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스타벅스에서 일한다는 것

(2). 바리스타로서의 일상과 내면의 질문

by 이루다

스타벅스에서의 하루는

마치 잘 짜인 공연 같았다.

정해진 순서와 박자,

그 안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했다.


출근하면 그날의 포지션이 정해지고,

그 자리에 서서 나만의 작은 무대를 시작한다.


컵 안에 부드럽게 샷을 붓고,

스팀 피처에서 올라오는 고소한 우유 향에

순간 미소가 번진다.


바쁘게 손이 오가면서도

귀에는 늘 익숙한 주문어가 흘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요”

“에스프레소 샷 추가요”


그 리듬은 어느새 내 몸에 새겨져

하루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주는 박자처럼 느껴졌다.


혼자가 아니라는 건 큰 위로였다.

내가 잠시 실수해도

곧 옆 사람이 채워주었고,

내가 서툰 부분이 있으면

누군가 자연스럽게 옆에서 가르쳐주었다.


모든 파트너가 같은 규칙과 언어로 움직이니

새로운 매장에서도 금세 같은 호흡이 만들어졌다.


이전에 내 카페에서는

모든 것이 내 결정과 책임이었다.

그 무게 속에서 나만의 색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때론 그 무게가 나를 지치게 했다.


반면 이곳에서는

이미 짜여 있는 구조 속에서

나는 맡은 역할만 충실히 해내면 됐다.


그 덕분에 몸은 훨씬 가벼워졌고,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그 여유 속에서

가끔은 나만의 작은 질문이 고개를 들었다.


‘이곳에서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시스템 속의 한 부분이면서도

나만의 빛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질문이 꼭 불편하거나 슬프진 않았다.

오히려, 안정된 리듬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단순히 일을 배우기 위함이 아니라,

이 구조 속에서 나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찾아보기 위함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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