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란 Jul 13. 2023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스즈메가, 우리가 바꾸고 싶은 건 어중간한 삶의 태도가 아니니까

*영화추천*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Turtles Swim Faster Than Expected, 2005

감독미키 사토시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출처: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스틸컷

뭐든 하는 일마다 대단하고 특별해 보이는 친구, 쿠자쿠와 달리 우리의 주인공 ‘스즈메’는 자신이 늘 어중간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의 애완용 거북이 밥을 하루도 빠짐없이 챙기면서, 자신이 사람들에게 투명 인간이 되는 게 아닐까 걱정한다. 평범하다는 이유로 존재감을 잃어가는 삶. 그렇다, 스즈메의 삶은 너무 평범하다. 단조롭고 반복적이기까지 한데, 쿠자쿠가 가진 센스마저 손톱만큼도 없다. 심지어 딱히 바쁘게 사는 것 같지도 않아, 언제든 무력함과 무료함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은 인생이다. 


하지만, 인생은 한방이라고 했다.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스파이 모집 광고, 계단 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과를 피하고자 바짝 엎드려 투명 인간인 척하며 찾아낸 일상의 탈출구! 스즈메는 스파이 부부에게 스파이로 채용되면서, 난생처음으로 재미없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출처: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스틸컷


스파이의 조건은 딱 하나다. 

스즈메가 가장 잘하는 눈에 띄지 않는 것. 평범한 바보가 비범한 스파이가 되는 순간, 영화는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더 가깝게 다가온다. 평범함이 가진 위대함이 아니라 평범하기 전부터 갖는 당연한 ‘존재감’을 중요한 화두로 던진다. 쉽게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사는 사람들 틈에서 똑같이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사는 삶이라니, 우린 처음부터 강렬한 아우라를 풍기며 태어난 자들이다. 충분히 각자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자들.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내일부터 스파이(?)가 되고 싶을지도 모른다. 맛있는 라멘을 만들 수 있지만 명확한 목적을 위해 그냥 그런 라멘을 만드는 사장처럼, 나 자신만큼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아는 ‘나’로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위로가 아니라 힘을 주는 영화다. 스즈메가, 우리가 바꾸고 싶은 건 어중간한 삶의 태도가 아니니까.


우리 모두 스즈메처럼 실실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쿠자쿠가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매거진의 이전글 빨판과 고질라 그 무엇들보다 <커튼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