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글모으기 습관
정보저장강박
나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이다. ( 이 정보도 남과 비교해야 하므로, 상대적인 상태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최근에 알았다. ) 나를 아는 정도와, 포지션이 다른 개인들을 1:1로 보는 것을 즐긴다. 단독 특수결의가 가능한 주식보유와 임원계약 형태로 기업에 참여하는 것에 가장 큰 이점이 시간 활용에 있다고 보기에, 어떨 때는 매일 1명 이상을 만나러 다니기도 한다.
편한 사석에서의 만남들은 공석에서 하지 못하는 소소한 이야기와 오히려 세계관이나 가치관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할 수 있다. 그렇게 자주 만나지 못했던 예전의 인연들이나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특정 화두나 주제가 반복되거나 어떤 패턴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면, 보통 페북이나 노션에 적어둔다. 퇴고는 하지 않는다. 글 짜임새도 고려하지 않는다. 가끔은 다른 sns나 브런치에 적기도 한다. 물론 종이 일기장에도 적는다. 그렇게 쌓이다 보면, 그 글들 마저도 겹치는 것과 연결되는 것이 있어 다시 글로 만든다.
무슨 대단한 계획이나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나의 자질구레한 습관과 취향과 취미들이 서로 호환되기 때문에 그렇다. 욕망하는 것이 있거나 전략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좋아하는 일들 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기이한 형태의 인간인가 보다.
의외로 정보를 향한 저장강박은 꽤 집안내력이어서, 큰집의 큰집... 어른에 해당하는 경산 정원용 선생님은 태어나서 죽는날 까지를 일기로 남겼다. 경산 선생님의 후손분들도 똑같이 하셔서, 이미 기네스에도 등재됐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버지는 자식들의 기억이 없는 시절을 모두 비디오 카메라로 녹화해두었고, 디지털 저장소로도 옮겨두셨다. 건설사를 수십년 경영하셨지만, 공구나 나사못 하나도 버리지를 못하신다. 나도 비슷하다. 다만 나의 공구와 나사못은 좀 더 추상적이고 언어적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