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빨대와 집순이의 어쩌다보니 맛기행
이상하게 일정이 있는 날이면 일이 더 몰린다. 그래서 동생이 올때까지 잔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출발했다. 맛있는 피자를 먹으며 나는 힐링하리! 기대감이 차 있었다. 사실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피자보다 비둘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간 곳은 명동의 한 피자집이었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고, 명동도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휩쓸고 간 뒤 사람들은 점차 일상을 되찾아 간 듯했다. 명동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 많은 곳이 너무~ 너무~ 싫었는데 명동이 딱 그랬다. 사람 많고, 북적이고…무엇보다 비둘기들이 너무 많았다. 길거리 상점들에서 랍스타, 닭꼬치 등등 별의 별 음식들을 파니까 그 쪼가리들을 주어 먹으며 다른 동네 비둘기들보다 건강하게 자란 듯싶었다. 거대해진 비둘기들은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하강했다. 거짓말 안하고, 닭 만한 비둘기도 있었다. 나는 평소 비둘기가 있으면 피해가고, 인도를 내주고 내가 차도로 갈 정도로 무서워한다. 명동에서 피자집으로 가는 내내 거대한 비둘기들의 모습은 내 머리 속에서 이렇게 재생됐다. 닭 꼬치를 사 먹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사람을 두 발로 밀치고 닭 꼬치를 약탈해가는 비둘기의 모습. 아비규환으로 사람들은 비둘기의 습격을 피하려고 전속적으로 달리고, 온 거리에 비명이 난사 하는..
아무튼 피자집에 도착하자 기진맥진했다. 비둘기가 내 기력을 빨아먹은 듯했다. 앉자 마자 후딱 메뉴를 정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피자와 파스타가 나왔다. 해산물 피자와 로제 파스타였다. 파스타부터 한 입하니 맛있었다. 하지만 피자는 시큼했다. 처음에는 ‘해산물이 상했나?’ 싶었지만 상한 맛은 아니고, 시큼했다. 신 것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좀 별로 였다. 하지만 선입견일 수도 있지 않은 가? 계속 먹다 보면 맛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자는 끝까지 시큼했다. 파스타는 평범했고, 피자는 끝까지 시큼했다.
사이다로 입가심을 하고, 나가기 전 나는 재료를 다시 살펴봤다. 해산물 피자에는 크림치즈소스가 들어갔다. 나는 동생에게 물었다. ‘크림 소스가 원래 신가?’ 사워 크림이 들어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크림 치즈가 신가 보다. 동생은 ‘구우면서 시어진 것 아닐까?’ 였나 답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신 피자를 먹고 나오니 역시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 동생하고 집 근처 맛집들을 떠올렸다. ‘쭈꾸미 집도 맛있었지’, ‘칼국수집도 맛있었어’ 등등 대화가 오가니 생각보다 우리만의 맛집이 많이 있구나 싶었다. 다음에는 그 맛집으로 한번 가봐야겠다.
음식이 별로여도, 음식이 맛있어도 분명한 건 쌓이는 음식만큼 추억도 쌓인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 피자집을 떠올리면 신 피자에 대한 추억이 떠올릴 것 같다. 맛있어도, 맛없어도 추억이다!
그놈의 떡볶이는 그냥 나 혼자 만들어 먹었고, 사실 떡볶이보단 더 좋아하는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피자다. 치킨보다 먼저 가격을 올려서 생각보단 가격대가 올라서 양에 비하면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는 이 음식은 집에서 시켜먹으면 양이 너무 아쉬운 음식 중 하나다. 우리 집 사람들에게 배달음식을 시켜서 같이 먹는 경우가 많아져서 다들 먹는 양이 조금씩 늘어났는데 그러다 보니 라지 한판으로 아쉬운 느낌이 있다. 그래서 한 번도 질린 적이 없는 파스타도 같이 먹곤 한다.
그러다가 누나가 취업을 한 회사가 궁금하단 식으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누나가…
“그럼 나 퇴근시간 맞춰서 나와, 밥이나 먹자.”
“그럼 누나 회사도 구경 가능해?”
“음, 사장님 없으면? 와도 될 듯.”
라는 식의 대화를 한 적도 있었다. 그 대화의 연장선으로
“그럼 금요일에 나 퇴근시간 맞춰서 나와 밥 사 줄게”
라는 식의 말이 나왔고 회사 주소를 받고 시간을 정한 후에 밥을 얻어먹기로 했다. 메뉴는 의외로 누나 입에서 먼저 나왔다. 회사 근처에 피자집이 되게 크고, 메뉴도 맛있어 보여서 가보고 싶다는 식으로. 나는 음식점을 검색할 때 보는 것이 몇 개 있다. 첫 번째는 메뉴판이다. 이름만 들어도 땡기는 음식이 있는가 하고 찾아보게 된다. 두 번째는 음식 사진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여기가 어떻게 맛있어 보이는 플레이팅을 하는지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가게 내부 사진이다. 분위기를 보면 여기는 어떤 손님을 타켓으로 장사를 하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찮아서 마지막을 깜빡했다.
약속 날 당일 누나 회사를 아주 간략히 둘러보고 이렇구나 하고 누나랑 회사에서 나왔다. 음식이 중요하니 음식얘기나 하면서 기대감을 이야기하며 버스를 타고 조금 더 나아가서 음식점으로 갔다.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에 있는 피자집으로 인테리어 분위기를 보아하니 ‘여기 커플들 되게 많겠구나’ 했다. 실제로 이런 곳에 가면 긴장을 하는 건지 집에서 먹는 양에 비해 반 토막 나는 것 같다. 누나가 사 주는 거니 원래라면 피자 한판에 파스타 하나 샐러드처럼 간단한 거 하나 시켰을 것 같은데 그냥 피자한판 파스타 하나 시켜서 먹게 되었다.
사실 음식을 맛 볼 때 실망을 좀 했다. 피자는 위에 해물과 크림치즈가 들어간 피자고 파스타는 로제를 섞은 것 같은데 맛이 조금 밋밋했다. 누나의 죽보다는 괜찮았지만 우리 동네에 입맛에 길들여진 건지 너무 밋밋한 맛이었다. 거기다가 가격 자체가 비싼 상권이라 비싸게 받을 수 밖에 없는데 너무 비싸서 아쉬웠다. 동네에서 중간 정도 하는 음식집 두 번 정도 시켜먹거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 네 번 정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금액이 나와서 시간과 돈이 아쉬웠다. 그러나 누나랑 얘기 한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되어서 나중에 도움이 될 듯하다.
실망감은 무척 크지만 음식점을 말하기도 싫고, 맛에 대해 여러 가지 늘어 놓기에는 너무 별로라서 생각을 하기 싫어서 좀 짧게 글을 마치려고 한다. 그래서 다음에는 피자 시켜먹든가 하자 여긴 잘 못 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