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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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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민 Jun 23. 2020

오늘만 사는 PD수첩의 국회 털기

PD수첩의 30년 짬바와 깡을 말하다

공자는 나이 서른을 이립(而立)이라 말했다.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서 움직이지 않는, 스스로 뜻을 세우고 설 수 있는 나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 바로 서는 나이이며,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하는 나이라 하였다.

     

진영이나 국익이라는 논리에 갇혀서 진실을 가리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달려온 PD수첩이 서른 살을 맞이했다. 국내 최장수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PD수첩>의 서른 기념 특별 기획 아이템 <21대 국회에 바란다>는 PD수첩의 특성을 잘 살린 화라고 생각한다.




시사 짬바 무시 못하는 30년 경력직 PD수첩


PD수첩의 30주년 특집 1부 <국회의원, 그들이 일하는 법>에서는 ‘조혜연 스토킹 사건’과 ‘의료실 CCTV 설치’를 배경으로 두고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일을 못하는 혹은 안 하는 이유를 전경으로 드러냈다.  

PD수첩 '국회의원, 그들이 일하는 법' 회 차의 주요 질문

이 배경으로 제안된 사건들은 국민들의 많은 공분을 사고 있고 이슈화가 되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PD수첩의 한 회에서 마음먹고 포커싱을 하여 방영하면 이슈화가 될 지점은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PD수첩은 이 두 가지의 거대 이슈를 배경으로 두고 ‘법안 처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는 이 지점에서 PD수첩이 시사 프로그램의 큰 형님으로서 본을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타 시사 프로그램처럼 하나의 이슈에 집중하여 사회적 공분을 이끌어내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보다 더 깊게 들어가서 시스템 상의 문제 지점을 발본색원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신경을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신경을 쓸 수 있게 해 주었다.


사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줄 수 있었던 건 속된 말로 PD수첩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었기 때문 아닐까? 이미 PD수첩은 <죽음을 부르는 데이트 폭력>, <치안강국 대한민국 여성은 왜 범죄의 표적이 되었나>, <문고리를 흔드는 손> 등 스토킹 사건에 수차례 문제제기를 해왔고 <유령 의사, 수술실의 내부자들>, <성형공장의 비밀>에서 의료실 CCTV 설치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었다. PD수첩이 다양한 문제를 성역 없이 접했기에 통찰이 생긴 것 아닐까?



쎈 놈 전담 깡패 PD수첩


요즈음의 시사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전두환 때의 ‘땡전뉴스’마냥 여당과 현 정부의 용비어천가를 틀어 놓은 건가 싶은 방송이 보인다. 또 어떤 시사보도를 보면 이게 언론인가 싶을 정도로 음모론과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여당과 현 정부를 비난하는 방송도 보인다. 언론은 제4의 권력이라 불릴 만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에 한쪽 성향을 대놓고 지지하는 방송을 진행한다면 객관성과 불편부당함을 잃게 되어 시청자는 문제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알 권리를 잃게 된다.


그렇다면 불편부당함을 잃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건 비판 정신의 무장일 것이다. PD수첩의 30주년 특집 2부 <금배지의 자격>은 이러한 정신을 제대로 살린 화로 느껴졌다. 윤미향·양정숙 여당 내에서 문제가 제기된 두 21대 국회의원의 의혹을 하나하나 파헤쳤다. 그리고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여당의 비례대표 부실 검증 문제’로 문제의 본질을 확대하여 제대로 비판하는 PD수첩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서 야당의 망언에 대해 다루며 이들이 제대로 된 징계를 받지 않고 넘어간 것, 태영호·지성호 두 21대 국회의원의 책임감 없는 발언(김정은 건강이상설·사망설) 등을 다루며 여와 야 가리지 않고 잘못에 있어 집요하게 파고들어 비판하는 쎈 놈 전담 깡패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PD수첩 '금배지의 자격' 회 차 중 PD수첩의 PD가 인터뷰를 요청하고 거절당하는 장면

사실 PD수첩은 이전부터 신랄하고 얄짤없기로 유명했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부터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정비 사업 논란, 검찰과 스폰서의 유착 등 TV 언론이 다루기 힘들었던 주제를 모두 다뤘다. 간이 두 개인가 싶을 정도로 그 어떤 것에 대한 것도 가리지 않고, 심지어 ‘MBC 몰락, 7년의 기록’이라는 MBC까지도 패는 PD수첩의 깡은 지금에도 여전했다.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는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공영방송도 편향된 방송을 제공한다고 느껴지기 시작하자 시청자들은 신뢰할만한 매체를 찾기 어려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MBC가 6년 만에 방송사 신뢰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MBC의 신뢰도 향상에 ‘PD수첩’의 성역 없는 모두 까기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PD수첩에게도 남은 과제는 존재한다. 깡의 창시자인 ‘비’와 공통점이라고나 할까나. 분명히 좋은 사람(프로그램)인데 올드한 느낌을 자꾸만 준다. 이에 비는 ‘월드스타’라는 기존 캐릭터를 뒤로하고 1020세대에게 알맞게 변화하여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전 세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PD수첩은 뉴미디어에서도 여전히 딱딱하다. 뉴미디어에서도 우리 아빠만 좋아할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비가 자신의 캐릭터를 버렸어도 가수로서 ‘비’는 여전히 인정을 받는 것을 주목하자. 뉴미디어에서 만큼은 PD수첩도 더 1020에게 맞추어 변화하자. 그것이 절대 PD수첩을 향한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다. 올드한 느낌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에게 인정받는 깡의 일인자가 되기를 바란다.


PD수첩의 이립(而立)을 축하하고 PD수첩이 쭉 여전하기를 바란다.

주변의 어떤 이야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세운 철학을 무너뜨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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