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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Nov 18. 2021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개인의 생각

개인주의자 선언 속 민주주의

최근 2년 동안 생활업무를 맡으면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공문을 많이 받게 되었다. 공문에서 안내된  대략의 내용을 살펴보면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이 참여와 자치 그리고 토론 토의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뭔가 기초를 쌓지 않은 토대에 멋진 건물을 올리려는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시민교육을 논하기 이전 내가 교육받았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이렇다. 사회주의에 반대되는 이념, 선거, 자유와 평등 등의 단어로 떠오르는 사회적 개념 정도이다.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것의 근원이 어떻게 되고 나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체감하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 이념은 민주주의였지만 실제 사회가 지향하는 바는 ‘전체주의’였고 개인의 자유보다는 조직이나 집단을 우선시하는 ‘집단주의’ 사회를 경험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괴리감으로 인해 나는 솔직히 민주주의에 대한 혼란스러운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읽게 된 문유식 판사님의 책 ‘개인주의자 선언’을 통해 이 혼란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 주체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개인이 먼저 주체로 서야 타인과의 경계를 인식하여 이를 존중할 수 있고, 책임질 한계가 명확해지며, 집단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최선인 전략을 사고할 수 있다.
우리가 서구에서 수입한 민주주의는 바로 이런 개인들을 전제로 성립되어 있다. 우리 사회 존립의 근거인 가장 근본적인 사회계약, 즉 우리 헌법 질서의 근간이 그렇다. 이건 모두 유치원 때부터 배워온 지루할 정도로 상식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슬픈 만큼 이 사회에 내면화되어 있지 못한 이야기다. 뭔가 오랜 역사를 가진 명품을 수입하기는 했는데, 장식용에 그치고 있다.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식. 2015

민주주의라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야 하고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의 과정 속에서 나와 타인의 경계를 확인하며 서로 존중하는 과정이다. 이에 따르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우선의 가치로 인식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아주 기초적인 원리의 교육에서부터 민주시민 교육의 단추가 끼워져야 하지 않을까?


학교는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담당 파견교사  말에 의하면 학교폭력으로 회부되는 건 중 다수는 장난으로 시작되거나 별 거 아닌 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생각하게 한다. 개인이라는 가치에 대해 사회적으로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과 아직도 장난이나 실수라는 이유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어렵지 않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예민해진 만큼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로 민주시민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본원칙을 토대로 갈등 해결, 협력, 자치 활동 등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단계적으로 교육을 해나가야 건강한 민주시민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기본질서와 권리와 책임 등의 기초교육을 탄탄히 한 뒤 참여와 자치 등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걸핏하면 장난과 실수로 친구들을 괴롭히고 무질서한 행동으로 성실하게 생활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상황에서 토의와 자치 등의 활동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두가 참여하고 이야기해서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해내면 민주주의인가?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개인’의 가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타인의 권리 침해에 대해 염치를 갖는 것만으로도 초등교육에서의 민주시민교육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질서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이 아닌데...

위 내용들을 얼핏 보면 시대에 뒤처지게 질서교육을 운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2018년 교육부에서 발간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에서 제시한 민주시민교육의 구성요소 예시에서는 개인과 사회, 권리와 책임, 자유와 질서 등 분명 다양한 민주시민교육의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서로 약속을 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개념은 질서교육과 맞닿아 있고 이 또한 민주시민교육의 영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독재정권을 거치며 엄격한 규칙이 되려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기 때문에 질서, 규칙에 대한 반감이 존재하지만 현시대에는 개인의 인권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훌륭하게 정착되어 있어 질서와 규칙에 대한 교육이 올바르게 정착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있는가?

학교교육과정은 공식적인 교육과정과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있다. 여기서 잠재적 교육과정이란 누가 의도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학교문화, 교사의 행동 등으로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는 공식적인 교육과정을 제외한 모든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잠재적 교육과정이 민주적이지 않으면, 공식적 교육과정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실행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교사나 학생들 모두 가르치고 배우는 삶이 자신의 생활세계와의 불일치에서 오는 혼란으로 곤욕스럽기 때문이다. 또 잠재적 교육과정의 실행자인 교사가 민주시민성을 지닐 때 효과적이며 민주적 학교문화가 전제되어야 민주시민교육을 할 수 있다. -선생님, 민주시민교육이 뭐예요?. 엄경미

그렇다면 학교문화가 민주적인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민주적으로 변화하는 중간 어디쯤에 와있다.’라고 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왕적인 교장 선생님과 권위적인 학교문화가 만연 했지만 진보정권과 교육감이 집권한 이후에는 이러한 문화는 정말 많이 사라졌다. 그 대신 사라진 권위주의에 가려져있던 전체주의 문화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사소한 것 하나도 통일하려고 하고 튀지 못하게 하는 평준화 문화가 교사들의 개별화된 교육을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서두에서 밝힌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경험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민주시민교육을 하라고 한다면 교직사회의 실생활과 가르치는 삶에서 오는 불일치로 곤욕스러운 상황을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이 뭐야?

요컨대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은 이렇다.
가장 먼저 교사 ‘집단’이 아닌 ‘개인 전문가’로서 인정하는 교직사회문화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로 인해 발생되는 의견 조율, 대화, 타협, 소통 등의 자연스러운 과정들이  민주시민성을  길러낼 것이고  이는 실제의 삶과 가르치는 내용의 일치화로 효과적인 민주시민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될 것이다. 그다음 이러한 경험을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달하면 되지 않을까? 개인의 가치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서로 존중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와 타협을 하고 공동체에 연대하는 순서로 민주시민교육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면 어느 특정 요소만 강조하는 불 균형적이고 행사로 둔갑한 일회성 민주시민교육에서 벗어나 비옥한 토양 위에 자라나는 묘목처럼 바람직한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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