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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아리 Mar 18. 2021

마음을 뛰어넘으면 돌아오는 '이익'

올해 가장 큰 계획이었던 이사가 불발됐다. 주말마다 부동산을 찾아다니는 일이 유별나게 고됐다. 갭투자 오피스텔을 제안하는 사기꾼도 만났다. 어떤 타인은 눈만 마주쳐도 나의 편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사람이 더 많았다. 곱게 자란 건 아닌데 스스로 운이 좀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운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그들에게 의도치 않게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재밌다던지, 나와 말이 잘 통했다던지 하는 이익 말이다. 동시에 내게도 그런 이익이 돌아왔던 관계가 많아서 심각히 고민해 본 적이 없을 뿐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내 편이 될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오랜만에 몸살을 앓았다. 사람에게 뭘 바라면 안 되는구나, 이상한 회의감이 들었다. 사기꾼 말고도 몇몇 사람들을 떠올리며 혼자 지쳤다. 내가 아직도 사람에게 기대가 있는 게 창피했다. 관계를 개선하는 일이 의미 없게 느껴졌다. 그냥 우리는 서로에게 혹은 한쪽에게 백해무익할 뿐. 담배를 끊고 싶지만 못 끊는 흡연자처럼 관계를 유지하진 말자고 혼자 생각했다.


다행히 내게는 나를 지키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때문에 분노할 때 남이라는 덫에 걸려 불행해지지 말라고 타이르는 엄마가 있고 맞장구 쳐주는 친구가 있었다. 스스로 무의미하다고 생각될 때 글을 쓰면서 잊었던 의미를 찾고 절대 남 때문에 나를 비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책 몇 권이 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입고 나가고 싶어 지는 옷이 있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잘하고 싶은 일이 있고 잘하는 일도 있다.


가끔 집에서 혼자 망망대해에 떠오른 부표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이 소소한 것들이 방안의 물기를 다 흡수한다. 그 많던 물들을 다 먹은 그것들이 파릇한 야자수처럼 형체를 갖춘다. 사실 그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단언컨대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무게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일 것이다.


사진은 무해백익한 지혜가 펼쳐준 내 미래. (이기적인) 마음을 뛰어넘으면 이익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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