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지현 Oct 23. 2022

그가 보이시나요?

<자기계발 절대로 하지 마라 그 대신 이건 꼭 해라>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매일 새벽 5시 전에 일어나 명상(meditation)을 하고 조간신문을 읽습니다.

자기계발 책도 꺼내 전투적으로 읽습니다.

노트북을 켜고 재테크 강의를 듣습니다.

커피 한잔을 내려 옆에 두고 블로그에 자기 생각을 글로 옮깁니다.

대부분 사람이 아직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 그는 이미 그가 해야 할 오늘의 일들을 마칩니다.


뿌듯한 마음에 기분 좋게 출근 준비를 합니다.

이기고 시작한 듯한 기분, 남들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의욕으로 일상을 채워갑니다.

     

오늘도 그는 모두가 잠든 새벽 침대 밖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처음 느꼈던 뿌듯함이 점점 희석되어 갑니다.

보람차게 하루의 포문을 열었던 새벽 기상도, 매일 읽던 자기계발 서적들도,

그들이 알려주는 대로만 하면 금방이라도 그들처럼 경제적 자유를 누릴 줄 알았는데 무언가 허전합니다.


어쩐지 익숙한 그가 보이시나요?

녹록하지 않은 직장생활 속에 시간을 쪼개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가족을 돌봐야 하는 그는 다름 아닌 우리입니다.      


사람들이 말합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느냐고. 참 대단하다고.

처음에는 그 말이 듣기 좋았습니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구나. 안심되었습니다.

솔직히 재미도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기쁨, 모르는 것을 배워가는 즐거움을 느낄 때 스스로 대견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열심히 사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지적 호기심이 아닌 지적 허영심을 채우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해서 무작정 읽었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게 좋다 해서 잠도 많은데 일찍 일어났습니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해서 명상을 했습니다.

흔적을 남겨야 한다 해서 기록을 했습니다.

소액투자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는 그들의 경험에 혹해서 부동산 강의도 듣고 주식도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나는 충분히 열심히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불안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자기계발'이라 부릅니다.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안정된 직업도 가지고 있고 화목한 가정도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문제라고 이름 붙일만한 ‘거리’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은 불안해합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자기계발 번아웃(burnout)이라고요.


어느 날 문득 저는 자기계발 번아웃을 느꼈습니다. 일(work) 번아웃도 아니고 자기계발 번아웃이라니요.

누군가는 여유 있는 사람들의 볼멘소리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누군가는 간절합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행복하지 않은지 말입니다.

왜 여전히 불안하고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지 알고 싶어 졌습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절실했기에 끊임없이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그 이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나는 왜 배우는가?’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멈출 수 없는 자기계발에 빠져 허우적대던 ‘프로자기계발러’의 진통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끝없이 왜, 왜, 왜를 스스로에게 던지자 내면 깊숙이 자리한 욕망(欲望)이란 녀석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욕망의 모습이 저와 여러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자기계발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동안 우리의 심신(心身)은 처음 의도했던 방향과는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자기계발을 하면 할수록 불안하고 불행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자기계발의 효용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기계발이 단순히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强拍)이 아닌 나의 인생을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풍요롭게 해주는 즐거운 여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제야 알게 된 밀알 같은 깨달음이 저처럼 자신을 한없이 채근하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      



출처 : <자기계발 절대로 하지 마라 그 대신 이건 꼭 해라> 프롤로그

작가의 이전글 껄. 껄. 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