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절이 금요일이어서 3.4일에 시업식을 하게 됐다. 방학 내내 늦잠을 자고 여유로운 아침시간을 보내다가 월요일부터 5일 연속 학교에 간다는 건, 정말 큰 일이다. 시작하는 날의 문을 여는 건 매년 돌아오지만 매번 낯설다. 교실 문을 열고 한 발 들어서면, 분주한 시선들이 내게 모여든다. 호기심, 반가움, 안도감, 당황스러움, 경계심 등이 한꺼번에 나를 훑고 지나간다. 그 순간이 부담스러워 미룰 수 있다면 미루고 싶은 처음의 시작이지만, 문은 열렸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건넨다.
"얘들아 안녕, 첫 날이라고 다들 일찍 왔구나? 어제 잠은 잘 잤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쌤, 저 쌤 알아요."
아이들도 나도 경계를 조금씩 낮추어 간다.
우리 학교 시업식은 전 학년이 강당에 모인다. 학생수가 너무 많지 않은 적당한 규모여서 가능한 일이다. 교실에서 방송으로 시업식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무래도 나는 다같이 모이는 게 더 좋다. 와글와글한 분위기 속에 얼굴을 보고 부대끼며 모이는 과정이 '이제 진짜 시작이야'를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연신 손을 흔들어대며 아는 얼굴을 찾기 바쁘다. 작년 친구들도 찾고, 작년 담임 선생님도 찾는다. 선생님들도 아는 얼굴들을 찾는다. 긴장이 살짝 풀리는 순간이다.
시업식이 끝나고 6학년은 입학식을 준비했다. 1학년 친구들에게 6학년 선배들이 꽃과 책 꾸러미를 전달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의자를 약 200개 정도 깔아야하는데 일개미들 처럼 도와주는 6학년 친구들 덕분에 금세 식장이 마련됐다.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다는 건 관계가 깊어지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1학년 친구들은 하나같이 얼어있다. 가방도 벗지 못하고 어깨에 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6학년들은 그런 1학년이 귀여워서 말을 건네기도 하고 가방을 들어주기도 했다. 기특하고 대견한 아이들이다.
교실에 돌아와서는 본격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여전히 얼어있는 아이들을 위해 자기 소개는 둘째날에 하자고 했다. 첫째날은 '준비와 정리'의 시간이다.
- 14권의 교과서를 받아서 자기 이름 쓰기
- 사물함과 서랍 정리하기
- 내 자리 청소하기
소독 티슈를 한 장 씩 나누어주고 '먼지 많이 모으기' 활동을 했다. 2월의 마지막날에 분명히 청소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먼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누가봐도 제일 많이 모은 저 물티슈는 도대체 어디를 닦은 걸까.
선생님인 내 소개와 함께 학교 생활 안내장을 배부하고 남은 시간은 '참/거짓 모서리 게임'을 했다.
종이를 반절 접어서 나에 대한 정보 2가지를 참 또는 거짓으로 표현한다. 사회자가 종이를 뽑아 문제를 내고 참인지 거짓인지를 맞추는 게임이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데, 친한 친구여서 맞추는 경우도 있고 친해서 틀리는 경우도 있었다.
"민호에 대해서 난 다 알아."
라고 승권이가호언장담을 했다. 아이들은 민호랑 친한 승권이의 말을 믿고 다같이 거짓을 선택했지만, 민호의 정답은 참이었다. 정답이 공개되자 민호는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