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뚱그리다 보면, 결국 헷갈린다.
디즈니의 사업적 접근은 늘 채널이었고, 플랫폼이었다.
디즈니랜드, 디즈니 만화 채널, 극장, 만화책, 잡지, TV, 굿즈샵에 이르는 여러 개의 채널.
그것이 옛날부터 지금까지 디즈니의 본체다.
만화를 비롯한 1차원적인(또는 직선적인) 감상물은 언제나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생산비용에 비해서, 소비가 빠르고 일회적이라는 데에 있다.
콘솔,패키지 게임이나, 시나리오의 역할이 큰 게임이나 영화에서도 비슷하다.
(늘상 스포일러와 불법복제물과 싸우고 있다면 대강 이런 감상물에 속한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해결방법은 방법은 2가지다.
하나는, 날카로운 법적 처리가 가능할 만큼 유능한 저작권 전문가와 법무팀을 구성하는 것.
다른 하나는, 생산비용을 낮추고 더 돈을 낼 의향이 있는 소비자에게 탄력적 가격을 제안하는 것.
그리고 두번째 방법을 구현하는 방법은, 서사가 아닌 케릭터에 집중하는 창작물을 만들고 복잡하고 다양한 채널에서 반복적으로 소비자에게 접근시키는 것이다. 참고로 이런 접근은 리그오브레전드와 카툰시절 마블스튜디오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사, 이야기는 그 나름의 전개가 있고, 다음 이야기는 이전 이야기에 의존성을 갖는다. 이와 달리 영웅의 서사시와 옴니버스적인 케릭터 중심 콘텐츠는 인물의 경험과 체험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에, 비교적 지난 생산물에 대한 의존성이 적은 생산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Netflix의 서비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서비스는 방향과 목적이 다르다.
넷플릭스의 콘텐츠적인 접근은 쉬면서 볼 수 있는 백색영상에 있다. 소비자의 취향과 신념이 다르면 편히 볼 수 있는 유머와 연출도 달라진다. 때문에 유저 타겟팅과 추천 알고리즘, 성능적인 안정성에 큰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이 틀렸다. 디즈니는 TV와 극장, 디즈니랜드에서 자신들이 점하던 채널의 힘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즉, 새로운 돌파구를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자신들이 잘하던 일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음료에서는 펩시와 코카콜라의 접근이 다르고, 시계에서는 롤렉스와 카시오의 접근이 다르듯. 같은 산업으로 편의상 분류되는 비즈니스들은 대개 서로 전혀 신경쓰거나 경쟁자로 여기지 않을 만큼의 구조적 차이가 있다.
디즈니플러스에 볼 것이 없고, 넷플릭스에는 싸구려 드라마만 있어서 왓챠를 본다면,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가 망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왓챠 유저인 것이다.
멀리 보려면 업의 본질을 파악해야한다. 건설업의 본질은 큰 돈이 여기저기 묶인 대부업에 연결되어 있고, 유통업의 본질은 대개 창고이다. 호텔과 카페의 본질은 부동산업으로, 시간의 길이가 다를 뿐 본질이 같다.
디즈니의 본질은 저작권 관련 법무팀과 콘텐츠유통채널의 유기적 연결체다.
이에 비해, 넷플릭스는 강력한 기술력과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을 등에 업은 저자극 콘텐츠의 바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