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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Jan 25. 2016

님비(NIMBY)의 세상

구로역 사건을 바로 보는 먹먹한 시선

 매서운 한파 속 월요일 임신한 아내의 출근길이 걱정이되 전화를 걸었다. 무사히 잘 도착했는지, 가는 길에 무슨 일이 없었는지 묻는 나에게 아내가 ‘구로역사건’을  이야기해주었다. 월요일 임을 감안하여도 너무 혼잡한 1호선이 이상하여 인터넷을 검색한 아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연신‘너무 무섭고 안됐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내를 달래고 인터넷 창을 열었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온 ‘구로역’ 

 

 검색과 동시에 무수한 기사가 쏟아졌고, 그 밑에는 실시간 소셜의 글들도 보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들과 동시에 ‘출근길에 뭐 하는 짓이냐?’, ‘죽을 때까 지도 관종 행세하냐?’라는 글이 보였다. 

매번 예상은 하였지만, 매번 충격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이 우리를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보다는 출근길의  정체부터 걱정하게 하는 것일까? 

 

 ‘왜 고인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야만 했을까?, 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보다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이야기를 서슴없이 인터넷 상에 뿌리고 있다. 나 역시 8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아침마다 ‘1호선-신도림-2호선’ 구간에서 지옥의 가장자리 맛을 느끼며 출근을 하였고, 잦은 사건사고가 많은 1호선 덕에 가끔 지각을 피해가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지각을 한다고나에게 치명적인 피해는 오지 않는다. 상사의 핀잔 혹은 따가운 눈총, 더 나아가면 이죽거리는 팀장 앞에서의 구차한 변명과 ‘다시는 지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 없는 형식적 반복되는  다짐뿐이었다. 물론, 하루의 일과가 짜증으로 시작되고 안 그래도 쌓여있는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되며, 그런 날은 하루 일과가 뒤죽박죽 되어 엉망이 되기 십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하루가 힘들다 한들 죽음과 견줄 것은 못된다. 


 자신의 조금 한 불편과 타인의 생명의 가치를 두고 가중치를 매긴다는 것이 혹은 그 가중치의 비중이 스스로에게 기울어 있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러한 현실을 만든 사회가 너무 안쓰럽고 먹먹한 가슴을 만든다. 


 주변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장과 발전을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도퇴되지않고 살아남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밟고 올라서기를 강요하는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타인의 대한 배려는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내가 배가 불러야 타인의 배고픔이 보이는 것이지, 아사의 문턱 앞에서 타인의 배고픔을 생각할 여유가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간혹 나에게 한다. 더불어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과 함께. 그럴 때면 이렇게 되묻곤 한다. “지금의 삶이 진정 아사의 문턱인가요? 배고픔의 기본적 욕구의 끝은 어디일까요? 허기를 달랜다고 그 욕구가 잦아들까요? 힘들다는 핑계로 자신을 위로하다 보면 어느 순간 비대한 몸을 가진 자신을 발견할지도 몰라요.”


 가끔 강의를 나가면 사람들은 세계여행에 대한 비용에 대해 질문을 한다. 비용을  이야기하면, 생각보다는 적은 비용에 놀라며 다시금  되묻곤 한다. 그럴 때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 여행을 떠나기 전 저도 '돈이 없다, 돈이  없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살아가는 데는 많은 돈이 필요 없더라고요. 물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도에서는 한 달에 30만원이면 충분했어요. 그때 생각했죠. 진짜 돈이 없는 걸까? 우리가  이야기하는 돈이 없다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만큼의 돈이 없다는 뜻은 아닐까?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나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이야기이고, 전혀  객관적이지 못한 주관적인  이야기이다. 가치관의 차이의 간극에서 발생한  이야기이지만, 나와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모 든 것을 가치관의 차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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