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 공화국에 반대한다.
대학교를 가기 위해 면접을 봤을 때도, 며칠 전 인턴 면접을 볼 때도 첫 번째로 물어봤던 질문이다. 아마 이게 큰 의미가 있는 질문은 아닐 것이다. 면접관이 면접자에게 너무 긴장하지 말라며 경직된 분위기를 깨려 던져준 최소한의 배려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턴으로 첫 출근을 한 이날도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와 함께 인턴으로 입사한 A씨는 일을 하기 위해 담양에서 서울로 왔다고 한다. 그러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잖아요….”, “서울에 오면 뭐하고 싶었어요?” 다들 서울에 온 것을 환영하며 친근감을 형성하려 했다. 전라도 사람을 처음 봤다는 B씨는 반가운 듯 “나도 나중에 사투리를 가르쳐달라”, “전라도에 놀러 가면 가이드를 해달라”며 외국인과 할 법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저 초반에 친해지기 위해 나눈 짧은 대화였는데 나는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다가 한 기자가 던진 질문인 “모두가 모인 서울 행복한가요?”가 함께 오버랩 되며 말이다.
전주의 삼백집도 서울에 있고, 군산의 이성당도 서울에 있다. 서울에서 지방에 내려갈 이유는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이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야 할 이유가 이렇게 많은지는 몰랐다. 이러한 실태를 2020년 9월 12일부터 12월 19일까지 10주간 뉴스데스크에서 로드맨 시리즈로 ‘일방통행 서울민국’을 방영했다.
9월 19일에 방영된 <‘여기선 아프면 안돼요’ 응급실 없는 도시>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전라남도 영암군은 응급실이 없다고 한다. 영암에서 가장 큰 영암병원이 인구수 감소로 인해 응급실을 4년 전부터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용 대비 편익이 떨어지니 병원에서는 운영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응급실에 가기 위해서는 근처의 고흥이나 나주의 병원으로 차로 30분을 달려가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한다. 고흥은 작년부터 응급실 운영을 포기했고, 나주의 병원은 응급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서울과 비교해 지방 중환자의 치료 가능 사망률은 최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일방통행 서울민국의 3편에서는 학교가 사라지는 남해의 교육 현실, 5편에서는 버스가 사라지는 목포의 현실, 6편에서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구미의 현실이 그려졌다. A씨는 취업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오기를 선택했다. 의료를 위해서, 교육을 위해서, 취직을 위해서……. 이유는 각양각색인데 대한민국에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선택지는 서울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살이는 과연 행복할까? 12월 19일에 방영된 <모두가 모인 서울 행복한가요?>를 보다 보면 썩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서울시 청년의 주거 빈곤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서울시내의 물가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서울의 영향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서울공화국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에 반대한다. 모두가 한쪽으로 쏠린 배는 결국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점점 기울어지다 90도로 꺾여버린 지방은 낭떠러지가 되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방에서 살아가는 것을 서울에서 살아가는 것과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걸 목표로 두고 하나씩 하나씩 바꿔가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어떤 방송사의 시사방송을 트나 열 개 중 7~8개는 ‘윤석열 혹은 추미애와 관련된 검찰 이슈’가 나오거나,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코로나 19 백신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대중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고, 중요한 이슈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MBC 시사교양이 서울 편중과 관련된 문제를 꾸준히 이야기해줘서 감사하다. 작년에 방송되었던 울산 MBC의 ‘경성판타지’부터 엠빅뉴스의 로드맨에서 취재한 ‘서울공화국’부터 이를 확장해서 올해 꾸준히 방송된 MBC 뉴스의 ‘일방통행 서울민국’의 10편까지. 꾸준히 해당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권력기관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검찰 개혁도 중요하고,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도태되지 않아야 하기에 4차 산업혁명 대비도 중요하다.
아울러, 학교와 병원조차도 다니기 힘든 대한민국 지방의 현실도 중요하다.
함께 서울민국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