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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Sisters Mar 24. 2019

세 살부터 여든까지, 덴마크 자전거 인생

#07 덴마크에 갈 때 꼭 익혀두어야 하는 자전거 상식





자.전.거.를 조심하세요


흔히 유럽 여행에서 듣게 되는 말이 '소매치기를 조심하세요'라면, 덴마크에서는 이 말을 가장 먼저 듣게 된다. 휘게(hygge)의 나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친절한 사람들로 가득한 코펜하겐 시내에서,

인도/ 찻길 사이 자전거 전용 길에 자칫 발을 잘못 들여놓았다가는 평생 가도 못 들어볼 걸쭉하고 사나운 데니쉬(Danish)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 도로에서 만큼은 사람이 자전거에 부딪혀 넘어지더라도, 어느 누구도 멈춰 서서 괜찮냐고 묻지 않는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네가 잘못했네. 여기는 자전거 길이야'라는 눈총만 주고 스쳐 지나갈 뿐이다.


자전거 도로 위 만큼은 '휘게'란 없다
늘 긴장해야 하는 곳
어느 봄날의 출근길 photo by. DK sisters


덴마크 아이들은 걸음마를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페달이 없는 두 발 자전거를 선물 받는다. 동네 슈퍼나 어린이집에 갈 때 아이들은 보호자 옆에서 자전거에 앉아 두 발을 구르며 균형 잡기 연습을 한다. 이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선생님 인솔 하에 자전거 연습을 한다. 스무 명 정도의 아이들이 제각기 자전거를 타고 선생님의 수신호를 따라 하며 뒤를 잇는 자전거 행렬은 마치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들의 행렬을 보는 것 만 같다.


덴마크 친구들의 집에 가보면 기본 두세 대의 자전거가 있다. 동요의 한 소절처럼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마냥. 하나는 출퇴근용 하나는 레저용 나머지 하나는 대게는 기어가 고장 났거나 녹이 슨 자전거이다. 출퇴근용 자전거는 가벼운 재질로 지하철 계단에서도 거뜬히 어깨에 메고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자전거다. 바퀴도 마찰을 줄여주는 얇은 바퀴로 빠르게 출퇴근할 수 있는 자전거이다. 레저용 자전거는 마운트 바이크로 팔뚝만 한 바퀴에 육중하고 기어도 7개씩이나 달려있어 주말에 공원이나 호수 옆의 흙길을 달리기에 제격이다. 마지막으로 녹슨 헌 자전거는 시내에 가거나 집 근처 지하철을 타러 갈 때 혹은 장 보러 갈 때 많이들 타고 다닌다. 특히나 지하철 역에는 자전거 도둑이 많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안 좋은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


추월선은 1차선,
천천히 달리려면 2차선으로
큰 도로에선 자전거 신호가 따로 있고 차도와 인도 사이에 자전거 도로가 있다 photo by. DK sisters


우회전 시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 후 오른쪽 손으로 표시하면서 우회전해야 하며, 좌회전 시에도 똑같이 왼손을 뻗어 표시한다. 멈출 때도 표시를 해야 하는데 관광객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아무 예고 없이 멈추는 것이다. 이럴 경우 뒤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한 다른 사람들에게 다중 충돌의 위험이 있으므로 꼭 신호를 주어야만 한다. 자전거를 타다가 멈추고 싶은 경우에는 한 손을 어깨 높이만큼 올려 뒷사람에게 신호를 준 뒤 천천히 속도를 줄이면 된다.


출처: www.kbh-sprogcenter.dk


해가 질 즈음부터는 자전거 앞 뒤 라이트가 모두 장착이 되어 있어야 하며 없을 경우 경찰이 700 크로나 한화로 14만 원의 벌금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자전거에는 동행자를 태울 수 없지만 만일 크리스티아나 자전거나 어린이 좌석과 같은 별도의 자리가 부착되어 있는 경우에는 같이 탈 수 있다.


5월이 되면 덴마크에는 Vi Cykler til Arbejde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일에 갑니다라는 전국 대회가 한 달간 열린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나 직장에서는 삼삼오오 팀을 만들어 신청하고 5월 1일부터 본인이 자전거 탄 거리와 날짜를 입력한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전국 대회이다 보니 지역별로 회사별로 자존심을 건 대결이 되어 꽤 경쟁이 심하다. 그래서 5월 한 달간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20km 이상을 자전거로 달려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 달 간의 대결이 마무리되면 마지막 날 개인이 기록한 숫자들이 팀 별로 합산이 되고 가장 많은 날, 가장 긴 거리를 달린 팀에게 상금이 주어진다. 또한 추첨으로 뽑히는 팀들에게 자전거, 자전거 용품, 팀 셔츠, 식사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있어 전 국민이 함께 즐기는 대회이다.


날씨에 상관없이 자전거는 일상의 교통수단이다 photo by. DK sisters


덴마크에 오면 꼭 한번 자전거를 타보길 권한다. 처음 시작은 코펜하겐 시내보다는 한적한 동네에서 타거나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타면 좋다. 감히 말하건대 자전거는 덴마크인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진짜 덴마크를 경험하고 싶다면
자전거에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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