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작은 학교의 다문화 학생들 3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충분한 한국어 자극과 교육의 기회가 내국인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한 발생적 문해력의 결여는 한글교육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반복되는 학습결손의 결과를 낳는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 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지원을 통해 발생적 문해력의 결여의 공백을 어느 정도 채워야 하고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학생들의 읽기 교육에 대한 절대적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다문화 가정의 인식
그렇다면 다문화 가정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필자는 2018년에 실시한 전국 다문화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이를 알아보고자 했다.
우선 학생 성적에 대한 다문화 가정 부모님들의 인식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10% 정도의 가정에서만 자녀들의 성적이 우수하지 못하다고 응답하였고 그 외 부모님들은 자녀의 성적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입장에서의 시각과 굉장한 온도차를 보이는 결과였다.
두 번째로 교육 및 지원 서비스 경험 여부 중 자녀의 언어발달 지원 활용 여부를 알아보았다. 응답자 중 87.8%가 자녀의 언어발달 지원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이 없다고 응답하였고 교육이 필요치 않다고 응답한 결과도 50%에 육박한다.
위 통계 결과를 종합해보면 다문화 가정에서는 자녀의 학력 수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자녀의 언어 발달 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국가 정책
국가에서도 열악한 언어 환경으로 인한 기초학력 부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
1. 다문화학생의 학교생활 적응 및 기초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대학생 멘토링 지원
2. 언어발달 및 문해력 향상 지원을 위해 교과내용 중 주요 개념 및 어휘를 담은 교과 보조교재 개발 및 보급
위 정책들을 살펴보면 발달적 문해력의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보인다. 물론 이러한 노력을 통해 당장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를 조금씩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생기기 전 즉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주고 대화를 이끄는 등 간단하지만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언어 자극과 경험의 시간을 확대함으로써 발생적 문해력의 격차를 줄이는 정책 또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의 노력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기초학력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외부 프로그램들을 적용해왔다. 이 프로그램들은 주로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 학습에 자신감을 불어주는 취지의 프로그램들이었다. 결과적으로 부진은 해결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면학 분위기가 더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부진은 이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반복적인 이야기지만 ‘발생적 문해력의 결여’라는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소인수 학급이라는 장점을 살려 ‘기초적 읽기 향상’이라는 목적으로 저학년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저학년’을 강조하는 이유는 언어 관련 교육의 유의미한 효과와 효율성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독서와 언어 관련 다수 서적에서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고 우리 학교에서 진행했던 연구에서도 고학년으로 갈수로 사후 결과의 향상이 미비했던 결과를 보아 ‘저학년’에서의 문해력 교육의 집중' 은 꼭 필요한 과제인 것이다.
4년이라는 근무 기간 동안 관찰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도 각 가정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그 차이의 핵심은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가정의 아이들은 평균적인 기초학력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생활태도를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가정에서는 문해력 교육과 더불어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한다면 더 경쟁력 있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