 다시 분만모드로. 우리 원장님은 수술 들어가셔서 다른 과 선생님이 와주셨다. 베테랑 간호사님이 내가 힘줄 때 등 뒤에서 밀어주시고 호흡 두 번에 힘 두 번 주니 이제 힘 빼라고 하신다. 아기가 걸린 상태에서 힘이 안 빠지는데 "하아~ 하아~" 억지로 숨을 내시면서 힘을 안 주려고 애쓰는 동안 아기를 빼주셨다. 1시 31분. 끝났다. 태반 나오고 회음부 꿰매는 동안 신랑이 밖에서 캥거루케어를 하고 있었는데 대추 울음소리가 컸다. 내 가슴에 올려주셔서 빈젖을 빨아보게 하실 때 '대추야 엄마 살려줘서 고마워'라고 마음으로 말했다. 몸무게 3.59킬로그램. 누나들이 기다린다. 앞으로 우리 잘해보자~


한두 시간 경과를 보는 사이 출혈이 있다며 배를 강하게 누르시는데 아팠다. 셋째가 후배앓이가 더 심할 거라고 하신다. 휠체어 타고 병실로 올라가서 '아프네' 하고 누워있는데 잠시 후에 제왕절개한 엄마가 올라왔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끙끙 아야 소리만 내는 분을 보니 지금 나 정도는 아픈 게 아니구나 싶다.


좁은 다인실이라 신랑은 집에 가서 자라고 보냈다. 새벽에도 환자가 들어오고 간호사 선생님이 들락날락하며 소리에 자다 깨다 반복. 안대가 필요하겠다.


어찌 되었든 감사한 밤이다.

P.s 첫째가 오늘 열이 40도까지 올랐다는데 다행히 독감은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