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스타벅스에서 일한다는 것

(3).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에 대한 회의

by 이루다

스타벅스에서의 일은

정말이지 안정적이었다.


출근하면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팀과 함께 매장을 열고 닫고,

예측 가능한 하루를 보냈다.

혼자가 아니어서 든든했고,

매뉴얼 속에 길이 있었기에 헤맬 일도 없었다.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이전에 비해 훨씬 가벼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그 안정감이

내 안에서 작은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규칙 속에서 흘러가다 보니,

나는 그 흐름을 따르기만 해도 충분했다.


그런데 문득문득

‘이곳에서 나는 어떤 존재일까’라는

낯선 질문이 다가왔다.


내가 없어도 매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내가 조금 더 잘한다고 해도

매장의 하루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 사실이 나를 서운하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가끔은 마음을 멈추게 했다.


반찬가게를 할 때는

매일이 벼랑 끝 같았지만,

그 무게 속에서 분명 나의 흔적이 남았다.


손님 한 명의 말 한마디가

내 하루를 무너뜨리기도, 살려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이곳에서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보다

팀의 호흡과 시스템이 우선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조용히 흘러가는 톱니바퀴 하나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간이 헛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구조 속에서

나는 비로소 ‘일과 삶의 분리’를 배웠다.


일이 끝나면 유니폼을 벗고

내 삶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건,

이전에는 누리지 못한 새로운 자유였다.


하지만 동시에,

내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속삭였다.


“나는 여기서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을까?”

“안정 속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걸 찾아 나서야 하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은 때때로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나는

나의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내게

안정된 하루와 소중한 배움을 주었다.


시스템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일과 삶을 분리하는 법’을 알려주었고,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알게 되었다.


아무리 안정적인 자리라 해도

내 마음이 머물고 싶지 않다면

그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안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 원하는 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결국 내가 지켜야 할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배움은,

결국 또 다른 길로 나를 이끌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4. 스타벅스에서 일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