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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의 음악 May 15. 2023

글만 써서 먹고살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실험 중

지금 나는, 글만 써서 먹고살 수 있을지 실험 중이다. 


나는, 글을 써서 돈을 벌어 본 경험은 있다. 다만 글만 써서 먹고 산 적은 없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는 실험은, 오직 글만 써서 먹고살 수 있을지, 그 실험을 하는 중이다. 작년 12월 중순부터(정확히 12월 18일) 실험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5개월 째다. 이 실험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이 실험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나도 참 궁금하다.      


글을 써서 돈을 벌어 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 가운데서도 첫 경험은 아주 극적이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 열에 한두 명은 입으로는 ‘정말 대단하시네요’ 하면서도 속으로는 ‘뻥 치고 있네’라고 할 정도로 약간 비현실적인 경험이기도 했다.      


그 경험은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인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팔팔한 20대 후반이었고, 15개월째 인도 여행 중이었다. 여행은 즐겁고 흥미진진했다. 평화롭기까지 했다. 인도와 나는 궁합이 참 잘 맞았다. 문제는 ‘15개월째’라는 것이 문제였다. 


15개월 전, 나는 ‘김포-방콕’ 왕복 1년짜리 오픈티켓을 끊어 한국을 떠났다(당시에는 인도 직항이 없어 방콕을 반드시 거쳐야 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눈치챘을 것이다. 1년짜리 왕복 비행기 표를 갖고 인도에 들어간 내가, 1년 하고도 3개월째 인도 여행 중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굳이 이해하자면 ‘행동을 먼저 하고 생각을 나중에 한다’라는 나의 강한 ENTP 성향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도 여행 15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그때, 내 수중에는 무용지물이 된 한국행 비행기 표와 100달러 남짓의 돈이 남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갈 비행기 표도, 비행기 표를 살 돈도 없으면서, 나는 참 태평했다. 지금처럼 신용카드나 인터넷 뱅킹으로 전화 한 통화면 집에서 돈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시절도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나는 집에다 돈을 부탁할 처지도 못 되었다. 전화 한 통화에, ‘그래 걱정하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기나 해라’면서 비행기 값을 보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당시 인도에서 한국으로 오기 위해서는 먼저 켈커타(지금의 콜카타)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가야 했다. 방콕에서 대만이나 홍콩, 필리핀을 경유하는 가장 싼 비행기를 타는 것이 가장 적은 돈으로 한국으로 가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간다고 해도 비행기 값과 여행경비를 포함해 최소 500달러가 필요했다. 당시 내 수중에 있던 돈은 100달러와 약간의 인도 루피였다.      


머리를 굴리고 굴렀다. 그런데 굴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도에서 400달러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당시 나의 하루 여행경비는 평균 100루피(약 3.2달러)였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돈으로 인도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 달 남짓이었다. 한 달 후면 나는 말 그대로 거지가 될 판이었다. 


아, 어떻게 조국 대한민국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을까 싶어 배낭의 짐을 다 꺼내놓고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혹시 누군가 이럴 때를 미리 내다보고 쪽지와 함께 비상금을 내 배낭에 몰래 숨겨 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니 그런 헛된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조악한 노트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인도에서 산 정말 조악한 노트였다. 여행을 다니며 도대체 뭘 적고 다녔나 하는 궁금증에 그 노트를 펼쳐 보았다. 어라, 제법 기록이 자세했다. 자세 하다기보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적어 놓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자세하고 꼼꼼하게 보였다.      






혼자 여행하다 보면 심심할 때가 많다.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다 보면 이른바 뻘쭘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노트에 이것저것 끄적거렸다. 그 결과물이었다. 


놀라웠던 것은 그런 노트가 세 권이나 되었다. 정말 내가 무척 심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한 ENTP 성향인 내게 그런 꼼꼼함이 있을 줄 정말 몰랐다. 그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책을 쓰는 거야. 책을 써서 돈을 벌면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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