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20, 나에게 이제 그런 인연은 없다.
단상#20, 생일이 빠르게 지나갔다.
생일이 빠르게 지나갔다.
역시나 그들에게선 연락이 오질 않았다.
"내 생일에 모든 게 확실해질 것 같아."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날들이 빠르게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말로 내뱉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아니, 이제야 진짜 현실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나마 형식적으로 서로를 구속하면서 인연을 유지했던 '돈'까지 사라졌으니, 말 다했다.
진작부터 끝났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난 무엇을 기대했을까.
명확한 직감이었다. 다신 서로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지 않을 거란 예감.
그 예감은 매일 밤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와 구질구질하게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들을 생각하는 것조차 지치게 될 때까지 계속되었으니까.
인간관계에 근본적인 회의감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돌고 돌았다.
이유를 알 것 같은 침묵이 이렇게 사람을 망가트리는구나.
우린 모두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런 인연은 없는 게 낫다.
쓸모없는 의미부여에 더는 날 망가트릴 수가 없는데, 그만하고 싶은데, 그들은 나와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산다.
길을 가다 우연이 만났을 때, 식당에서 마트에서 마주칠 수 있을 거란 가능성마저 내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한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여겼는데, 아니었다.
아닌가, 잘 알고 있기에 더 조심하고 배려했어야 했던 걸까.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저 마치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은 마음에 괴로워했던 날들에 화가 난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엔 너무 늦었다. 사실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다.
난 너무 지쳤고, 어차피 난 그들의 마음에 없으니까.
그래서 이젠 안다.
난 그들을 만날 일이 없을 거란 사실을.
하여, 쓸데없는 말과 행동을 난잡하게 늘어놓을 일도 없을 거다.
난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