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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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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민 Oct 14. 2020

백분토론이 토크쇼가 된다고?

시사토론 프로그램 본좌의 도전

어렸을 때부터 나는 백분토론을 종종 봤다. 내가 지적 허영이 있는 탓도 있고 공부 빼고 다 재밌는 시험기간에는 백분 토론을 보고 있는 건 죄책감이 크게 들지 않는 탓도 있었다. 뭐 어찌 됐든 나에게 시사나 토론이 골머리 아픈 것이라는 편견이 없는 것에는 백분토론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심지어는 백분토론을 다시 보기를 하며 꼼꼼히 볼 때도 있었다. 근데 사실 요 근래는 MC가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정치 이야기가 신물이 나서 시사 방송을 일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2차 재난지원금이 나오는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다시 뉴스를 보던 중에 2차 재난지원금이 나온다는 이야기에, 이것을 두고 여야가 갈등한다는 이야기에 이 주제로 백분토론이 진행된 게 있나 싶어 찾아봤다. 근데 어? MC도 바뀌고 패널과 포맷도 바뀌었다. 백분토론이 정치 시사토크쇼로 변화한다고 한다. 첫 술을 뜨기 시작한 백분토론의 변화에 대한 감상평을 적어보고자 한다.




프레임 토론이 좋은 토론 방식일까?



프레임이란 사람이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 여당과 야당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백분 토론에서는 두 토론자가 갖고 있는 프레임을 먼저 언어화하고 상대방이 제한된 시간 동안 해당 프레임 안에서만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프레임 토론의 토론방식인 듯싶다.

그런데 해당 회 차에서 두 게스트가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기존의 100분 토론과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 두 명 게스트의 토론을 보며 내용은 둘째 치더라도 ‘프레임 토론이 기존의 토론이 크게 뭐가 다른 건가?’라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게스트가 프레임을 먼저 제시해 눈에 가시화했기에 토론의 전체 내용은 상대방의 프레임의 정당성에 대한 이야기가 다수를 이뤘다.


이 점은 최근의 백분 토론의 886회 <4차 추경 7조 8천억 원, 효과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윤건영 국회의원은 해당 주제에 ‘선거만 의식하는 오락가락 야당’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한다. 토론 주제에 맞춰 토론이 진행된다면 4차 추경의 내용이 적절하다는 것을 윤건영 국회의원은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4차 추경에 대해 정부와 함께 책임감이 막중한 여당의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4차 추경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야당이 정치공학적으로만 사태를 접근한다” 등 소모적인 야당에 대한 비판만 지속할 뿐이었다. 해당 추경에 대한 설명,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전무했다. 4차 추경은 ‘대통령 지지율 관리비’였다는 프레임을 제시한 황보승희 국회의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4차 추경의 통신비 2만 원 지원이 ‘추미애 장관 의혹’, ‘민주당의 20대 지지율 저하’ 때문에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만을 제기한다. 추경의 예산이 어떻게 쓰였어야 한다는 주장은 없다. 여당의 잘못만을 야당의 잘못만을 프레임으로 삼아 논의가 진행되는 토론을 들으며 많이 실망스러웠다. 이런 식의 토론이 지속된다면 모든 주제에 대한 답은 ‘나쁜 여당, 나쁜 야당’으로만 그치게 되는 것 아닐까.

어떤 사안에 동의나 반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근거는 다를 수 있다. 지금의 프레임 토론 방식이 그런 다양한 근거를 보여주는데 적합한 형식보다는 상대방의 시각이 잘못되었다고만 말하기 쉬운 구조가 되기 쉽지 않을까 싶다. MC의 변화, 촬영 장소의 변화 등으로 백분토론이 비주얼적인 변화가 많아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토론 내용을 볼 때는 프레임 토론이라는 그릇이 과연 적합한 그릇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긴다.




백분 토론이 웃음까지 줄 수 있다면?


여태까지의 MBC 백분토론은 토론 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했고, 지금은 종영한 JTBC 썰전은 정치 시사토크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본다. 다른 결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기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이전의 백분토론은 주제에 맞는 전문가가 나왔고 다양한 관점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그래서 보는 이들에게 폭넓은 시야를 제공했다. 썰전은 여당과 야당 측의 빅마우스가 나와한 주의 이슈들을 통틀어 썰을 풀며 자유롭게 대화하며 재미를 주었다. 둘 모두 장단점이 있기에 어떤 것이 나은 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백분토론이 시사토크쇼로 변한 이유는 MC인 정준희 교수가 타 채널의 시사프로그램에 조언한 내용과 유사할 것 같다. 지속적으로 레거시 미디어의 시사프로그램 시청자는 적어지고 있다는 점. 이때 시사프로그램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시사 수요가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 시사 수요를 자극해서 시청층을 넓혀야 한다는 점. 이 두 가지가 배경이 되어 백분토론이 시사토크쇼로의 변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시사토크쇼로의 변화는 자연스레 jtbc의 썰전을 떠올리고 비교하게 한다. 토론의 무게감에도 진행방식에도 많은 차이가 있기에 비교가 적합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시사토크쇼로 변화를 꾀한 백분토론이라면 그들을 보며 한 가지 챙겼으면 하는 게 있다. 바로 재미를 챙겼으면 한다. 재미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토론 상대끼리의 케미를 보여줄 수 있는 구성인 것 같다. SBS 개표방송에서 이철희가 나올 때 강용석을 패러디하여 보여준 것처럼, 전원책과 유시민 조합만으로 그들의 티키타카가 궁금해 방송이 기대가 되는 것처럼 그런 케미를 만들 수 있는 구성이 있었으면 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백분 토론이 ‘제레미 리프킨’과 같은 세계적 석학을 데려와도, 여당의 당대표 후보들이 모여 토론을 해도, 시의성 높은 ‘추미애 장관 아들 논란’과 같은 주제에 대해 뜨거운 토론을 진행해도 큰 관심이 없다. 백분토론이 최근 1년간 가장 인터넷에서 뜨거웠던 건 유시민, 홍준표의 케미가 돋보이는 말다툼 영상이었다. 지금 백분토론의 윤건영 국회의원과 황보승희 국회의원의 토론은 웃음이 없다. 계속 화만 낸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제에 대해, 혹은 대선 후보끼리 뜨거운 공방을 하는 것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잠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매주 반복되는 토론이 늘 이렇게 화를 낸다면 시청자는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백분토론이 어렵겠지만 토론 안에서 다양한 희로애락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여태까지의 백분토론은 사안마다 적합한 전문가를 불러 어떤 말을 할지에 대해서 궁금하게 했다. 그러나 지금의 백분토론은 정치 시사토크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응당 토크쇼라면 대화에서 희로애락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에 알 맞는 고정 게스트로의 변화를 한다거나 재미를 줄 수 있는 자막을 사용해본다거나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어 본다거나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사토론 프로그램계의 본좌로, TV 토론 프로그램의 삼대장으로 불리는 백분토론이 더 많은 국민들이 정치/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게 하고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아직 첫 술이라 그런 걸까? 배가 차지는 않았다. 그러나 방향이 옳기에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보던 사람만 보는 백분토론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백분토론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백분토론 앞으로도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대담하고 젊은 토론을 지향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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