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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키득 May 20. 2020

거미줄에 걸린 소녀

관전 포인트

줄거리

  리즈베트는 천재해커이자 곤경에 처한 여자들을 구해주는 정의의 수호자였다. 어느날 한 의뢰인으로부터 정보를 빼오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임무를 수행하던 중 악명높은 스파이더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중요한 키였던 인물까지 뺏기게 되자 리즈베트는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관전 포인트1  리즈베트

  제목과 같이 거미줄에 걸려 있다. 리즈베트는 생의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하지만 겹겹히 쌓인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여성상을 보여준다. 리즈베트는 고난에 고개 숙이고, 삶에 전복당하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그려 지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 전반에 걸쳐서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남성같은 여성이 아닌 고통을 이겨낸 여성에 가깝다.


  리즈베트를 연기한 클레이 포이 배우의 매력과도 연관되어 보인다. 그녀의 똘망한 눈망울은 처연함과 당참이 섞여 있다. 개인적으로는 남자처럼 연기하지 않아서 좋았다. 당차긴 하지만 여성으로의 당참이 느껴진다.


  아픈 개인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이지만 그래도 제법 굳세게 살아낸다.


관전 포인트2  이야기의 속도

  극이 이어지는 내내 쳐지는 감 없이 이어진다. 이건 액션물에게는 큰 장점이다. 미친듯이 폭주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극의 전개가 촘촘하게 짜여져서 보는 내내 몰입을 더하게 된다.


  초반의 짤막한 어린시절은 후반에서 적절한 타이밍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극명한 반전은 없이 예상가능하게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부담없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동일 원작의 다른 버전 영화도 봤던 것 같은데 강력한 이미지들만 잔상으로 남았다. 강렬한 소재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잘 사용해서 좋은 영화가 되지만 강렬한 소재와 이야기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더 기억에 남은 이야기이다. 강렬한 소재가 아니라 서사가 기억이 남은 영화였다. 마치 2세대, 3세대 스파이더맨들이 화려한 업적을 쌓고 있지만 다시 꺼내보는 것은 <스파이더맨 1>인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강렬한 소재 그리고 휘몰아치는 전개가 주는 희열이 있지만 때로는 섬섬하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관전 포인트3  캐릭터

  극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적절한 분량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치중된 캐릭터에는 큰 불만이 없으나(장르에 따라 큰 매력으로 작용하니) 왜 나왔는지 모를 캐릭터는 극의 몰입도를 흐리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알 수 없는 캐릭터는 극에서 방황하다가 주제를 흐리고 만다. 조연이 적절한 분량을 가짐으로 극의 몰입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는 주연과 조연들이 적절한 분량을 가지고 있고, 그 분량 안에서 응당 해야하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된다. 하다못해 리즈베트의 연인으로 나오는 여성도 적절한 분량 안에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해 극의 몰입도를 높혔다.



관전 포인트3  거슬리지 않는 액션

  개인 취향이지만 몰아치는 액션은 내 타입이 아니다. <분노의 질주>나 <미션 임파서블>은 훌륭한 시리즈물이지만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적당한 액션과 서사가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하지만 제일 별로 인 것은 이도저도 아닌 액션이다. 그럴바에는 아예 액션을 드러내는 것이 낫다고 본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 액션은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속도감있지만 너무 과하지 않는다. 주인공 리즈베트의 액션씬들도 인상적이다. 특히 의뢰인을 구하려 쳐들어간 집에서 스파이더스와 화장실에서 벌인 액션씬이 기억에 남는데 변기가 깨질 만큼 격렬했고 짜릿하게 다가왔다. 약을 뿌시고 코로 흡입하고 뒤쫓아 가는 장면은 초인적인 주인공에 대한 경외심으로 다가왔다.


관전 포인트4  발음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외국인들의 서툰 악센트를 가지고 있다. 미국인 해커로 나오는 흑인 배우만이 수려한 영어를 구사한다. 전반적으로 신선한 느낌이었다.



리즈베트와 거미줄

  결국 서사의 마지막은 어린시절이었다. 익숙한 회귀였지만 지겹지 않았던 것은 리즈베트와 그의 자매의 상봉때문이었다. 뻔한 내용이었지만 공통된 어린시절의 상처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구하러 갈 수 없었던 리즈베트와 리즈베트를 기다린 자매는 보이지 않는 거미줄에 얽혀 있었다. 사실 리즈베트의 삶은 그녀가 결코 어린시절의 아픔을 잊고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었다. 거미줄에 얽힌 삶이었을 것이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리즈베트의 자매 역시 또 다른 의미로 거미줄에 얽혀있었음에 마지막 대치 장면에서 드러난다. 이제 거미는 없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거미줄에 붙잡혀있었다.


  화려한 액션을 좋아하는 분들은 다소 심심하고 재미없을 수는 있겠으나 적절한 액션과 이미 많이 나온 원작물에 대한 다른 해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는 충분히 즐거웠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히즈베트의 헤어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다른 시리즈에서도 그렇고, 주인공은 원래 특이한 헤어를 가진 것 같다. 하지만 갑자기 힘준 머리는 약간 부자연스러웠다. 내추럴하게 내린 머리로도 충분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아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하기로했다.


  수동적인 여성상, 단일화된 여성상만큼 재미없는게 남성적인 여성상인데 이 영화에서는 적당하게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서사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데이빗 핀처버전보다 강렬함이 덜하다는데에는 동감하지만 강조된 서사가 주는 기쁨이 있다. 오늘 심심한데 여성액션이 보고 싶다하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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